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를 두고 숙련된 외국 인력을 입국시키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한국 배터리·조선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없다면, 우리가 그들을 도와 일부 인력을 (미국에) 불러들여 우리 인력이 배터리 제조든 컴퓨터 제조든 선박 건조든 복잡한 작업을 하도록 훈련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은 해당 분야에 능숙한 사람을 불러들이고 일정 기간 머물게 하면서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며 "전문가를 불러들여 우리 국민을 훈련시켜서 그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미국 조지아 주 현대차(005380)그룹-LG에너지솔루션(373220)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300여명의 한국인 노동자가 미국 이민당국의 단속에 적발돼 체포·구금된 사태와 관련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산업에 대해선 한국의 도움 없이 제조업 경쟁력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이 아니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서 "(구금된 한국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이민세관단속국은 그저 제 역할을 했을 뿐이다"며 이민당국을 옹호했던 것과는 다소 달라진 태도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힘만으로는 배터리 공장을 지을 수 없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도 알았을 것이다"며 "이 때문에 합법적으로 비자를 풀어주겠지만, 그 대가로 기술 교육을 요구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태다. 미국 파견 길이 다시 열리고 대미 투자도 차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인력 양성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한 고심 역시 깊어지고 있는 것.
미국 조선업 부활을 위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한국 조선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작년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042660)은 "마스가로 고조된 한미 조선 협력 분위기가 경색되지 않도록 현지와 긴밀히 소통 중이다"고 설명했다.
HD현대(267250)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맞물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작년 7월 미국의 조선업 재건과 안보 강화 활동 지원을 위해 서울대, 미시간대 등과 조선 인재 양성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한국에서 양국 주요 대학의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진 40여명이 참석하는 '한미 조선협력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고, 오는 10월 미국에서 2회차 행사를 열 계획이다.
배터리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번 사태를 겪은 LG에너지솔루션은 구금된 인력이 복귀하고 비자 발급 절차가 개선되면 다시 인력을 보내 공장 건설을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단속된 한국인 대부분이 배터리 설비·장비 설치를 위해 현지에 머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을 다시 파견할 경우, 현지 공장에서 수개월 이상 체류하면서 공정 안정화는 물론 첨단 제조 장비의 조작법과 유지 보수 기술을 전수할 수 있게 된다.
또 해외 법인 확장과 함께 현지 법인에서 직원을 채용하고 업무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가 대부분 한국산이라서 기본적으로 한국 인력이 세팅해야 할 것이다"며 "설치 이후에도 수율을 올리려면 장비 운용 경험이 필수적인데, 이 모두 한국인의 도움 없이는 힘든 부분이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을 위해서는 비자 쿼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그동안 불분명했던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양국의 협의가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인력 양성이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캐나다 △멕시코 △호주 △싱가포르 △칠레에 전문직 비자 쿼터를 할당해 국가별로 매년 많게는 무제한으로 비자를 발급해 준다. 한국도 FTA 체결국이지만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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