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무려 200조원을 쏟아붓는다. AI·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첨단산업은 물론 조선·원자력 같은 전략산업까지 전방위 투자에 나서며, 한미가 함께 ‘제조업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는 초대형 승부수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낮 12시 33분쯤 시작해 오후 3시에 종료됐다. 한국 시간으로는 26일 오전 4시에 마무리됐다. 소인수 회담이 예정됐던 시간보다 30분 가량 더 진행돼 이날 한미 정상회담은 약 2시간 20분 가량이 소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났다. 그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미국 조선업을 매우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지금은 미국의 조선소가 황폐해졌지만 앞으로 한국과 협력해 미국에서 선박이 다시 건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기를 기대한다”며 “한미 동맹을 군사뿐 아니라 경제·과학기술 분야로 확장해 미래형으로 발전시켰을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진행된 워싱턴 D.C. 윌러드 호텔에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에서는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에 맞춰 열린 이번 행사에는 양국 기업인과 정부 인사 등 40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 주관 단체인 한경협 류진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김상현 롯데그룹 부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한국을 대표하는 총 16인의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AI 반도체 부문 세계 1위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세계 최대 규모 대체투자 운영사인 칼라일 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공동 회장,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세계 1위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게리 딕커슨 CEO, 생명과학 연구 장비 분야의 세계 1위 다나허 라이너 블레어 CEO와 구글, IBM, 보잉, 록히드마틴, 오픈 AI, GE,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기업의 최고위급 인사 21명이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국이 ‘윈윈’ 할 수 있는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해 조선·원전 등 전략산업, 반도체·AI·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고도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자”며 “동시에 양국 간 전략적 투자·구매를 통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자”고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마스가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한미 양국은 75년전 미 해군의 결정적 활약으로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승리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측에선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대표로 투자 계획을 밝혔다. 류진 회장은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견인하며 제조업 르네상스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1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에서부터 조선·원자력 등 전략산업, 그리고 공급망과 인재 육성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미국이 함께한다면, 제조업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단순히 생산시설 확대를 넘어,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부터 조선·원자력 같은 전략산업에 걸쳐 공급망과 기술을 공유하는 큰 틀의 상생협력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반도체·AI·바이오 등의 첨단산업과 조선·원전, 에너지·방산 등의 전략산업, 모빌리티·배터리·소재 등의 공급망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또 AI 시대에 새롭게 떠오르는 에너지 문제의 해결과 AI를 활용한 제조업 첨단화 등을 논의하고, 방산 및 우주 분야에서의 새로운 협력 아젠다를 모색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공동 연구개발(R&D)과 기술협력의 이니셔티브 제안 등 포부를 밝혔다.
특히 핵심 협력 분야로 꼽히는 조선업 분야에서는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의지다. 미 정부가 조선업 재건을 핵심 정책 과제로 내세운 만큼, 미국 우방이자 최고 수준의 조선 경쟁력을 갖춘 한국은 최적의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했다. 양국은 조선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한국의 신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등 에너지 전환과 핵심 광물 조달 등 공급망 분야에서의 협력은 물론, 양국의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위한 상호 간 조언도 이뤄졌다.

라운드테이블 직후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러트닉 장관 임석하에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계약 및 양해각서(MOU) 체결 행사가 개최됐다. 본 행사에는 조선, 원자력, 항공, 액화천연가스(LNG), 핵심광물 분야에서 총 11건의 계약·MOU가 체결됐으며, 양국 기업·기관 대표 약 60명이 참석했다.
먼저 조선, 원자력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 펀드 조성, 투자, 기술 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MOU가 6건 체결됐다. 항공, LNG 분야에서는 우리 기업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한 계약 및 MOU 4건, 공급망 분야에서는 우리 기업의 핵심 희소금속 대미 수출을 위한 MOU가 체결됐다.
HD현대, 한국산업은행과 서버러스 캐피탈은 미국 조선업, 해양 물류 인프라, 첨단 해양 기술을 포함해 미국과 동맹국의 해양 역량을 재건 및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십억 불 규모의 공동 투자펀드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삼성중공업과 비거 마린 그룹은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조선소 현대화 및 선박 공동 건조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MOU를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미국 민간 에너지 개발사업자인 페르미 아메리카는 미국 텍사스 주에 추진중인 ‘AI 캠퍼스 프로젝트’에 공급할 대형 원전과 SMR 기자재 관련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MOU를 체결했다.
대한항공은 보잉으로부터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362억불 규모)를 신규 도입하고, GE에어로스페이스와 엔진 구매 및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총 137억불 규모)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지난 3월 대한항공이 발표한 보잉사 항공기 50대 및 GE에어로스페이스 엔진 구매 건과는 별도의 추가 계약이자 대한항공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단일 계약이다.
김정관 장관은 “한미 간 제조업 협력이 르네상스를 맞도록 정부가 제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양국 기업에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가 창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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