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부산 기싸움’으로 시작된 HVAC 경쟁...5년뒤 570조 시장 정조준

마이데일리
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경쟁을 시작했다. 양사는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기후산업국제박람회 2025'에 참여해 에너지 및 고효율 냉난방공조(HVAC) 기술력을 뽐내기도 했다. /각 사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 시장 규모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HVAC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 시장 선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내 1등 HVAC 기업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양사는 최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기후산업국제박람회 2025'에 참여해 HVAC 기술력을 나란히 공개하며 한차례 전초전을 벌이기도 했다. 공조 전문 기업으로서의 입지는 LG전자가 한 발 앞서 있지만, 스마트 연계와 소비자 체감 기술력에서는 삼성이 더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평가다.


◇글로벌 HVAC 시스템 시장 규모 2030년 570조 육박…차세대 먹거리 부상


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엔마켓이 발표한 단독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스템 시장 규모는 2025년 2992억8000만 달러(한화 약 416조7773억원)에서 2030년 4077억7000만 달러(약 568조643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성장률(CAGR)은 6.4%로 집계됐다.

글로벌 HVAC 시스템 시장은 주거·상업·산업 전반에서 냉난방 수요를 충족하는, 경제성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갖춘 솔루션에 대한 수요 증가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에너지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HVAC 기술에 대한 전 세계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각국 정부의 엄격한 규제 또한 HVAC 시스템 시장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높은 에너지 효율 기준 요구에 따라 건물과 시설 내 구형 시스템이 진보된 대안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등 시스템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친환경 건축 이니셔티브와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정부 주도 인센티브와 보조금도 이러한 추세를 촉진하는 요소다. 현대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HVAC 시스템 매력도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힘 입어 HVAC 관련 혁신 기술 개발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주요 업체들을 중심으로 실내외 공기 질에 대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공기 질을 개선하는 혁신적인 기술과 솔루션이 개발되고 있다. 고효율 공기 필터와 냉각 코일을 통해 미세먼지와 곰팡이, 박테리아 등 실내 공기 유해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혁신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2030년 글로벌 HVAC 시스템 시장 규모는 570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정수미 기자


◇#삼성·LG전자, 부산 기싸움 전초전...'체급 vs 내실' 전략 승자는?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HVAC 시스템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사가 최근 유럽 기업 인수를 잇달아 발표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독일 플랙트그룹을 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대형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 공장 클린룸, 산업·주거용 건물 등 다양한 시설에 냉각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특히 공기를 필터링·제습해 실내에 공급하는 에어핸들링유닛(AHU)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그간 가정·소형 빌딩 위주의 ‘개별 공조’ 한계를 넘어 산업용 시장까지 발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자체 보유한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b.IoT, 스마트싱스)과 플랙트의 제어 기술을 결합해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종합 HVAC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같은 시기 노르웨이 온수 솔루션 기업 OSO를 인수하며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OSO는 히트펌프와 보일러와 함께 쓰이는 스테인리스 워터스토리지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로, 유럽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기존 칠러, AHU, 실내기 등 라인업에 온수 솔루션까지 보강하며 포트폴리오 빈틈을 메웠다는 평가다.

시장 공략을 위한 양사의 차별화 전략도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서 대규모 인수를 통한 ‘체급 키우기’에 집중한다면, LG전자는 이미 확보한 기술력과 라인업을 바탕으로 ‘내실 다지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실제 LG전자는 지난해 말 공조 사업을 전담 조직인 에코솔루션(ES)사업본부로 격상해 B2B 핵심축으로 삼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생활가전(DA)사업부 산하 에어솔루션팀 체제를 유지 중이다.

기술 경쟁력에서는 아직 LG전자가 앞서 있다. LG전자는 대형 칠러 분야에서 국내 1위, 세계 5위에 오른 데 이어 무급유 자기베어링 기술을 독자 개발해 고효율·친환경 이미지로 입지를 굳혔다. 최근 3년간 매출이 매년 15% 이상 늘었으며, 올해 1분기 공조사업 매출은 3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와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협력을 체결하며 글로벌 빅테크 고객을 확보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를 통해 산업용 AHU 역량을 확보했지만 칠러 등 대형 냉각 장비에서는 아직 외부 의존도가 크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유럽 시장을 두고 양사의 경쟁이 특히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은 고효율·친환경 수요가 강하고, 가전과 공조 제품 간 연계가 중요한 시장이다. LG전자가 칠러부터 AHU, 실내기까지 풀 라인업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만큼 기술 기반에서는 한발 앞섰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삼성전자의 플랙트 인수도 사실상 LG 견제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삼성·LG, ‘부산 기싸움’으로 시작된 HVAC 경쟁...5년뒤 570조 시장 정조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