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총파업 예고…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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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파업 돌입 배경 및 핵심 안건 내용을 설명했다. / 이미정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파업 돌입 배경 및 핵심 안건 내용을 설명했다. / 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중구=이미정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주 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주 4.5일제’가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 뿐 아니라, 저출생·지역소멸 등 사회적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노조의 입장이다. 

◇ “주 4.5일제 도입해야”… 26일 총파업 예고 

금융노조는 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파업 돌입 배경 및 핵심 안건 내용을 설명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1일 실시한 전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4.98%라는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금융노조는 사측의 교섭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오는 26일 총파업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이번 교섭의 핵심 요구안으로 △주 4.5일제 전면 도입 △임금 5% 인상 △신규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노사공동 사회공헌활동 실시 등을 내걸고 있다. 

‘주 4.5일제’는 5일 근무일 중 하루는 한나절만 일하는 근로 체계를 말한다. 노동계에선 삶의 질 개선, 저출생 해소, 일과 가정 양립 등을 위해 ‘주4.5일제’ 도입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주 4.5일제’ 도입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재명 대통령이 ‘실노동시간 단축’을 국정과제로 포함시키면서 관련 논의는 최근 힘을 받고 있다. 

이날 금융노조는 과거 ‘주 5일제’가 금융권을 시작으로 처음 도입돼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후,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 내수 경기 진작 등의 긍정적인 영향을 일으킨 점을 강조하며 ‘주 4.5일제’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과거 주 5일제는 내수 경기를 되살리고 사람들이 지방을 더 자주 찾게 하면서 지방 소멸이라는 큰 과제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주 4.5일제 역시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새로운 전환점을 열어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저출생, 돌봄 부담 해소에도 ‘주 4.5일제’ 도입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며 “금융산업 내 출생아 수 감소 속도는 더 가파르다. 금융노조 산하 7개 은행의 출생아 수는 불과 9년 만에 63%나 감소했다. 여성 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금융산업 내의 저출생 문제는 우리 산업의 노동현장의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2년 금융노조가 주 5일제 합의를 이끌어낸 이후 대한민국 모든 사업장이 주 5일제로 전환되기까지 9년이 걸렸다”며 “앞으로 10년을 내다본다면 지금 당장 주 4.5일제를 시작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은 저출생과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주 4.5일제는 노동자의 여가시간 확대, 고액 연봉자의 배부른 투쟁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직면한 복합 위기를 풀어낼 구조적 해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 4.5일제 전면 도입와 실질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 이미정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 4.5일제 전면 도입와 실질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 이미정 기자 

김태희 여성위원장도 이날 현장 발언을 통해 힘을 보탰다. 김 위원장은 “노동시간을 줄이고 사회가 돌봄 부담을 함께 나눌 때, 여성의 어깨에만 지워졌던 짐이 가벼워지고 남성의 돌봄 참여도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며 “부모가 아이 곁에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저출생 시대에 필요한 진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사회적으로도 주 4.5일제 논의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대통령은 조속한 도입 의지를 밝혔고, 고용노동부 장관 또한 시범사업 추진을 언급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전히 ‘생산성 저하’와 ‘비용 부담’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는 20년 전 주 5일제 도입 당시의 반대 논리와 똑같다. 그때도 경제가 무너지고 나라가 망할 것이라 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주 5일제는 노동자의 삶을 개선했을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성장까지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 사측과 입장차 커… 3년만의 총파업, 현실화될까 

금융노조는 ‘주 4.5일제’와 더불어 임금 5%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양측의 입장차가 큰 만큼 교섭이 타결되긴 쉽지 않는 실정이다. 

최호걸 사무총장은 “교섭을 원만한 타결을 위해 5.0%로 수정 제안을 했음에도 사측은 현재까지 2.4%의 임금인상만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율도 반영하지 못해 실질임금을 삭감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공무원 임금인상율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상율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규 채용 확대와 관련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최 사무총장은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약속했던 신규채용 확대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적극적인 희망퇴직 실시로 정년만 단축됐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사측이 성실한 교섭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오는 16일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연 뒤, 26일 총파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총파업이 현실화된다면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파업이 얼마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느냐가 숙제가 될 전망이다. 고액 연봉자인 금융권 종사자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총파업까지 예고하자 한편에선 따가운 시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노조는 노동구조의 혁신과 사회 복합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선제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과연 노동계의 움직임을 시작으로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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