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2분기 줄줄이 적자… 단순 치킨게임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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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들이 올해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 뉴시스
저비용항공사들이 올해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항공사들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들이 2분기 적자를 기록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일각에서는 단거리 노선 공급 과잉에 따른 운임 인하 출혈 경쟁을 적자의 원인으로 꼽는데, 이보다는 외적 요인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부산 LCC 4개사가 공시한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전부 2분기에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2분기는 항공업계에 있어 전통적 비수기로 꼽힌다. 4∼6월은 초·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학기 중인 시기며, 이렇다 할 긴 연휴도 마땅치 않다. 또한 3분기 여름휴가를 앞둔 시기인 만큼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적은 시기로 꼽힌다.

특히 올해 2분기 LCC 4개사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손실 규모가 더 커지거나 실적이 적자로 전환해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제주항공은 2분기 별도기준 실적이 매출 3,154억원, 영업손실 450억원, 순손실 120억원 등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3% 감소했고, 영업손실 규모는 네 배 이상 커졌다. 여기에 올 2분기의 매출원가가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2분기 매출 규모를 소폭 넘어섰다. 판관비는 전년 동기 대비 큰 변동이 없다.

국내 주요 LCC들이 올해 2분기 달러 환율이 치솟은 영향으로 인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국내 주요 LCC들이 올해 2분기 달러 환율이 치솟은 영향으로 인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티웨이항공은 2분기 매출 3,780억원, 영업손실 790억원, 순손실 789억원 등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6%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규모나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2분기에 비해 세 배 이상 커졌다. 특히 올해 2분기는 매출 원가가 매출 규모를 넘어섰고, 판관비 규모도 전년 동기 대비 25.5% 늘어 적자 폭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진에어도 2분기 매출 3,061억원, 영업손실 423억원(적자전환), 순손실 157억원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진에어 역시 티웨이항공과 마찬가지로 매출원가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고, 매출 규모를 추월했다. 여기에 매출은 감소했는데, 판관비는 오히려 8.7% 증가했다.

에어부산의 경우 2분기 매출원가 및 판관비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2% 감소했다. 에어부산의 2분기 실적은 매출 1,714, 영업손실 111억원(적자전환) 등을 기록했다. 그나마 277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LCC 4개사의 공통점으로는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중과 판관비 비중이 크게 증가한 점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배경에는 ‘달러 환율’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2분기는 원·달러 환율이 치솟아 항공업계가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사진은 올해 4월 9일 오전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달러 환율과 코스피 지수.  / 뉴시스
올해 2분기는 원·달러 환율이 치솟아 항공업계가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사진은 올해 4월 9일 오전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달러 환율과 코스피 지수.  / 뉴시스

2분기 원·달러 환율은 한때 1달러당 1,500원에 가까운 수준까지 치솟았다. 실제로 지난 4월 8일 달러의 매매기준 가격은 1,486.5원을 기록했고, 이는 4월 9일까지 이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6일 1,597원 이후 최고치다. 이후 5월 중순 1달러 환율이 1,399원을 기록하며 1,300원대에 진입한 후 조금씩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6월말 기준 1,354원 수준에 그쳤다.

달러 환율이 치솟으면 항공업계에서는 부담이 상당하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구매·리스 비용과 정비비용, 항공유 대금, 해외 목적지 공항이용료 등을 달러로 결제한다. 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의 경우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달러 강세 현상으로 유가하락에 따른 비용절감은 크지 않았다.

여기에 각 항공사별로 대외적인 요인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의 경우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운항 안정성 강화를 통한 신뢰도 확보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2분기 운항편수를 전년 동기 대비 약 8% 줄였다. 항공기 운항 횟수를 줄였다는 얘기는 그만큼 항공기 가동을 줄였다는 것으로, 매출과 수익성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티웨이항공은 기재 도입과 노선 확장으로 인해 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은 6월에만 보잉의 B737-8 기재 2대를 도입했다. 또한 5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신규 취항했고, 지난달에는 캐나다 밴쿠버 노선 신규 취항을 알렸다. 신규 취항지인 만큼 티웨이항공은 타슈켄트와 밴쿠버 지점을 개설하는 데에 비용을 지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은 연초에 발생한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로 항공기 1대 손실을 비롯해 일부 항공기의 해외 외주정비 공정지연에 따른 운용 제약으로 불가피하게 운항을 감축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매출 규모가 줄고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항공권 특가 프로모션 출혈 경쟁이 LCC들의 2분기 실적에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항공사들이 마진 없이 항공권을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고, 2분기 4개 LCC의 탑승률이 85∼89% 수준을 기록한 만큼 대외적인 요인으로 꼽히는 달러 환율 영향이나 항공사별 신규 노선 취항 및 항공기 운용 제한 이슈 등의 비용 증가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반기보고서 별도재무제표 기준 2분기 실적
2025. 8. 21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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