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금리·공사비 상승·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삼중고에 이어 정부의 'LH 중심 공급 확대' 정책까지 더해지며 중견사들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12일 관가와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9·7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로 LH 중심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세부 계획 수립에 본격 착수했다. 정부는 LH에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주택을 공급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민간 건설사의 사업 기회를 줄이고, LH가 사실상 공급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골자다.

이같은 정책 기조는 대형 건설사보다 중견사에 더 큰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형사들은 서울 핵심지 정비사업이나 해외 진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사들은 자체 개발 외에는 사실상 사업 기회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사 대부분이 정부 택지 사업에 의존해 성장 기반을 다져왔기 때문에, 공공 주도 전환은 성장 동력을 송두리째 흔드는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LH는 지난해 약 13조4000억원 규모의 토지를 매각했고, 이 중 공동주택용지가 5조8000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와 △구리 갈매 △수원 당수 등지의 신규 택지 매각이 예정돼 있었으나, 정부의 공급 방식 전환으로 상당 부분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조원대 민간 개발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이 가운데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공사비 급등과 금리 인상, 주택 수요 위축으로 인해 미분양이 크게 늘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의존해왔던 중견 건설사들은 자금줄이 막히며 줄도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 건설사는 13곳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동우건설은 지난 5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시공능력평가 174위인 이 회사는 공공사업 중심의 안정적 수주를 이어왔지만, 대구와 김포 등지에서 추진한 오피스텔 PF사업이 연달아 실패하며 470억원 규모의 연대보증 채무와 200억원에 이르는 공사 미수금을 감당하지 못했다.
더욱이 건설사 폐업 증가세는 통계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437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거래 업체 중에서도 무려 38.9%가 부실 위험 단계에 진입한 상태로, 역대 최고치다.
◆회생 신호도 감지…"정상화 구조조정의 실험대"
그럼에도 불구, 일부 중견사들은 회생 가능성을 보이며 반전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업계는 이처럼 일부 기업들의 회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지금까지 '파산 일변도'로 흐르던 건설업계 구조조정 흐름에 긍정적인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신동아건설은 지난 1월 회생절차에 들어갔으나, 오는 10월 열리는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단 10개월 만에 법정관리에서 졸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회생 절차를 단기간 내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도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법원의 강제 인가로 두 번째 회생절차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으며, 삼부토건도 인수·합병(M&A) 협상과 함께 회생계획안 제출을 준비 중이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체제에서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신규 수주 확대 등을 통해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침체된 업게에 정부의 LH 중심 공급 확대 정책까지 더해지며 민간 건설사 특히, 허리 역할을 해온 중견사들은 일감 감소에 따른 생존 위기까지 맞고 있지만,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회생 가능성을 보이며 생존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 파산 일변도로 치닫던 구조조정 흐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