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가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로부터 교훈을 찾고 이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된 비자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 측과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근무하던 중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의 대대적 단속으로 구금된 316명의 한국인과 14명의 외국인 근로자 총 330명은 이날 오후 4시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 4일 사태가 발생한 지 8일 만이다. 입국한 근로자들은 모두 건강상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부는 내 가족, 내 친구의 일을 해결한다는 자세로 구금된 우리 국민을 한시라도 빠르게 모시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구금됐던 근로자 중에는 임산부가 포함됐는데, 정부는 퍼스트 클래스를 활용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아울러 복귀한 근로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심리치료 등 지원 방안을 살펴보겠다고 강 실장은 밝혔다.
이번 사태는 미국 이민 당국이 해당 공장의 근무자를 구속하러 왔다가 발생한 부수적 단속이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일종의 ‘관행’이었다곤 하지만 근로자들을 수갑과 사슬 등으로 속박하고 이를 공개하는 등 ‘무리한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한국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대미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와 같은 단속이 벌어졌다는 점은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당혹감을 더했다.

◇ 비자 문제 개선에 속도내는 정부
최악의 사태였지만 과정과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은 한시름 덜었다는 분위기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초동단계에서 벌어진 일은 우리가 유감을 표시하고 항의할 만큼의 사안이었으나, 이후 미국 측과의 협의 과정은 그렇게 부정적이거나 어렵지 않아 대체로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향후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에 귀국한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미국 재입국에 문제가 없도록 미국 측과 협의를 했다고 하지만,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비자제도의 특성상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ESTA(전자여행허가), B1(단기상용비자) 등을 취득해 업무에 나섰던 것이 화근이 된 만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급한 불을 끈 만큼, 대통령실은 우선 현 제도 내 관행을 개선해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고 했다. 위 실장은 “우리 기업 직원들이 주로 발급받는 B1 및 ESTA에 대한 미국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확인해 미국 내 법 집행기관이 이에 따라 일관된 법 집행을 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하려고 한다”고 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입국 원활화를 위해 비자 발급 기간 단축, 비자 발급 거부율 감소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단기적 대책과 함께 장기 대책도 고심하고 있다. 미국 국내법 개정을 통한 한국인 전문인력에 대한 별도 비자 쿼터를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PWKA, Partner with Korea Act)’ 제정 노력이 일례다. 미국 의회의 동의가 필수적인 탓에 쉽지 않지만, 미 의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위 실장은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 한미 외교당국 간 워킹그룹을 제안했고, 미국 측도 이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만큼 협의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날 “미국과의 업무는 끝났다고 생각할 때가 새로운 시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비자를 만드는 방안을 포함해 미국의 비자 발급과 체류 자격 시스템 개선을 향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위 실장도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시작할 건 시작하고 고칠 건 고치고 보완할 건 보완해야 한다”며 “우리 내부적으로 할 건 해야 하고, 미국을 상대로 할 게 있으면 대처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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