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애경산업 인수 '본궤도'...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태광산업(003240)이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승소하며 3200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재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애경산업(018250) 인수를 비롯한 대규모 신사업 투자 계획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10일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기한 EB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2건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자금 조달은 이사회 경영 판단에 속하며 법령과 정관에 부합하는 한 존중돼야 한다"며 태광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7월 개정된 상법이 명시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위반 여부를 다룬 첫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트러스톤은 낮은 교환가액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을 문제 삼았지만, 법원은 트러스톤이 이미 보유 주식을 교환가 이하로 매각한 점을 들어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태광은 애경산업 인수와 함께 1조5000억원 규모 신사업 투자, 향후 10년간 12조원대 중장기 투자 구상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태광 컨소시엄(태광산업·티투프라이빗에쿼티·유안타인베스트먼트)은 애경산업 지분 63%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가격은 본입찰 당시 6000억원대에서 4000억원대 후반으로 낮아졌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부문 부진, 경영권 프리미엄 논란, 인수 후보 이탈 등이 가격 하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AK플라자·애경케미칼 등 계열사 실적 부진으로 지주사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이 328.7%까지 치솟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 매각을 결정했다. 최종적으로 태광 컨소시엄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

애경산업은 1945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해 비누·치약·샴푸 등 생활용품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이어왔다. 그러나 화장품 부문은 중국 의존도가 높아 실적 변동성이 크다. 올해 상반기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20.3% 감소한 1085억원, 영업이익은 64.5% 줄어든 79억원에 그쳤다.

이에 업계는 애경산업이 일본·미국 등으로 수출국을 다변화하고 '루나(LUNA)' '에이지투웨니스(AGE20's)' 등 글로벌 반응이 있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해외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루나는 일본에서 지난해 매출이 170% 성장했고, 올해 도쿄 팝업스토어와 7300여 개 매장 입점을 완료했다. 미국에서는 미니소·돈키호테 등 유통망에 신제품 ‘투에딧(twoedit)’을 선보이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상반기 기준 현금성 자산만 1조원, 유동자산 2조7000억원을 보유한 '현금 부자'다. 여기에 EB 발행을 통한 추가 자금 확보로 애경산업 인수와 신사업 투자가 동시에 가능해졌다.

특히 태광이 보유한 PP채널 티캐스트와 데이터홈쇼핑 채널 쇼핑엔티 지분은 애경산업 화장품의 라이브커머스 확장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태광이 보유한 자본력과 미디어 채널을 접목할 경우 리브랜딩과 해외 확장을 동시에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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