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 매기 강 감독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27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글로벌 특집으로 꾸며진 가운데 한민국 육상 계주 역사상 첫 금메달의 주역들과 전 세계를 사로잡은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강민지·Maggie Kang)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이자 게이츠 재단 이사장인 빌 게이츠(Bill Gates)가 출연했다.

요즘 가장 핫한 '케데헌'은 케이팝 슈퍼스타인 걸그룹 헌트릭스 '루미', '미라', '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 이들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케이팝 음악을 활용, 악귀 보이그룹 사자보이즈로부터 팬들 또한 지켜낸다.
'케데헌'은 지난 6월 공개된 이후 전 세계 43개국에서 1위에 올랐고, 누적 시청 횟수 2억 3600만뷰를 돌파하면서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 영화에 등극했다. '케데헌'은 현재도 기록을 경신 중이다. OST '골든' 역시 미국 빌보드 차트 '핫 100' 1위, 영국 오피셜 차트 1위에 올랐다. 또한 8곡의 OST가 모두 차트에 진입하는 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날 매기 강 감독은 유창한 한국어로 '큰 자기' 유재석, 작은 자기 '조세호'와 이야기를 나눴다. 매기 강 감독은 5살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한국계 캐나다인이기에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매기 강 감독은 "처음 캐나다에 갔을 땐 영어만 썼다. 부모님도 영어를 배우라고 그냥 뒀다. 집에서도 한국말을 안 썼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데 내가 6개월 만에 영어를 완벽하게 하더라고 한다. 그때 엄마가 한국어 책을 줬는데 내가 못 읽었다고 한다"며 "'어, 이러면 안 되지' 하셔서 그때부터 엄마가 앉혀놓고 공부를 시켰다. 일주일에 3~4번은 몇 시간을 한국어 받아쓰기도 하고 읽고 썼다. 진짜 하기 싫었는데 억지로 했다. 지금은 너무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캐나다로 이민을 갔지만, 매기 강 감독의 부모님은 다시 한국에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그때부터 여름방학을 전부 한국에서 보내는 등 자주 한국을 찾았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감성이 몸에 밸 수 있었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매기 강 감독은 "방학 때마다 한국에 와서 TV를 봤다. 여름마다 한국에 가면 그때 유행하는 히트송이 있었다. 사촌들과 노래방에 가서 인기곡들을 불렀다. 그런 기억들이 정말 좋았다"며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H.O.T였다. 진짜 팬이었다.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어머니가 항상 하셨던 말씀이 '너는 한국인이다', '한국어를 잊어선 안된다'였다. 그 말을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은 비록 캐나다 여권을 갖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100% 한국인이라고 느껴왔다"고 전했다.
애니메이션을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부모님이었다. 매기 강 감독은 "아빠가 영화를 되게 좋아하신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았다. 스토리를 쓰면 거기다 캐릭터 디자인과 장면을 그렸다. 우리 아빠가 그걸 보시고 애니메이션 책을 사주셨다"며 "그 순간부터 '아, 직업이 될 수 있는 거구나' 알았다. 그렇게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2D 애니메이션을 배웠다. 드림웍스에서 스토리 시험을 보고 합격했다. 그때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둘리', '들장미 소녀 캔디', '심슨 가족' 등을 좋아해 영향을 받았던 매기 강 감독은 드림웍스에서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작업을 했다. '슈렉3', '쿵푸팬더2', '미니언즈2' 등의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서 임했다.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는 시나리오를 시각화하여 표현하는 역할이라고. 각 신을 맡으면 카메라 앵글, 인물의 위치, 동선, 분위기 등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렇게 설계된 그림을 토대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다.
스토리보드 아티스트의 다음 단계는 스토리보드 슈퍼바이저다. 매기 강 감독은 이를 거쳐 스토리 구상 및 전체를 총괄하는 감독이 됐다. '케데헌'은 매기 강의 감독 첫 연출작이다. 이에 대해 그는 "애니메이션 일을 한 지 20년이 조금 넘었다. 오래됐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한국인으로서 한국문화를 담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었다. 또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들고 되게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런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하고, 그런 프로젝트가 나오면 나도 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래서 슈퍼바이저까지 하고 감독이 될 수 있는 포지션까지 가서 '내가 만들어 볼까?' 생각을 해봤다"며 "이상하게도 저승사자, 도깨비 이미지를 할리우드에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 아이디어와 비주얼이 떠올라서 자연스럽게 '데몬 헌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민담에 나오는 도깨비의 이미지를 활용, '케데헌'에서 도깨비의 얼굴을 한 악귀가 탄생했다. 검은 갓과 도포 차림으로 망자를 데려가는 무서운 이미지의 저승사자는 미스터리하지만 세련된 이미지의 매력 넘치는 저승사자로 재탄생했다. 유재석은 "저승사자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매력적으로, 멋있게 나왔다. 우리가 알던 저승사자가 저렇게 그려질 수 있구나 싶었다"고 감탄했다.
매기 강 감독은 "'데몬 헌터' 아이디어가 처음에 정해졌다. '데몬 헌터' 같은 건 신분을 숨기고 하는 일이 많지 않나. 여자 캐릭터들이 '데몬 헌터'를 하면서 할 수 있는 다른 직업이 뭔가 생각했다"며 "그때도 여러 스튜디오에서 케이팝을 이용한 영화나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어 했는데 아직 안 나왔다. 그것도 '내가 해볼까?' 해서 그 아이디어를 '데몬 헌터'와 붙이니까 괜찮았다"고 '케데헌'의 비하인드를 전했다.
'케데헌'의 구상부터 탄생까지는 무려 7년이 걸렸다. 매기 강 감독은 애니메이션 일을 한 20년 중 7년을 '케데헌'을 만드는데 투자한 셈이다. 그는 "우리가 공개 시간인 12시까지 기다렸다. 그냥 막 눈물이 나더라. 넷플릭스를 딱 틀어서 영화를 보니까 너무 기뻐서 그냥 눈물이 났다"며 첫 공개 당시 소감을 고백하기도 했다.
매기 강 감독은 "솔직히 영화를 만들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한국인들이 이 영화를 한국영화로 인정하실까 했다. 내가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도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오래 안 살았고 해외에서 많이 살았기 때문에 그런 게 좀 있다. 한국에서 안 사는 사람은"며 "그래서 고민을 했는데 너무 사랑해 주셔서 너무 고맙다. 케이팝 영화를 만들면서 세계에 우리 문화에 대한 모든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매기 강 감독은 "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팬들한테 너무 감사하다. 이 정도의 사랑을 기대하지 못했다. 남편에게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으면 더 이상 애니메이션 안 만들래'라고 했다. 그만큼 내 마음을 다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으니 감개무량하다"고 눈가를 붉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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