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 교섭단체 연설에 빛바랜 ‘협치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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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으로 협치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이틀간 진행된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여야가 날 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협치 물꼬’가 퇴색된 모습이다. 왼쪽 사진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으로 협치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이틀간 진행된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여야가 날 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협치 물꼬’가 퇴색된 모습이다. 왼쪽 사진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으로 협치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이틀간 진행된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여야가 날 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협치 물꼬’가 퇴색된 모습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9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위헌정당 해산’을 언급하며 다시 국민의힘을 정조준했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연설에서 ‘혼용무도(昏庸無道·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다)’, ‘나홀로독재당’ 등의 단어를 써가며 정부·여당 공세에 집중했다.

◇ 50분 연설에 ‘협치’ 언급 전무

지난 8일 이 대통령과 정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회동에서 손을 맞잡으며 협치 의지를 다졌다. 여야 지도부 출범 후 정 대표와 장 대표의 ‘악수’가 처음이었던 만큼, 협치의 물꼬를 틔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협치 분위기’는 이틀간 진행된 교섭단체 연설에서 여야가 날 선 공방을 벌이며 의미가 퇴색된 모습이었다.

시작은 정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이었다. 정 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내란’이라는 단어를 26번 언급하며 국민의힘을 정조준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내란과 절연하시라. 내란의 늪에서 빠져나오시라”며 “그리고 국민에게 ‘우리가 잘못했다’고 진정어린 사과를 하시라”고 촉구했다.

발언 과정에서 ‘위헌정당 해산’도 재차 언급했다. 그는 “언제까지 내란당의 오명을 끌어안고 사시려는가”라며 “이번에 내란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는 약 55분간 연설을 이어갔지만, ‘협치’라는 단어는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 대표의 발언에 국민의힘에선 “여의도 대통령을 보는 것 같았다”며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장 대표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거대 여당 대표의 품격을 기대했는데 너무나 실망스러웠다”며 “기세는 여의도 대통령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내용은 거울을 보면서 자기 독백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직격했다.

이러한 여야의 공방은 10일 진행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약 53분의 연설 대부분을 정부·여당 비판에 할애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지난 100일은 한마디로 혼용무도였다”고 직격했고, 정 대표를 향해선 “여당 대표는 걸핏하면 ‘해산’ 운운하며 야당을 겁박하고 모독하는 반(反)지성의 언어 폭력을 가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또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홀로독재당’으로 당명을 바꾸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송 원내대표의 연설에서도 ‘협치’라는 단어는 사실상 전무했다. 총 3번의 ‘협치’ 발언 중 “국민의힘은 협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을 뿐, 2번의 발언은 민주당을 비판하는 데 사용됐다. 

송 원내대표의 연설 동안 여야 의원석에선 비판과 고성이 난무하기도 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비판과 고함으로만 얼룩진 본회의장 모습을 국민이 어떻게 봤을지 반성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의 연설에 민주당은 곧장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협치를 하자면서 협박만 있었던 것 같다”며 “무슨 반공 웅변대회 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막말 논란’이 여야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되는 모습이다. 사진은 송 원내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동안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막말 논란’이 여야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되는 모습이다. 사진은 송 원내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동안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 또 다른 불씨 ‘송언석 막말’ 논란 

이처럼 여야가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강 대 강’ 대치의 모습을 다시 보여준 가운데, 송 원내대표의 ‘막말 논란’이 여야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되는 모습이다.

송 원내대표의 막말 논란은 전날 정 대표의 연설에서 나왔다. 정 대표는 연설에서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 대통령도, 정청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불귀의 객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정 대표의 발언 중 국민의힘 의원석에선 “제발 그리 됐으면 좋았을걸”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에 민주당은 이날 송 원내대표가 해당 발언을 하는 ‘미디어몽구’ 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민주당은 송 원내대표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정 대표는 페이스북에 “노상원 수첩에 살 떨리고, 송언석 패륜적 망언에 치 떨린다”며 “이것이 국힘(국민의힘) DNA인가. 사람이길 포기한 송씨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의원직부터 사퇴하라”고 적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열고 “송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이 대통령과 정 대표에게 사죄하고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시길 바란다”며 “민주당은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국회의원 제명 등 모든 수단을 총  동원해 송 원내대표의 막말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해당 발언을 한 게 맞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실 확인이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게 사실이라고 한다면 송 원내대표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민주당이 보이는 과잉 반응은 오늘 송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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