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여는 새로운 ‘암 표적치료’의 시대

시사위크
현재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과학·의료계의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때 암세포만을 골라 제거하는 ‘표적치료’는 암 치료의 새 장을 열고 있다 평가받는다. 그리고 이 표적치료 연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AI)’기술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현재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과학·의료계의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때 암세포만을 골라 제거하는 ‘표적치료’는 암 치료의 새 장을 열고 있다 평가받는다. 그리고 이 표적치료 연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AI)’기술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암’은 인류 의학 최후의 정복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DNA에 발생한 돌연변이 세포가 무한정 증식해 발생하는 암은 현대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암에 의한 사망자 비율이 매우 높은 국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3년 이후 44년간 국내 사망 원인 비율은 24.2%로 1위를 차지한다.

때문에 현재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과학·의료계의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때 암세포만을 골라 제거하는 ‘표적치료’는 암 치료의 새 장을 열고 있다 평가받는다. 그리고 이 표적치료 연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AI)’기술이다.

◇ 암만 골라잡는 ‘표적치료’, 만능은 아니다

‘표적치료’는 암 발생의 핵심 역할을 하는 특정 유전자, 단백질, 신호전달경로를 표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암세포 생성의 원인이 되는 인자들만 약물로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현재 항암 치료에는 크게 ‘단클로항체’와 ‘키나이제 억제제’ 두 가지의 표적치료제가 사용된다.

먼저 단클론항체는 암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항원과 결합한다. 이를 통해 암세포 수용체 기능을 차단하거나 리간드(수용체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물질)가 암세포와 결합하는 것을 방해해 암세포 종양 성장을 억제한다. 유방암·위암 치료제인 ‘허셉틴’, 대장암·직장암 치료제인 ‘얼비툭스’가 대표적 단클론항체 치료제다.

‘키나아제 억제제’는 암세포 단백질 활성화 촉매인 키나아제의 비정상적인 활성화를 억제한다. 이를 통해 종양 성장을 억제하고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백’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이레사’, ‘타그리소’, ‘렉라자’ 등에 키아나제 억제제가 사용된다.

암 표적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항암제 대비 부작용이 크게 적다는 점이다. 표적치료 약물은 암 조직만 공격한다. 때문에 정상세포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난치성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암 환자에게 기존 항암치료보다 높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암 표적치료를 ‘개인맞춤형 치료’라고 부르는 이유다.

우수한 치료 효과와 부작용 감소 덕분에 관련 기술 산업은 매해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지던스리처시’에 따르면 암 표적치료제 시장규모는 약 857억5,000만달러(약 119조원)규모로 추산된다. 오는 2034년엔 1,552억달러(약 215조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표적치료가 ‘만능’은 아니다. 한계점도 뚜렷이 존재한다. 표적치료제는 특정 유전자, 단백질을 가진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 즉, 해당 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에겐 효과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맞춤형 치료제라 생산 단가가 기존 항암제보다 높아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것도 단점이다.

또한 표적치료라고 부작용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정상세포의 경우에도 암세표 표면에 있는 표적물질과 유사한 물질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표적치료제가 정상세포를 공격하게 돼 심각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아나필락시스’ 증상이라 하며 호흡곤란이나 쇼크가 발생해 사망할 위험도 존재한다.

‘표적치료’는 암 발생의 핵심 역할을 하는 특정 유전자, 단백질, 신호전달경로를 표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암세포 생성의 원인이 되는 인자들만 약물로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우수한 치료 효과와 부작용 감소 덕분에 최신 치료방법으로 각광받는다. 하지만 표적치료제는 특정 유전자, 단백질을 가진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고, 부작용도 존재해 연구 개발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표적치료’는 암 발생의 핵심 역할을 하는 특정 유전자, 단백질, 신호전달경로를 표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암세포 생성의 원인이 되는 인자들만 약물로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우수한 치료 효과와 부작용 감소 덕분에 최신 치료방법으로 각광받는다. 하지만 표적치료제는 특정 유전자, 단백질을 가진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고, 부작용도 존재해 연구 개발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 AI기반 암 표적치료, 항암치료의 새 장을 열다

이 같은 암 표적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떠오르는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AI)’이다. 효과적인 표적치료제 개발을 위해선 암세포의 단백질과 유전자 구조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AI의 강력한 연산능력은 오차 없이 정확한 치료가 가능한 표적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암연구학회(AACR)’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AI 기반의 개인맞춤형 표적치료, 암 유전체학 기술 발전 가능성을 발표했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컨퍼런스 종양학 세션 발표를 진행한 트레비스 잭(Travis Zack) UC샌프란시스코 의학과 조교수가 발표한 ‘의료 정보 검색을 위한 언어 모델 활용’이다.

