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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
[맘스커리어 =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매주 토요일 아침 ZOOM을 통해 AI 특별교육을 수강하면서 지난 8월 16일 토요일 오전, 나는 ‘무료 ChatGPT 강의’라는 홍보 문구를 보고 고양 킨텍스를 찾았다.
인공지능 시대에 더 잘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강의실 문을 열었을 때, 300여 명 가까운 인파가 가득했다. 머리가 희끗한 50대에서 80대까지, 대부분이 “AI를 배우겠다”는 열망으로 자리를 채운 시민들이었다.
그러나 곧 실망감이 엄습했다. 강의 시작부터 이어진 것은 AI 교육이 아니라 보험상품 소개였다. 잠깐 협찬사 인사 정도라 생각했지만, 무려 70분간 보험 영업으로 이어졌다. 이때까지는 그냥 이해했지만 쉬는 시간마저 보험 설명으로 채워졌다. ‘무료 강의’는 사실상 ‘무료 보험 영업장’이었다.
34년간 금융권에 몸담았던 나로서 협찬 소개의 필요성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육은 실종되고 영업만 남은 자리에 앉아 있으려니 화가 치밀었다. 결국 나는 손을 들어 외쳤다.
“우리는 ChatGPT 배우러 온 것 아닙니까? 교육을 진행해 주십시오!”
강의장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황당했다. 진행 보조원들과 강사는 내게 퇴장을 요구했고, 심지어 경찰을 부르겠다며 휴대폰을 들었다. 진행 측은 나를 촬영하기 시작했고, 나도 억울해 촬영으로 맞대응했다. 강의장은 묘한 긴장감으로 얼어붙었다.
결국 나는 “함께 수강하러 오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자리를 나섰다. 그 순간 수강생들로부터 “옳은 말씀 하셨습니다”, “나가지 마세요”라는 만류가 이어졌다. 가슴이 먹먹했다. 그러나 더 이상 강의가 중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발걸음을 돌렸다.
킨텍스 하늘을 바라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고 이번 경험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시민들의 배움의 열망을 상업적 영업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다. 특히 이번 강의 참가자의 다수는 중·장년층 이상이었다.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배우고자 한 순수한 의지가 보험 청약서로 바뀌는 현실 앞에서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이날 경험은 내게 하나의 확신을 심어주었다. AI 교육은 결코 상술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지자체와 정부가 책임지고 공공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어제 읽은 신문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각 구청들이 주민 맞춤형 강좌를 열어 건강, 경제, 교육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마포구에서는 건강교실을, 서초구에서는 경제 특강을 운영하고 있었다. 구민들의 삶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공공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시민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교육의 모습이다.
AI 교육도 마찬가지다. 이제 AI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키오스크로 시작하는 은행 업무, 관공서 민원, 건강 관리, 식당의 음식주문, 가족 소통 등 어느 하나 AI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60대, 70대, 80대까지 모두 AI를 배워야 한다. 고령층이 디지털 격차에 갇히는 순간, 사회 전체의 격차가 심화되기 때문이다.
전국의 각 지자체 핵심 리더들은 지금이라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단순한 하루짜리 특강이 아니라, 생활 속 활용을 돕는 체계적 커리큘럼을 갖춘 공공 AI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장은 각 구청 등 강당을 활용하되 강사료를 지원하고, 시민 누구나 비용 걱정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킨텍스의 시간은 AI를 배우겠다고 참석한 많은 분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겼지만, 동시에 중요한 사실을 보여주었다. 토요일 아침 자발적으로 수백 명이 모일 정도로, 시민들의 배움 의지는 그만큼 간절하다는 것이다. 이 희망의 신호를 상술의 덫이 아니라, 공공 교육의 장으로 연결해야 한다.
AI 시대를 배우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그리고 그것은 상품 판매의 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기본 권리다.
맘스커리어 /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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