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우리 어떻게 해야 돼요? 말 좀 해주세요.”
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9월 일정의 첫 경기를 앞둔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에게 시즌 막바지 일정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이범호 감독은 오히려 기자를 보더니 “어떻게 해야 돼요?”라고 했다.

사실 지난달 31일 수원 KT 위즈전서도 이범호 감독은 기자를 보더니 비슷한 말을 던졌다. 당시 농담 몇 마디를 주고받고 넘어갔다. 애써 짓는 미소 속에 엄청난 성적 스트레스가 숨어있었던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올해 KIA는 되는 게 없다. 시즌 개막 전부터 부상자가 속출했고, 개막전서 김도영이 다치면서 사기가 확 꺾였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부상자가 계속 나왔고, 부상을 털고 돌아왔다가 다시 다친 선수들도 나왔다. 결국 곽도규, 김도영, 윤영철, 황동하, 이창진은 시즌 아웃 수순을 밟았다.
게다가 대다수 선수가 작년보다 부진하다. NC 다이노스와 3대3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도 큰 도움은 되지 않는 실정이다. 한재승이 잠시 반짝했지만, 김시훈은 구속 저하로 2군에 내려간 뒤 확대엔트리가 적용됐음에도 1군에 못 올라왔다.
타선은 작년보다 응집력이 확연히 떨어지고, 선발은 선발대로, 불펜은 불펜대로 말썽이다.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는 김도현은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부침이 심하고, 돌아온 이의리는 재활시즌인 걸 감안해도 많이 좋지 않다. 양현종도 작년 후반기를 기점으로 경기력이 떨어졌다.
타선이 안 터지고, 선발이 불안하면서 시즌 초반부터 불펜 소모가 많았다. 결국 전반기 막판부터 과부하 조짐이 보이고 흔들리더니, 후반기 들어 완전히 무너졌다. 전상현을 제외하면 불펜에 안정적인 카드가 사실상 사라졌다. 마무리 정해영과 야심차게 트레이드한 조상우의 부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5위 삼성 라이온즈에 3.5경기 뒤진 채 8위로 9월 일정을 맞이했다. 현재 KIA의 전력, 기세, 다른 구단들의 행보 등을 볼 때 KIA의 대역전 5강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2일 대전 한화전서도 무기력한 모습 끝에 3-21로 대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그러나 프로는 끝날 때까지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범호 감독은 2일 경기를 앞두고 “최선을 다하는데 뭔가 마지막, 계속 올해는 거기에서 조금 계속 그러네요. 고비를 넘어가려고 하면 계속 좀 못 넘는 생각이 좀 들어서. 우리가 잘 안 된 게 어떤 부분인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는데 불팬들이 아무래도 초반에 돌아가면서 많이 쓰다 보니까 체력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좀 들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 있는 선수들 가지고 또 성적을 내야 되고, 지금 있는 선수들 가지고 또 내년도 해야 되고 내후년도 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조금 안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 위기가 지나면 또 기회는 온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비록 내년, 혹은 내후년일지라도 말이다. 이범호 감독은 “또 잘 되는 시즌이 분명히 올 거기 때문에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긍정적이면 좋겠다. 팀에 충성할 수 있고 팀을 위해서 더 던질 수 있는 생각들로 바꿔놔야 한다”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좀 안 좋은 선수들의 보직을 쉽게 바꾸는 등의 행위는 긴 호흡으로 볼 때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게 이범호 감독 진단이다. 이범호 감독은 후반기 들어 크게 흔들리는 정해영에게 다시 한번 믿음을 줬다. 마무리 변화는 없다.
이범호 감독은 “뭔가 변화를 줘서 선수들이 올바르지 않은 생각들을 갖게 된다면, 그게 팀이나 미래를 봤을 때 기아 타이거즈라는 팀에 좋을 건 없다. 젊은 선수들이 팀을 위해서, 개인이 아니라 팀을 위해서 노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봤을 때는 너무 막 혼내고 쪼는 것보다는 이 선수들이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인내를 택했다. 그리고 차분한 대응을 통해 문제점을 하나하나 찾는 작업에 돌입했다. 일종의 오답노트 작성이다. 올 시즌 성적을 떠나 KIA의 미래를 위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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