트레비스 잭 조교수는 “암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치료 데이터의 대부분은 의사의 기록에 있다”며 “이러한 종류의 데이터는 개인 수준과 규모 모두에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 센터 전체의 부작용을 조사해 각 환자의 개인적 경험을 더 잘 이해하고 AI 모델에서 해당 정보를 사용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각 환자에게 맞는 올바른 궤적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말처럼 이미 AI기반 표적치료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IBM’에서 개발한 ‘왓슨 포 온콜로지’를 꼽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AI가 환자의 유전자 변이 정보를 분석해 표적치료제를 추천한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MSK) 암 센터’의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반 AI가 학습해 의사들을 보조한다.

국내 과학계에선 최근 이 기술을 뛰어넘는 성능을 가진 AI모델도 개발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의 남호정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팀은 지난 7월 암 환자의 유전자형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항암제 후보물질을 제안하는 생성형 AI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GIST 연구진은 약 150만개의 화학구조와 120만건의 약물반응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연구진이 개발한 AI모델의 이름은 ‘G2D-Diff’다. ‘화학적 변형오토인코더(VAE)’와 ‘순환신경망(RNN)’기반의 생성형 AI모델이다. VAE는 머신러닝에서 학습된 데이터의 변형 형태다.

연구팀이 개발한 G2D-Diff는 유전자 정보, 목표로 하는 암세포, 약물 반응 수준을 입력하면 최적화된 항암제 후보물질을 자동 설계한다. GIST에 따르면 이 새로운 AI모델의 약물 반응성 예측 오차율은 1%에 그쳤다. 일반 AI모델 오차 51%보다 월등한 수준이다. 또한 현재 최고 성능 AI모델로 알려진 IBM의 ‘PaccMannRL’보다 다양성, 실현 가능성, 조건 적합성 등에서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암 표적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떠오르는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AI)’이다. 효과적인 표적치료제 개발을 위해선 암세포의 단백질과 유전자 구조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AI의 강력한 연산능력은 오차 없이 정확한 치료가 가능한 표적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암 표적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떠오르는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AI)’이다. 효과적인 표적치료제 개발을 위해선 암세포의 단백질과 유전자 구조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AI의 강력한 연산능력은 오차 없이 정확한 치료가 가능한 표적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 AI 한계 보완하는 ‘시스템 생물학’과의 융합

다만 AI기반 표적치료제 개발 역시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이는 AI가 가진 ‘블랙박스’ 문제 때문이다. 이는 말 그대로 AI의 추론 과정을 인간이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다. 딥러닝과 같은 복잡한 AI모델은 ‘왜’ 그런 출력을 내놓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를 어두컴컴한 상자처럼 속을 알 수 없다는 의미에서 블랙박스 현상이라 부른다. 

만약 암 표적치료제를 AI가 설계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AI는 어떤 근거에서 그런 약물을 만들었는지 설명할 수 없다. 이 경우 의사들은 안전성, 효과 미확인 등의 문제로 환자에 직접 사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표적치료 분야 AI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초가 되는 연구 분야가 있다. 바로 ‘시스템 생물학’이다. 시스템 생물학이란 생명현상을 일종의 ‘복합체’로 규정하고 이를 컴퓨터로 분석하는 학문 분야다. 

쉽게 말해 시스템 생물학은 생물을 하나의 기계 혹은 시스템처럼 생각해 부품(세포) 하나하나를 연구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를 AI를 융합하게 되면 그동안 설명이 불가능했던 AI 표적치료제 설계 알고리즘을 유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광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AI는 큰 잠재력이 있지만 데이터를 분석해 예측할 때 메커니즘을 이해하긴 어렵다”며 “이 같은 AI의 설명할 수 없는 한계를 시스템 생물학이 상호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연구는 조광현 KAIST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조광현 교수팀은 표적 항암제 마다 환자에게 다른 효과를 나타내는 이유를 AI로 분석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암세포의 약물 반응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면서도 예측 근거를 제시하는 ‘그레이박스’ 기술이다.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여러 종류의 암의 변이와 표적항암제 타겟 유전자 정보를 종합, ‘분자 조절 네트워크’ 모델을 새롭게 고안했다. 이 네트워크 모델은 암세포와 항암제 반응 예측에 사용되는 범용적 골격 모델이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표적치료제 별 약물 반응, 관련 암 변이 유전자로 구성된 부분네트워크크(sub-network)를 추출해 시스템 생물학 모델인 그레이박스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그레이박스 모델 성능 확실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항암제에 동일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 암세포들이 실제론 서로 다른 약물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정확히 예측했다. 실험에는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가 보유한 암세포 돌연변이 데이터를 사용했다.

조광현 교수는 “AI는 예측력이 높지만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없는 반면, 시스템 생물학적 접근은 메카니즘을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고 예측력도 더 높일 수가 있다”며 “이 두 학문 분야의 연결이 앞으로 새로운 암 표적치료 연구, 약물 타겟 발굴 및 메커니즘 분석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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