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특급호텔들이 '김치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고물가와 노동 부담으로 김장을 포기하는 이른바 '김포족'이 늘어나면서 포장김치 수요가 확대된 데다, K-푸드 인기가 높아지며 해외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호텔 김치 시장의 선두주자는 워커힐호텔이다. 1989년 업계 최초로 '김치 연구소'를 설립한 워커힐호텔은 8년 뒤인 1997년 전통 김치의 맛을 재현한 '수펙스 김치'를 개발해 시중에 내놨다. 이후 2018년에는 수펙스 김치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세컨드 브랜드 '워커힐호텔 김치'를 선보이며 고가와 중저가 라인을 모두 구축했다.
지난 8일에는 미국에 김치를 수출했다. 첫 수출 물량은 7t이다. '워커힐호텔 김치'로 배추김치 4kg, 총각김치 2kg 단위로 구성됐다.

선적된 김치는 오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 항구에 입항 후 통관 절차를 거쳐 현지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한인 거주 비율이 높은 미국 서부 지역에서 우선 판매되며 향후 순차적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워커힐호텔 김치는 계절별 적정 염도와 온도를 유지하는 염수 절임 방식으로 제조된다. 줄기와 잎이 균일하게 절여져 어떤 부분을 먹어도 아삭한 식감으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전통 방식에 착안해 직접 끓인 찹쌀죽으로 양념을 버무려 깊은 풍미를 살렸으며, 엄선된 고춧가루만을 사용해 김치 고유의 곱고 선명한 빛깔이 특징이다.
멸치액젓, 까나리액젓, 새우젓을 워커힐만의 정통 비율로 배합해 깔끔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조화를 이루며, 양파·대파·청양고추·건표고버섯·다시마·건새우 등 8가지 재료로 우려낸 워커힐 비법 육수를 저온 숙성해 더욱 깊고 시원한 맛을 낸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04년 이 시장에 합류했다. 당시 웨스틴 조선 서울의 뷔페 레스토랑이었던 '카페로얄'에 밑반찬으로 깔렸던 김치가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판매한 것이 시작이 됐다. 이후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11년 서울 성수동에 공장을 설립, 본격적인 포장 김치 생산에 나섰다. 현재까지 20여 종이 넘는 제품을 판매하는 중이다.
조선호텔은 현재 포기김치·총각김치·열무얼갈이김치·갓김치·깍두기·파김치·백김치 등을 판매 중이며 종류에 따라 400g부터 500g·650g·1㎏ 등 소량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정기구독 상품으로 3·5㎏ 단위로도 선보이고 있다. 호텔 자사몰 뿐 아니라 신세계백화점, SSG푸드마켓, 이마트몰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조선호텔은 김치 매출이 성장하자 김치사업팀을 리테일팀에서 별도 조직으로 격상시켜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파라다이스 역시 지난해 10월 포기김치를 출시하며 시장에 가세했다. 첫 제품은 '카카오 쇼핑하기' 사전판매에서 하루 만에 완판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롯데호텔 김치'를 활용한 김치찌개 간편식(HMR)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호텔 셰프들이 영양산 고춧가루와 국내산 젓갈류, 돼지고기 목살을 활용해 국물 맛과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2023년 8월 등장해 큰 호응을 얻으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롯데호텔 김치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1~2인 가구를 위한 맛김치(650g), 깍두기(650g), 열무김치(600g), 백김치(600g) 등 다양한 계절 김치를 출시했다.
호텔업계가 김치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달라진 소비 트렌드가 있다. 농협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응답자의 72%가 "김장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으며, 이 중 88.7%는 포장김치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기왕이면 프리미엄 제품을 사겠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호텔 김치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또한 호텔은 기존 식음료(F&B) 사업장 내 인력과 조리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추가 비용 부담이 적고, 리테일 부문 매출 다각화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 조선호텔 김치는 올해 1~8월 매출이 전년 대비 14.5% 증가했고, 워커힐호텔 김치와 롯데호텔 김치 매출도 각각 81%, 21%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장 문화는 줄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호텔의 김치 사업이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호텔 김치는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경험 소비'의 일환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특히 해외에서 K-푸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출 확대 잠재력도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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