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와, (정)해영이 볼 좋던데요?”
KIA 타이거즈가 정규시즌 마지막 1개월 동안 불펜을 어떻게 운영할까. 지난달 31일 수원 KT 위즈전 6-7 대역전패는, 근본적으로 이범호 감독에게 큰 고민을 안겼다. 마무리 정해영의 시즌 7번째 블론세이브. 9월에도 정해영에게 마무리를 맡길 수 있을 것인가.

이범호 감독은 이 의문에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실행력을 보여줘야 할 시간이다. 단순히 정해영의 올 시즌 성적(52경기 2승7패26세이브 평균자책점 4.17)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정해영은 올 시즌 숱한 부진으로 위축돼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오는 악순환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피안타율 0.309, WHIP 1.57. 결과가 안 좋은 건 사실이다.
6-4로 앞선 9회말 2사 1,2루. 장성우에게 던진 몸쪽 포크볼이나, 김상수에게 풀카운트서 구사한 바깥쪽 슬라이더 모두 좋았다. 실투가 아니었다. 장성우와 김상수가 잘 쳤다. 단, 정해영은 이들에게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어 놓고도 더 공격적으로 승부하지 못하고 도망가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과론이다. 물론 신중해야 했다. 그러나 너무 조심하는 느낌도 들었다. 5위권과 3.5경기 차로 벌어진 KIA도 충격이지만, 정해영도 충격이다. 지금 상태로 정해영에게 마무리를 다시 맡길 수 있을까. 이미 열흘간 재정비도 하고 돌아왔다. 현 시점에서 2군에 또 보내는 것도 의미 없어 보인다.
정해영에게 셋업맨을 맡긴다면, 임시 마무리는 역시 전상현이 유력하다. 정해영만큼, 그 이상으로 이런저런 경험이 많은 셋업맨. 그러나 9월 한달간 잘 풀린다는 보장은 없다. 정해영이 안 풀리는 이상, 전상현까지 가는 길을 잘 닦아줄 필요가 있다. 결국 조상우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사실 정해영에게 끝내기안타를 날린 김상수(KT 위즈)가 이미 정답을 말해줬다. 김상수는 끝내기안타를 날린 뒤 취재진에 “와, (정)해영이 볼 좋던데요”라고 했다. 여전히 정해영의 공을 타자들이 만만하게 여기지 못한다는 얘기다.
정해영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공격적으로 승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결과가 너무 안 나와 위축되고, 조심스럽게 되는 게 사람이다. 그 마음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열흘 정비 후 포심 140km대 후반, 150km대 초반까지 회복했고, 포크볼과 슬라이더도 괜찮다. 이럴 때일수록 단순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범호 감독이 정해영을 계속 마무리로 밀어붙이든, 보직 교체를 하든 정해영 딜레마, KIA 불펜의 고민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열쇠는 정해영 본인이 쥐었다. 올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는 2026시즌 준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해영은 앞으로도 야구를 할 날이 했던 날보다 훨씬 많은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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