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글로벌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독자적인 소버린 인공지능(AI)를 만들 것”.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8일 서울시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에서 “소버린 AI의 여러 선택과 갈림길이 있지만 하나 분명히 알아야 하는 건 소버린 AI는 국내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소버린 AI는 자국 기술만으로 만들어진 AI 기술을 뜻한다. 최태원 회장은 글로벌 AI 패권 다툼이 치열해진 가운데 한국이 AI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독자적 AI가 필요하다고 봤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이천포럼은 6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 10월 CEO세미나와 함께 SK그룹의 핵심 연례행사로 꼽힌다. 2017년 최 회장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할 변화추진 플랫폼의 필요성을 제안하며 시작됐다.
올해 포럼은 'AI와 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을 의제로 사흘간 열린다. 첫날에는 ‘한국 AI 산업 생태계 구축과 SK의 전략적 역할’이 논의됐다. 세션에 참가한 국내외 연사자들은 글로벌 AI 시장이 막 개화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윌리엄 퐁 딕비 컨설팅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소버린 AI를 선보인 나라가 대략 7~8개 정도”라며 “향후 기술 개발 등에 따라 한국이 미국, 중국 다음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규모에서 한국과 다른 국가 간 간격이 큰 만큼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며 “만약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은 2030년 AI 시장에서 30위까지 떨어질 수 있고, 다른 나라에서 만든 AI 모델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이날 가장 인상 깊었던 논의로는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재편, 한국기업의 해법 모색’ 주제로 열린 첫 세션에서 언급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정책과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 정책은 전략적(Strategic) 관점에서는 상당히 예측 가능하다(predictable), 하지만 전술적(Tactical) 관점에서는 상당히 예측 불가능하다(unpredictable)라는 얘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대표되는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성공 신화의 배경도 공개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아사 직전까지 갔던 회사가 SK를 만나면서 세계 최초 HBM 개발, 글로벌 D램 시장 1위, 시총 200조원 달성 등 도약을 이뤄냈다"며 "이 모든 기적 같은 일들은 2012년 SK하이닉스가 SK그룹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SK의 원팀 정신과 과감한 투자,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없었다면 HBM 신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012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이후 적극적인 자금 투입을 통해 투자 여력을 확보했고 채권단 체제하에서 여의찮았던 대규모 장비와 설비 투자를 본격화했고,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인수된 다음 해인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다.
소버린 AI 개발을 위한 SK그룹의 과감한 투자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곽 사장은 "AI 시대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며 엄청난 크기의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다"면서도 "문 닫을 위기를 겪어내면서도 HBM을 만든 SK하이닉스는 결국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개막날인 이날은 최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곽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이석희 SK온 사장 등 계열사 주요 경영진과 학계 및 업계 전문가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19일에는 멤버사별 워크숍을 통해 운영개선과 '지속가능한 행복' 등 SK 고유 경영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 실행력 강화 방안이 집중 논의된다.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SK서린사옥에서 최 회장 및 주요 CEO들과 SK 구성원들이 함께 포럼 성과를 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된다. 이후 최 회장의 폐막 연설을 끝으로 이천포럼 일정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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