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美 260억달러 베팅 '제철·자동차·로봇' 삼각축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투자 규모를 다시 키웠다. 지난 3월 210억달러를 발표한 지 5개월 만에 50억달러를 더해 앞으로 4년간 총 26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규모 자체도 국내 기업 중 최대지만, 단순 금액보다 투자 방향이 더 눈길을 끈다.

이번 투자 핵심은 미래 산업 3대 분야인 △제철 △자동차 △로봇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과 공급망 재편 압박에 대응하는 동시에 현대차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두고 단순 산업적 차원을 넘어 외교 카드로도 해석된다. 미국은 반도체·배터리·철강·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동맹국 기업을 끌어들여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한국은 대규모 투자로 미국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제조업 강화'와 '일자리창출'을 핵심 국정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260억달러 투자는 이런 정책 기조와 정확히 맞물린다.

먼저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는 의미가 크다. 270만톤 규모로 건설되는 이 제철소는 저탄소 고품질 강판을 미국 현지에 직접 공급한다. 완성차 생산을 넘어 철강까지 밸류체인을 현지에서 갖추게 되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정책 리스크를 줄이고 미국 주요 전략 산업에 안정적으로 편입할 수 있다.


자동차 부문은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한다. 지난해 70만대 수준이던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고, △전기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등 다양한 라인업을 동시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부품·물류 그룹사들도 현지화를 강화해 배터리팩 등 핵심 부품 조달 체계를 구축한다. 이는 단순히 판매 확대 차원을 넘어 테슬라·토요타 등과 맞붙기 위한 생산 기반 확충으로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연간 3만대 규모 로봇 공장 신설이다. 단기적으로는 물류·서비스 로봇 수요 대응, 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와 모셔널(Motional)  등과 함께 △로봇 △자율주행 △AI 사업을 확장하는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향후 확대될 로봇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함으로써 단순 자동차 기업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그룹'으로 전환하겠다는 포석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 투자도 역대 최대인 24조3000억원으로 집행 중이다. 2024년 20조4000억원 대비 19%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세부적으로는 △연구개발(R&D)투자 11조5000억원 △경상투자 12조원 △전략 투자 8000억원을 각각 집행한다.

특히 EV 전용공장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다. 올해 하반기 기아 화성 EVO Plant를 완공하고 고객맞춤형 PBV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여기에 2026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에서는 초대형 SUV 전기차 모델을 시작으로 다양한 차종을 양산할 계획이다.

즉, 한국은 연구개발과 EV 혁신 허브, 미국은 생산과 시장 거점이라는 투 트랙 구도가 명확해지고 있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260억달러 투자는 미국 정부 정책에 대한 방어이자 기회 선점이다. 제철-자동차-로봇 삼각축으로 미국 전략 산업에 깊숙이 뿌리내리는 동시에 전동화·신기술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노린다.

궁극적으로 단순한 해외 투자가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제조업의 얼굴'로서 존재감을 재정의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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