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 ‘SI 빅3’의 민낯…‘내부거래’ 없인 힘도 못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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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스템통합(SI) 빅3가 여전히 ‘그룹 울타리’에 갇혀 있다. /AI 생성 이미지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국내 시스템통합(SI) 빅3가 여전히 ‘그룹 울타리’에 갇혀 있다. 외부 시장에서 스스로 성과를 내기보다 계열사 일감으로 버티는 구조가 고착되며 ‘외부 경쟁력 실종’ 비판이 거세다

1일 SI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올해 상반기까지 내부거래 비중이 80% 안팎을 유지했고, 1분기만 따로 보면 그룹 계열사 매출 비중이 70%를 넘었다. LG CNS는 52%까지 낮추며 일부 개선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이 그룹 안에서 발생했다. SK AX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60% 안팎에 머물렀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으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이 검증되지 못하고, 계열사 특혜라는 불공정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최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대기업 내부거래 규율 강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특수관계사 매출 비중이 높은 구조에서는 기술과 서비스 경쟁력이 외부에서 입증되기 어렵다”며 “공정위의 감독 강도가 높아지면 SI 대기업은 더 정밀한 검증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외형은 각사 모두 견조하다. 삼성SDS는 2분기 매출 3조5000억원, 영업이익 2300억원을 기록했다. IT서비스 부문은 1조6000억원대였고, 클라우드 매출은 6600억원대로 전년 대비 20% 늘었다. 물류 플랫폼 매출도 2700억원, 고객사 2만개를 돌파했다.

LG CNS는 1분기 1조2000억원대, 2분기 1조4000억원대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고, AI·클라우드 매출 비중이 60%에 육박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SK AX는 판교 데이터센터를 그룹 계열사에 매각하며 자원을 재배치했고, AI·AX(에이전틱 AI) 전환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삼성SDS, LG CNS, SK AX. /각사

그러나 질적 지표는 부족하다. 삼성SDS는 클라우드 라인업별 수익성과 고객 순증가율 같은 세부 지표를 공개하지 않았다. 물류 플랫폼 역시 ETA 예측 정확도, 온타임율, 장애 대응 시간 등 성과를 대외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LG CNS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였지만 외부 매출의 질과 재계약률, 수익성 공개는 제한적이다. SK AX의 데이터센터 매각 효과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정부 공공사업에서는 빅3의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SDS 컨소시엄은 행정안전부 범정부 초거대AI 공통기반 1차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 규모는 90억원으로 크지 않지만, 70만 공무원이 활용할 AI 플랫폼의 초기 표준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데이터와 모델, 플랫폼의 소유·반출 조건이 불명확할 경우 벤더 락인과 세금 효율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PI 개방 범위, 중소기업 참여 구조, 보안·감사 체계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서는 “내부거래 80%”라는 숫자가 단순한 구조 문제가 아니라 공정경쟁 훼손, 글로벌 확장 지연, 규제 리스크 확대라는 세 가지 함의를 담고 있다고 지적한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LG·SK 빅3가 그룹 일감에 안주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공허한 구호에 머물 수 있다”며 “외부 매출과 수익성, 서비스 품질 지표를 수치로 투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굴레를 벗어날 유일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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