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지프가 첫 전기차 ‘어벤저’를 선보였다. 직접 시승해보니 가장 먼저 다가온 인상은 ‘차분함’이었다. 전기차 특유의 급출발·급제동이 덜해 주행이 매끈했고, 일상 도심에서의 편안함이 돋보였다. 전장 4.08m의 작은 차체와 10.5m 회전반경 덕분에 골목길과 주차에서 부담이 적었고, 321L의 트렁크와 34L의 실내 수납공간은 알뜰하게 짜여 있었다. 작은 차지만 도심 생활에 꼭 맞춘 실용성을 강조한 셈이다.
주행감은 ‘부드러운 응답’으로 요약된다. 115kW 모터와 270Nm 토크는 수치상으로는 넉넉하지만 과격하게 터지지 않고, 가속·감속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회생제동은 단계 조절 없이 기본과 B-모드 두 가지로 단순화했는데, 기본 세팅이 약하게 설정돼 내연기관차처럼 익숙한 감각을 준다. 덕분에 전기차에 익숙지 않은 운전자도 편하게 적응할 수 있다. 다만 급가속 시에는 전륜구동 특유의 토크 스티어가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승차감은 유럽차다운 단단함이 묻어난다. 과속방지턱이나 연속 요철을 넘은 뒤 차체가 빠르게 자세를 잡았고, 고속에서도 안정감이 유지됐다. 스티어링은 가볍고 반응이 순해 도심 운전에 부담이 없었다. 브레이크 페달도 초반 제동이 스폰지처럼 부드럽게 작동해 급제동의 불안감이 덜했다. 여러 시승기들이 공통적으로 ‘성급하지 않고 차분한 전기차’라는 점을 꼽은 배경이다.

배터리는 54kWh(NCM) 사양이 들어갔다.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292km, 전비는 5.0km/kWh(도심 5.4, 고속 4.6)다. 해외 WLTP 기준으로는 400km대라는 수치가 언급되지만, 실제 국내에서 체감할 수 있는 거리는 300km 전후로 보는 게 현실적이다. 급속충전(100kW)으로는 20~80% 충전에 약 24분이 걸리며, AC 11kW 완속충전도 지원한다. 장거리보다는 출퇴근·근거리 이동에 맞춘 설정이 뚜렷하다.
실내는 실용성이 강조됐다. 대시보드 선반과 콘솔을 포함해 다양한 수납공간을 제공하고, 중앙에 10.25인치 Uconnect 5 인포테인먼트가 자리잡았다. 무선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고, 전용 앱을 통해 원격으로 충전을 관리할 수 있다. 다만 2열 레그룸은 성인 남성이 타기에는 다소 비좁다는 지적이 많고, 알티튜드 트림에도 통풍시트가 빠져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관은 ‘작아도 지프’라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세븐 슬롯 그릴, X자 테일램프 그래픽, 곳곳에 숨겨진 이스터에그 등으로 개성을 살렸다. 블랙 루프(알티튜드 기본)와 다채로운 외장 컬러도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요소다. 200mm의 지상고와 615mm 시트 포지션은 일상 주행에서도 SUV다운 시야와 여유를 주며, 샌드·머드·스노우 모드와 내리막 주행 제어(HDC) 기능도 갖췄다. 물론 구조적으로는 전륜구동 기반이라 정통 오프로더의 성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내 판매가는 론지튜드 5290만원, 알티튜드 5640만원으로 책정됐다. 전기차 보조금을 감안하면 실구매가는 4000만원대다. ‘지프’라는 상징성과 도심 친화적 거동, 작은 차체에 알뜰한 수납, 차분한 전기차 세팅은 분명 장점이다. 반면 2열 공간과 주행거리 제약은 소비자가 분명히 고려해야 할 요소다.
결론적으로 어벤저는 “전기차인데 성급하지 않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도심 위주로 사용하면서도 지프의 디자인과 감성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작지만 존재감 있는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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