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매출 버금가는 ‘호텔 김치’…특급호텔, 新먹거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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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드래곤시티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특급호텔이 김치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김장을 포기하는 가정(김포족) 확산과 맞벌이·1인 가구 증가,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 등이 맞물리면서다. 게다가 연간 매출액 규모까지 상당해 ‘김치’가 특급호텔의 신사업으로 급부상했다.

9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워커힐호텔앤리조트는 2년여 준비 끝에 ‘수펙스(SUPEX) 김치’를 미국에 처음 수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까지 확대 가능해 업계의 관심이 한층 뜨겁다.

이번 워커힐 수출하는 제품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수펙스 김치’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이다. 계절별 적정 염도와 온도를 유지하는 ‘염수 절임’ 방식으로 제조된다. 초도 물량은 배추김치(4㎏)와 총각김치(2㎏) 등 총 7t이다. 해외 유통에 적합하도록 포장까지 개선했다.

워커힐은 서부 지역 한인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에 우선 판매한 뒤, 수요에 따라 판매 지역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수펙스 김치의 해외 판매를 위한 레시피 재개발 등 후속 수출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가 지난달 호텔업계 최초로 호텔 김치를 미국 서부 지역에 수출했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

워커힐은 1997년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특명으로 수펙스 김치를 탄생시켰으며, 2018년 합리적인 가격대의 ‘워커힐호텔 김치’를 별도로 선보여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1~9월 김치 매출은 전년 대비 141% 성장했고, 온라인몰에서는 품절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서울 성동구 자체 HACCP 인증 공장에서 20여종의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조선호텔 프리미엄 김치’는 1kg당 3만원대의 고가임에도 신세계백화점, SSG푸드마켓, 이마트몰 등을 통해 꾸준히 팔리며 연간 매출 500억원대를 기록 중이다. 이는 올해 1분기 조선호텔 객실 매출(472억원)과 맞먹는다.

조선호텔은 김치 매출 성장세에 맞춰 김치사업팀을 별도 조직으로 격상했다. 나아가 ‘프리미엄 김치 정기구독 서비스’를 도입해 충성 고객층을 확대하고 있다. 1·2·3개월 중 원하는 주기와 제철 김치를 종류, 중량 등 다양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조선호텔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프리미엄 김치 수요가 늘면서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2021년 전년 대비 60%, 2022년 21%, 2023년 42%, 지난해와 올해(1~9월)도 10% 이상 신장하며 매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김치찌개 HMR. /롯데호텔앤리조트

이 같은 워커힐, 조선 양강 구도 속에 롯데호텔은 지난 2023년 8월 김치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홈쇼핑에서 배추김치만으로 한 달간 7억원 매출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롯데호텔은 한식당 레시피 기반 배추김치, 백김치, 갓파김치, 열무김치, 섞박지 등 총 11종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김치찌개 HMR(가정간편식)’까지 출시해 제품군을 넓혔다. 장기적으로는 호텔 체인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파라다이스호텔, 서울드래곤시티, 메이필드호텔 등 후발주자들도 김치 사업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파라다이스호텔은 지난해 10월 김치 시장에 진출, 한식 파인 다이닝 ‘새라새’ 총괄 주방장 레시피로 개발된 포기 김치 1종을 선보였다. 카카오톡 사전 판매에서 첫날 1500개, 다음 날 긴급 조달한 1200개도 매진되며 인기를 입증했다. 올해 1~8월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서울드래곤시티는 올해 5월 프리미엄 포기김치 ‘서울드래곤시티 포기김치’를 출시했다. HACCP 인증 시설에서 OEM 생산하며 4kg·8kg 용량으로 온라인몰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 중이다. 추가 제품 개발과 수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서울드래곤시티

메이필드호텔 서울도 한식당 ‘봉래헌’을 브랜드로 지난 7월 포기김치와 갓김치를 한정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호텔 김치는 일반 시중 제품보다 2~3배 비싸지만, 국산 원재료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워 소비자 신뢰를 확보했다. 특히 2021년 중국산 ‘알몸 김치’ 사태 이후 저가 수입산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도 수요 확대 요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호텔 김치가 단순한 식품을 넘어 호텔 브랜드 경험으로 이어진다고 평가한다. 소비자가 자체 브랜드 제품을 경험하면 객실이나 식음료 매장을 다시 찾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프리미엄’ 호텔 김치이기에 한계도 존재한다. CJ제일제당 ‘비비고’, 대상 ‘종가집’ 등 대기업 브랜드와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호텔만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소비자의 높은 기대를 충족할 품질 관리도 중요 과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김치는 신선식품으로 품질 유지와 위생 관리가 핵심”이라며 “원재료 확보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문제 발생 시 호텔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랜드 신뢰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소비자 입맛과 품질 기준까지 만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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