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많이 받고 왔는데 팀에 도움이 돼야…”
한화 이글스 사이드암 엄상백(29)은 4년 78억원 FA 계약을 맺고 시즌 내내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5선발 자리를 내려놨다. 후반기에 롱릴리프로 뛰었고, 9월 확대엔트리와 함께 1이닝 셋업맨으로 변신했다. 김경문 감독은 포스트시즌 준비 차원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는 두 가지 포석이 있다. 우선 한화 불펜은 실제로 구위는 좋아도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가 부족하다. 그리고 한화 불펜에는 사이드암이 많은 편은 아니다. 엄상백은 140km대 후반의 포심과 체인지업이 있다. 불펜에서 전력투구하니 포심이 152~153km까지 나왔다.
올 시즌 25경기서 1승7패1홀드 평균자책점 6.75. 그러나 9월만 뜯어보면 상황이 다르다. 7경기서 1승1홀드에 평균자책점 제로다. 8⅔이닝 7피안타 8탈삼진 2볼넷 무실점. 피안타율도 0.226까지 떨어졌다.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서는 1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챙겼다. 대형 FA 계약을 맺고 입단한 투수가 1이닝 셋업맨으로 뛰는 게 좀 안 어울리긴 해도, 일단 현 시점에선 본인도 팀도 살 수 있는 플랜B를 잘 찾았다고 봐야 한다. 엄상백의 셋업맨 변신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한화에 실제로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그리고 김경문 감독이 진짜로 노리는 노림수는 따로 있다. 엄상백이 팀에 대한 마음의 짐을 어떻게든 덜길 바란다. 시즌 내내 부진해 속상하고 팀에도 미안한 선수가 사는 건, 결국 팀에 기여를 어느 정도 하는 것이다. 엄상백이 포스트시즌서 맹활약하면 한화도 엄상백도 웃으며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다. 또 그래야 엄상백도 부담감을 덜어낸 채 자신감을 갖고 2026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은 18일 경기를 앞두고 미소를 짓더니 “그래도 던지는 유형이 좀 다르니까, 불펜에 가니까 스피드도 더 빨라졌다. 지금 우리 불펜이 전체적으로 조금 지쳤는데, 팀에는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불펜에선 점수를 안 준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경문 감독은 “아 그래도, 많이 받고 왔는데 그래도 뭔가 팀에 도움이 돼야지. 자기도 그래야 좀(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툭툭 쳤음) 마음 속에…야구라는 게 FA 돼서 많이 받으면 좋지만, 또 그게 안 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 스트레스가 많다는 건 그만큼 선수도 운동장에 나올 때 가벼운 발걸음을 할 수 없는 거거든. 그러니까 뭐 불펜에서 자기 역할을 해주면서 팀에도 도움이 되면, 상백이도 조금 무거운 짐을 덜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해요”라고 했다.
시즌 중반까지 타율이 안 오르던 노시환은 30-100에 전경기 출전을 눈 앞에 뒀다. 안치홍도 최근 좋은 타격을 하기 시작했다. 엄상백도 9월 들어 달라졌다. 한화 아픈손가락들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들과 한화가 같이 웃어야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바라본다.

엄상백은 18일 등판 후 "2위 확정 경기의 승리라 기분 좋고, 오랜만의 승리라 감회가 새롭다. 2군에 다녀오며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평소보다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다행히 밸런스가 괜찮아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이 밸런스 유지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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