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HMM 인수 추진, 해운업계는 거세게 반발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포스코그룹이 HMM(011200) 인수에 나선다는 보도가 나오자 해운업계가 즉각 반발하고 있다. 한국해운협회는 "해운 생태계를 파괴하는 처사"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물류비 절감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지만, 해운업계는 이를 '산업 간 질서 파괴'로 보고 있다.

협회가 반발하는 핵심 이유는 포스코가 철강이라는 본업 논리에 따라 HMM을 '보조 수단'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해운산업은 세계 초대형 선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막대한 투자 산업인데, 철강 수요에 따라 투자가 좌우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가 강조하는 물류비 절감 효과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컨테이너 해운은 철강 원자재 운송과 직접적 연관이 적은데, 그룹 내부 논리로 운영될 경우 효율은 떨어지고 오히려 운송 단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국해운협회는 과거 △거양해운(제철원료) △성운물산·호유해운(원유) △동양상선(시멘트) 등 대기업 자회사들이 연이어 실패한 사례를 들며, 대량화주가 직접 해운업에 진출하면 전문성이 부족해 결국 시장에서 퇴출된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포스코는 거양해운을 운영하다 한진해운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포스코의 HMM 인수는 법적 제약과도 맞물린다. 해운법 제24조는 대량화주가 사실상 소유·지배하는 법인이 해운업 등록을 신청할 경우 정책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해, 사실상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

아울러 물류정책기본법은 화주기업과 물류기업 간 '제3자 물류 촉진'을 국가정책으로 명시하고 있어,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정부 정책 기조와도 정면 배치된다.

한국해운협회의 우려는 단순히 HMM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포스코가 HMM을 인수할 경우 자사 원료와 철강제품 수송부터 시작해 영역을 확대하면서, 기존 중견·중소 해운사들이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해운 생태계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물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업계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어렵게 회생시킨 HMM이 다시 본업의 종속 변수로 전락할 경우 공적 지원의 의미도 무색해진다.

또 다른 논란은 포스코의 약속 불이행이다. 한국해운협회는 2022년 포스코플로우와 국적선사 확대, 합리적 계약 체결, 해운업 진출 자제 등을 담은 상생협력 협약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에 인수 추진 보도가 나왔다. 협회는 이를 "업계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포스코의 HMM 인수는 철강-물류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비용절감과 공급망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에서는 매력적일 수 있다. 문제는 해운업의 경우 '국가 기간산업' 성격이 강해 단순한 기업 논리로만 접근하기 어렵다. 

해외에서도 브라질 발레(Valé)가 철광석 호황기에 벌크선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철수한 사례처럼, 대기업 화주가 해운업에서 성과를 낸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HMM은 단일 기업을 넘어 국가 전략 자산의 성격을 띤다. 정부가 대주주로 참여하며 위기극복을 지원했던 기업이기에, 매각 주체와 과정 역시 산업·정책적 고려가 불가피하다.

한국해운협회의 강력한 반대는 단순한 이해관계 충돌을 넘어 국가 해운 생태계 유지와 전략 산업의 균형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 나왔다. 포스코의 인수 추진은 단기적으로 그룹 물류비 절감의 명분을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운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와 국민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결국 HMM 매각 논의는 재무적 관점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정책·공정경쟁·해운업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업계에 지배적이다. 이번 논란은 한국 해운산업의 미래 방향과 포스코의 전략적 선택 모두를 가름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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