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규제·과징금에 성장 제동…지방은행, 반사이익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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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3사./각 사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시중은행들이 상생금융 압박에 이어 과징금 부과와 규제 강화에 직면하면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덜한 지방은행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결과에 따라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연내 최대 9조5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은 최대 7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판매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KB금융의 경우 최대 4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순익의 약 8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외에도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담합 건에 연루돼 있는데 과징금 규모가 최대 2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국민·하나·농협은행은 수백억 원대 과징금이 예상되는 PD 담합에도 얽혀 있다.

문제는 과징금 규모가 커질 수록 대출 여력이 크게 쪼그라들 수 있단 점이다. 과징금 전액과 과징금의 600%가 추가 위험가중자산(RWA)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RWA는 은행이 보유한 자산의 위험도를 가중 평가해 산출한 값이다.

RWA가 늘면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이 불가피하다. CET1은 금융사의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이다. CET1이 낮아지면 은행의 대출 축소 압박과 자본 확충 부담으로 이어진다.

주주환원 축소로도 연결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충당금 인식이 불가피해 단기 순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조단위 과징금이 현실화할 경우 내년도 주주환원 확대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더해 시중은행에 도입될 상생금융지수도 부담 요인이다. 정부는 6대 은행(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기업은행)에 동반성장지수의 금융판 '상생금융지수' 도입을 가시화하고 있다.

상생금융 실적평가는 △중소기업 대출 공급 규모 △대출조건의 질적 개선 △중소기업 혁신금융 실현 △은행-중소기업 동반성장 의지 등으로, 체감도 조사는 △대출금리 △대출규모 △대출기간·만기연장 △기술금융·관계형금융 △동반성장·공정거래 등의 만족도로 책정한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면 RWA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대출은 상대적으로 가계대출보다 높은 위험도가 가중 평가되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의 RWA 가중치는 평균 15%지만 기업대출은 75%(해외 신용평가사 BBB+~BBB- 기준)로 주담대의 3배 수준이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경우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더 많은 자기자본을 쌓아야 하는 셈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권에 생산적 금융이 화두가 되고 있는만큼 이를 은행 평가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경쟁사보다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노력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RWA 조정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 대출 확대가 CET1 비율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지방은행은 과징금 이슈와 상생금융지수에서 벗어나 있어 상대적으로 성장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은행은 세율 인상 부담도 훨씬 낮다. 정부는 지난달 교육세율을 현행 0.5%에서 1%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육세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교육세율 인상이 통과되면 주요 시중은행은 각 사별로 1000억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방은행은 각 사별 수백억원 수준의 부담을 떠안을 전망이다.

김현수 연구원은 "지방은행은 대형 금융지주 대비 규제 불확실성이 낮고 정책 부담도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최정욱 연구원도 “당분간은 규제 리스크와 과징금 우려가 큰 대형 시중은행보다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지방·중소형 은행이 방어적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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