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우주(19, 한화 이글스)는 42분을 기다리고 또 던졌다. 그럼에도 152km 포심패스트볼을 뿌렸다.
지난 3일 대전 한화 이글스-NC 다이노스전은 5-5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 NC 김주원이 정우주의 초구 슬라이더에 헛스윙 한 뒤 중단됐다. 이미 9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연장 10회초에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경기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우주는 연장 10회초에 등판해 선두타자 김휘집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직후였다. 정확히 5개의 공을 던지고 원치 않는 휴식을 42분이나 가져야 했다. 투수는 갑자기 경기가 중단되면 어깨가 식기 때문에, 다시 마운드에 오르려면 예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다시 공을 던지면 부상 위험성이 크다.
그런데 한화는 이미 필승조와 마무리 김서현까지 소모한 상황. 다른 투수를 대신 가동하기도 쉽지 않았다. 또 투수에게 42분 정도의 중단이라면 충분히 등판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긴 했다. 정우주는 42분간 어깨는 물론 몸에 남아있던 열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고 해도 정우주는 베테랑이 아니다. 중~고교 시절에도 이런 경험을 얼마나 해봤을까. 분명히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정우주는 10회초를 잘 마무리했다. 경기 재개 후 김주원을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포심은 152km까지 나왔다. 최원준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1이닝을 삭제했다.
한화가 10회말에 황영묵의 끝내기안타로 6-5 승리를 따내면서 정우주에게 구원승이 주어졌다. 시즌 3승(3홀드)째. 아울러 시즌 평균자책점은 3.09다. 올 시즌 45경기서 43⅔이닝을 소화하면서 탈삼진 68개, 볼넷 17개, 피안타율 0.178에 WHIP 1.03.
신인이란 걸 감안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성적이다. 2025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다운 성적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포심 평균 151.1km. 슬라이더를 곁들이지만 최고 매력은 역시 포심이다. 포심 피안타율도 0.169에 불과하다. 지난달 2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는 9개의 포심만으로 세 타자를 삼구삼진 처리했다.
150km대 초~중반을 뿌리면서 제구 이슈가 거의 없다는 게 고무적이다. 지금은 간판 선발투수와 마무리로 자리잡은 문동주와 김서현도 제구 이슈를 극복하면서 지금의 자리까지 갔다. 반면 정우주는 시즌 초반엔 기복 있는 투구를 하다 시즌 중반부터 점점 안정감을 보여준다.
3일 경기까지 12경기 연속 무실점, 비자책 행진이다. 이 기간 13⅔이닝을 던지면서 안타와 사사구는 각각 6개만 내줬다. 시즌 WHIP와 거의 비슷한 수준.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 등 최근 구단 내 특급 영건들의 신인 시절보다 정우주의 올 시즌 성적, 내용이 좋다.

정우주의 보직은 준 필승조다. 사실 이 정도의 스피드와 구위, 잠재력을 보면 선발 한 자리를 꿰차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충분히 기다려 줄만한 선수다. 단, 한화가 워낙 토종 선발진이 좋아서 당장 내년에 정우주를 위한 자리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지금 이 역할을 소화하면서 1군의 맛을 확실히 보고 익히는 것도 정우주에겐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정우주를 시즌 중반 한 차례 1개월간 2군에 둔 걸 제외하면 1년 내내 정우주와 함께한다. 정우주는 그날 42분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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