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클로저로서 상황 있을 수도 있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8일(이하 한국시각) 공개된 일본 아베마(ABEMA)와 독점 인터뷰에서 오타니 쇼헤이의 보직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사령탑은 못을 박아왔지만, 불펜 보직 변경의 가능성도 전혀 없진 않아 보인다.
2023시즌 중 오른쪽 팔꿈치, 2024시즌이 끝난 뒤 왼쪽 어깨 수술대에 오른 오타니는 올해 6월에서야 마운드로 돌아왔다. 타석에서의 영향력이 그 어떤 선수보다 큰 오타니는 이례적으로 마이너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재활을 시작했고, 지난달 28일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다저스 이적 후 첫 승을 수확하는 기쁨을 맛보는 등 올해 12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이닝 두 차례, 2이닝 2회 등 차근차근 빌드업 과정을 밟은 오타니는 현재 투구수와 이닝에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무리해서 100구까지 던지고 있진 않지만, 5이닝은 물론 6이닝까지도 소화할 수 있을 정도까지 올라왔다. 로버츠 감독도 8일 아베마와 인터뷰에서 "오타니의 재활은 이제 끝났다. 전력으로 던질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할 정도다.
이제 '투수' 오타니를 향한 관심사는 포스트시즌에서의 보직으로 향한다. 선발 투수로 오타니는 1선발 역할을 맡겨도 될 정도지만, 문제는 다저스의 불펜이 너무나도 불안하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 경기만 보더라도 다저스의 불펜이 얼마나 문제인지는 잘 알 수 있다. 지난 6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맞대결에서 다저스는 1-1로 팽팽하게 맞선 9회말 '마무리' 태너 스캇이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4연패의 늪에 빠졌다.
문제는 이후 경기로도 번졌다. 지난 7일 경기에선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무려 8⅔이닝을 노히트로 막아냈으나,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기고 잭슨 홀리데이에게 홈런을 맞으면서 '대기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교체됐다. 그래도 3-1로 앞서고 있었던 만큼 연패 탈출이 매우 유력해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대참사가 발생했다.


야마모토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블레이크 트레이넨이 2루타-몸에 맞는 볼-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밀어내기 볼넷으로 3-2 추격을 허용했다. 여기서 다저스는 다시 한번 스캇을 투입했는데, 끝내기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3-4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며 5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8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다저스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21로 메이저리그 전체 29위, 내셔널리그 9위에 불과하다.
다저스는 올 시즌에 앞서 '디퍼(지급유예)'를 남발하며 불펜 보강에 열을 올렸지만,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부진 등으로 인해 이렇다 할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오타니의 마무리 보직 전환에 대한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다저스의 선발진은 오타니가 없더라도 탄탄한 편이다. 야마모토를 비롯해 클레이튼 커쇼와 블레이크 스넬, 타일러 글래스노우, 에밋 시한 등 자원은 넘쳐난다.
때문에 힘으로 1이닝을 찍어누를 수 있는 오타니가 뒤로 이동한다면, 다저스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 특히 일시적이었지만, 오타니는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미국을 상대로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뒷문을 걸어잠그며, 일본 대표팀의 전승우승을 이끌어낸 경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로버츠 감독은 단기전에서 오타니의 불펜 이동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내왔다. 이는 지금도 변함은 없다. 그러나 '가능성'은 열린 것으로 보인다. '아베마'와 인터뷰에서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를 선발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포스트시즌에서 경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클로저로서의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로버츠 감독이 오타니의 불펜 이동을 고민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오타니 룰' 때문이다. 오타니가 선발로 등판할 경우 마운드를 내려가더라도 지명타자로 뛸 수 있는 '오타니 룰'이 적용될 수 있는데, 불펜으로 등판하게 되면 오타니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오타니가 모든 경기를 완벽하게 막아내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한다.
로버츠 감독은 "만약 클로저로 등판한 뒤 교체가 된다면, 우리는 지명타자를 잃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클로저 기용은 신중해야 한다"고 고민 포인트를 밝히며 "교체가 된 후에도 경기가 이어진다면, 오타니는 타석에 설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타니의 기용법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분명한 것은 로버츠 감독도 오타니의 마무리 등판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