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공지능(AI)이 컨택센터 산업의 판을 흔들고 있다. 이제 컨택센터는 단순 문의 응대 창구를 넘어, 고객 경험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AI 컨택센터(AICC, AI Contact Center)의 도입은 효율성, 매출, 노동 구조를 동시에 변화시키며 산업 전반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상담은 기업과 고객이 만나는 가장 치열한 접점"이라는 말이 실체를 갖는 시점이다.
2일 컨택센터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업들이 AICC 도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고객 경험(CX) 향상, 비용 절감, 인력 운용의 최적화라는 복합 과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 △금융 △공공 분야는 반복성·업무량이 크다. 이에 따라 AICC 도입 효과가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AICC는 기업 고객 전략의 중심 무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 현장은 AICC의 효과가 가장 먼저 입증된 분야다. 병원마다 반복적으로 겪는 예약 대기와 인력 부족 문제는 AICC로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
먼저 브로드씨엔에스(대표 차두선)는 자사 플랫폼 'EXONA'를 기반으로 전국 100여개 병원에 AI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세종병원은 AI 응대율 95%를 기록했다. 은평성모병원은 월 3만건 이상의 문의를 AI가 실시간 처리 중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챗봇 'GenTalk'을 통해 질환 상담까지 확장하며 단순 예약·안내를 넘어 환자 커뮤니케이션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환자가 10분 기다리다 전화를 끊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AI가 즉시 응대하면서 '대기→포기'가 '즉시→완료'로 바뀌었다"며 "환자 경험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고객 접점 규모가 방대한 만큼, AICC의 파급력이 더욱 크다. 실제로 은행·카드사 컨택센터에는 하루 수만건의 전화가 몰린다. 또 상담 품질과 처리 속도는 곧바로 고객 이탈과 매출에 직결된다.
다이퀘스트는 카카오뱅크에 AI 상담 솔루션 '인포채터4'를 공급해 고객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했다. 특히 고객 질문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존 대비 6분의 1로 단축하며, 빠른 적응력을 입증했다. "챗봇이 고객 질문에 얼마나 신속히 적응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 지표가 된 셈이다. KB국민카드, 삼성카드, 우리은행 등도 다이퀘스트의 챗봇·콜봇을 도입해 응대율과 업무 효율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브리지텍(064480)은 국내 대표 컨택센터 솔루션 기업이다.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다수의 금융권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자사 대표 솔루션인 '프론트 컨택 서비스(FCS)'는 △AI 웰컴 △버추얼 웨이팅 △인텔리전트 라우팅 등 6대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자동화와 개인화를 동시에 구현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두고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고객 이탈 방지라는 새로운 KPI를 창출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특히 고객의 성향과 상담사 이력을 매칭하는 '인텔리전트 라우팅' 기능, 생성형 AI 기반 시나리오 자동 생성 및 검수 도구 '플로우 스튜디오·스캐너'는 상담 운영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브리지텍은 자사 솔루션에 AICC 기술을 접목해 AI 오케스트레이션 엔진(AOE)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생성형 기반 AI 콜봇, 자동 업무 처리, 디지털 채널 자동 전환 등 고도화된 기능을 실현하며, 상담 인력 부족 상황에서도 고객 응대 연속성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공공영역에서도 AI 확산은 뚜렷하다. 국민과 직접 맞닿는 민원 창구 특성상, 상담 품질 개선은 곧 행정 신뢰도로 이어진다.
코난테크놀로지(402030)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STT(Speech-to-Text) 솔루션을 공급해 회의록 자동화를 구현했다. 또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대응센터에는 실시간 보이스봇을 적용해 보이스피싱 탐지 및 신고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공항 세관은 다국어 통역 AI를 통해 글로벌 여객 대응 효율을 높였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AI 상담은 단순 민원 응대를 넘어 인력 구조 개선과 행정 효율성 제고까지 실현하고 있다"며 "행정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는 'AI의 전면 대체론'에는 선을 긋는다. 유베이스는 'AI와 상담원의 공존 전략'을 강조하며, 단순·반복 업무는 AI가 맡고 감정 케어나 판단이 필요한 상담은 사람이 담당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제시한다.
실제로 이 같은 전략을 도입한 이후 주말·야간 콜 유입은 13% 감소했고, 상담사의 고객 정보 탐색 시간은 75%, 후처리 업무는 83%까지 줄었다. 상담사 만족도도 함께 상승하며, "컨택센터가 비용 센터에서 수익 센터로 전환된 첫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노동시장 측면에서도 AICC는 양날의 검이다. 반복 업무 감소로 상담사 이직률은 줄어들 수 있지만, 동시에 인력 구조 재편과 교육·보상 체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는 업계가 풀어야 할 다음 과제다.
다만 업계는 AI의 전면 대체론에는 선을 긋는다. "AI가 상담사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그림은 섣부르다는 판단이다.

유베이스는 'AI와 상담원의 공존 전략'을 강조한다. 단순·반복 문의는 AI가 처리하고, 상담원은 감정 케어와 판단이 필요한 복합 사안을 맡는다. 실제로 이 같은 운영 전략으로 주말·야간 콜 유입은 13% 줄었고, 상담원의 고객 데이터 탐색 시간은 75% 단축됐다. 후처리 업무는 83%까지 줄었다. 상담사 만족도까지 오르면서,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컨택센터가 비용 센터에서 수익 창출 센터로 전환한 첫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별로 요구되는 언어 모델과 데이터 구조가 상이한 만큼, AICC 시장의 승자는 맞춤형 솔루션 경쟁력에 달려 있다. 의료·금융·공공 분야를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는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 발전도 변수다. 초거대 언어모델(LLM)과 멀티모달 기술이 결합되면서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복합적 고객 경험 구현이 가능해졌다. 텍스트, 음성, 이미지까지 넘나드는 AI 상담이 현실화되면서 고객 접점의 차원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담은 산업별로 가장 민감하고 전략적인 고객 접점"이라며 "AI 컨택센터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기업의 고객 전략을 좌우하는 핵심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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