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겼다, 똥걸레"…'얼굴' 연상호가 그린 인간의 민낯 [MD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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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얼굴' 포스터/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마이데일리 = 박로사 기자]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한 겹씩 벗겨낸다. 불쾌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보고 난 뒤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영화 '얼굴'(감독 연상호)이다.

영화는 시각장애인이지만, 전각 분야의 달인으로 거듭난 임영규(권해효)의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시작된다. 어느 날 40년 전 사라졌던 어머니가 백골 시체로 발견되고, 아들 임동환(박정민)은 특종에 미친 다큐멘터리 PD에게 이끌려 어머니 죽음에 대한 진실을 추적한다.

과거 직장 동료들은 어머니에 대해 하나같이 '못생겼다' '똥걸레'라고 표현한다. 임동환은 어머니가 일했던 의류 공장 사람들부터 재봉사, 공장 사장과 아버지까지, 총 다섯 번의 인터뷰를 통해 불편한 진실에 다가간다. 마치 조각난 퍼즐을 맞춰나가는 듯 전개가 펼쳐지는데, 시작부터 엔딩까지 지루함 없이 흘러간다.

'얼굴'은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영화 '사이비', '염력', '부산행', '반도', 시리즈 '지옥'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인간 군상과 사회 문제를 풍자해 왔던 연 감독은 이번엔 사회가 만들어낸 외모에 대한 편견을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영화 '얼굴' 스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연상호 감독은 이야기의 중심인 어머니 '정영희'(신현빈)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괴물 같다" "더럽다"는 말로 추측하게 하고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연 감독은 "'얼굴'은 관객을 임영규의 뒤틀린 내면으로 안내하는 영화라 생각했다. 뒤틀린 내면의 동력은 정영희의 얼굴이라 생각했고, 그 내면으로 안내하기 위해서는 관객들이 정영희의 얼굴을 상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정영희는 누구의 얼굴도 아니면서 누구의 얼굴도 될 수 있는 얼굴이었으면 했다. 영화를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정영희의 얼굴이 나오는 순간 극이 아니라 현실로 뻗어져 나가는 느낌을 받았으면 했다"고 얼굴을 가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 '얼굴' 스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얼굴'은 2억 원대의 저예산으로 제작돼 시작부터 화제를 모았다. 3주의 촬영 기간으로, 일반 장편 영화 대비 4분의 1에 불과한 기간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게 가능하다고?" 싶을 정도로 퀄리티가 뛰어난데, 1970년대 청계천 거리와 의류 공장, 집 등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 냈다.

방점을 찍은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박정민은 젊은 시절의 임영규와 아들 임동환을 살아 숨 쉬는 인물처럼 그려내고, 권해효 역시 오랜 연기 내공으로 노년의 임영규를 표현한다. 이 외에도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이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11일 개봉.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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