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문화생활] 스토리텔링의 대가 앤서니 브라운展

맘스커리어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아빠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로 북적였다. 아이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책을 품에 안고 있었고, 그 앞에서는 한 할아버지가 정성스레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와 일일이 눈을 맞춘 그는 영국 출신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이다. 그는 6년 만에 열린 원화 전시를 기념해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는 전시장을 찾아 팬 사인회를 열었으며, 사흘 내내 긴 줄이 전시장 앞을 가득 메웠다. 미술관 관계자는 “준비된 책 350권이 모두 팔렸다”며 앤서니 브라운을 향한 인기를 전했다.

 

▲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사인을 받고 있다.[사진=김혜원 기자]
 

사인회 소식을 미처 알지 못해 책을 가져오지 못했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도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책을 읽어왔다는 한 남자 어린이는 여러 권의 책을 들고 와 일일이 사인을 받으며 뿌듯해했다. 이런 독자의 관심에 앤서니 브라운은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독자들은 열정적이다”라며 “그 열정이 내게 큰 에너지를 준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2일 개막한 ‘앤서니 브라운展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은 오는 9월 28일까지 진행된다. 전시장은 한가람미술관 제3·4전시실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입장 마감은 오후 6시 10분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성인 2만2000원, 어린이·청소년 1만6000원이며,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3인·4인 패키지도 판매된다.

 

▲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전시회장[사진=김혜원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50년 대표작을 총망라한 260여 점의 원화를 선보인다. 브라운은 1976년 데뷔작 <거울 속으로>를 시작으로 지난해 발표한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까지 총 57권의 그림책을 펴냈다. <우리 할아버지> <나와 스크러피, 그리고 바다> 등은 이번 전시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됐다. <나와 스크러피, 그리고 바다>는 세상을 떠난 형에게 바치는 헌정작으로, 작가가 현재 거주하는 마을 풍경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그림책에 관한 관심이 줄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유튜브,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에 밀려 그림책의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모에게 “아이와 그림책을 읽을 때는 어른이 텍스트를 읽어주고, 아이는 그림을 보면서 각자 다른 흥미를 느낀다. 그 차이에서 대화가 시작된다”라며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이 캐릭터는 어떤 기분일까?”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 같은 질문을 던져 볼 것을 조언했다. 부모와 아이가 대화를 나누며 보다 그림책을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이번 전시는 '참여형 전시'로 기획됐다.[사진=김혜원 기자]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기별·주제별 키워드를 교차 배열해 지루하지 않도록 구성했으며, 관람객이 작품 속 단서와 상징을 찾아가며 이야기를 완성하는 ‘참여형 전시’로 기획됐다. 그림책 속 장면을 원화로 만나는 즐거움은 물론, 곳곳에 마련된 체험 공간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추억을 선사한다.

전시회를 찾은 8세 여아는 “책을 읽어 본 적이 있어서 전시가 더 재밌게 느껴졌다”라며 “이미 읽은 책이었지만 다시 설명을 들으니 새롭다”라고 말했다. 앤서니 브라운이 실제로 개와 산책하던 동네가 그림책 배경에 등장한다는 사실 역시 어린이들에게는 신선한 발견이었다.

 

▲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원화 전시[사진=김혜원 기자] 

 

이번 전시에선 또한 어린이를 위한 창의예술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1101 창의에꼴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2017~2020년생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며, 형제 동반 시 2016년생까지 참여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는 작품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예술적 상상력을 키울 기회를 제공한다.  

 

▲ 전시회를 둘러보는 관람객들[사진=김혜원 기자]

 

전시 관계자는 “브라운의 독창적인 시각 예술과 이야기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날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원화 감상을 넘어, 그림책이라는 장르가 여전히 유효하고 풍성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체임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전시에 한번 방문해 보면 어떨까.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맘스커리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아이와 문화생활] 스토리텔링의 대가 앤서니 브라운展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