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웅의 이혼이야기] 재산은 0원, 빚만 수천만원… 채무도 재산분할이 될까?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이혼해도 나눌 재산은 전혀 없고, 빚만 1억원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재산분할을 해야 하나요?" 

최근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이혼 상담 과정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많은 이들이 재산분할을 단순히 '재산을 나누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채무 역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경우에도 가정법원은 이를 '순재산이 마이너스인 상태'로 계산해 분할을 명한다. 즉, 나눌 재산 없이 빚만 있다면 그 빚을 어떻게 분담할 지가 재산분할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사례를 보자.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 부부는 결혼 12년 만에 결국 이혼을 결심했다. 결혼 초반에는 맞벌이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 갔지만, 남편의 사업 실패로 가계는 빠르게 기울었다. 파주시 운정과 김포시에 있던 부부 공동명의 상가는 이미 경매로 넘어갔고, 남은 것은 임차보증금 반환채무, 은행 대출, 카드빚 등 약 1억원에 달하는 채무뿐이었다. 

A씨는 처음에는 "내 명의로 진 빚이니 내가 모두 갚겠다"고 했지만, 막상 이혼 소송이 진행되자 입장을 바꾸었다. "부부 공동생활을 위해 쓴 돈이니 절반은 (전)부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재산분할을 청구한 것이다. A씨 아내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재산도 없는데 무슨 재산분할이냐"는 생각이 앞선다. 과연 채무도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민법 제839조의2는 재
산분할 청구권을 규정하고 있으며, 판례는 그 범위에 적극재산(재산)뿐 아니라 소극재산(채무)도 포함된다고 본다.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이 플러스라면 그 가치를 나누고, 마이너스라면 그 부담을 나누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모든 채무가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정법원은 해당 채무가 부부 공동생활의 유지나 재산 형성을 위해 사용된 경우에만 공동채무로 인정한다. 예컨대 전세보증금 반환 채무, 생활비 대출, 사업 운영자금 대출 등은 공동채무로 보지만, 배우자의 사치, 도박, 외도 비용 등은 개인 채무로 귀속된다.

실무에서 자주 분쟁이 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명의 문제다. 채무가 일방의 명의로 돼 있더라도 가계 운영에 사용되었다면 공동채무로 인정될 수 있다. 반대로 배우자 명의의 카드빚이라 하더라도 개인적 쇼핑이나 유흥비에 쓰였다면 공동채무가 아니다. 둘째, 사용처 입증 문제다. 대출금 사용처를 명확히 소명하지 못하면 그 채무가 부부 공동생활을 위해 쓰였는지 불분명해져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때 계좌 거래 내역, 카드 명세서, 계약서 등이 핵심 증거가 된다. 셋째, 기여도 산정 문제다. 채무 분담 비율은 단순히 절반씩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 혼인 기간, 소득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진다.

사례의 경우 가정법원은 남편 명의의 사업 대출과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부부 공동채무로 보고, 부부의 소득 비율을 고려해 절반씩 부담하도록 판결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남편이 혼자 사용한 해외여행 경비나 주식 투자 손실금은 개인채무로 인정돼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대법원도 배우자 명의의 신용대출이라 하더라도 생활비, 주택 수리비 등 가계 운영에 사용된 경우에는 공동채무로 인정한 바 있다. 반대로 혼인 중 일방이 제3자의 채무를 보증했거나 개인적 투자 목적의 빚을 진 경우에는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실무 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채무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대출금이 생활비, 주거비, 자녀 교육비 등에 사용되었다는 내역이 있어야 공동채무로 인정받기 쉽다. 둘째, 개인채무와 공동채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개인적 소비나 사적인 사유에서 발생한 채무임을 주장하려면 그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셋째, 협의이혼 시에는 채무 분담 비율과 상환 방식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이를 공정증서나 조정조서로 남겨 두면 사후 분쟁의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정 전반에서 이혼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결국 재산분할은 단순히 '돈을 나누는 절차'가 아니라, 혼인 기간 동안 형성된 재정 상태를 공평하게 청산하는 과정이다. 그 결과가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가정법원은 혼인생활 전체의 맥락 속에서 부담과 이익을 함께 조정한다. 

사랑이 끝나면 마음만 정리하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빚까지 함께 정리해야 진짜 마무리가 된다. 재산이 없는 부부에게 이혼은 자유가 아니라 또 다른 채무 분쟁의 시작일 수 있다. 사랑은 나누면 줄지만, 빚은 나누면 덜어진다. "마음은 가볍게, 빚은 공평하게" 이것이 이혼 법의 계산법이다.

김광웅 변호사(이혼전문) /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제37기 수료/ 세무사 /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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