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부산 김경현 기자] 왼손 이승현(삼성 라이온즈)이 '천적'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아름다운 피칭을 선보였다.
이승현은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구속은 최고 145km/h, 평균 142km/h가 찍혔다. 직구(23구), 커브(25구), 슬라이더(22구), 체인지업(15구)을 구사했다. 총 85구를 뿌렸고, 스트라이크 비율은 69.4%(59/85)다.
시작부터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1회 한태양을 3루수 땅볼, 고승민을 2루수 땅볼, 손호영을 3루수 땅볼로 잡았다. 2회에도 1루수 땅볼-3루수 땅볼-2루수 땅볼로 이닝을 마쳤다.
3회 첫 출루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유강남을 유격수 땅볼로 잡은 이승현은 전민재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신윤후를 유격수 뜬공, 한태양을 루킹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수비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4회 고승민을 3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손호영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이날 처음으로 외야로 향한 타구. 빅터 레이예스가 중견수 방면으로 질 좋은 타구를 날렸다. 1루 주자 손호영은 안타로 판단했는지 일찌감치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타구는 중견수 직선타가 됐다. 곧바로 중견수 김성윤이 1루로 공을 뿌렸다. 낮은 탄도로 날아간 송구는 정확하게 1루수 르윈 디아즈 글러브에 안착했다. 더블 아웃 이닝 종료.
길어진 승부에도 이승현은 단단했다. 5회 주자 없는 1사에서 김민성과 11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꾸준히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했지만, 김민성이 잘 버텼다. 투수로서 흔들릴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이승현은 유강남을 좌익수 뜬공, 전민재를 2루수 땅볼로 정리했다.
6회 첫 점수를 내줬다. 선두타자 신윤후가 투수 방면 번트 안타로 출루했고, 한태양 타석에서 2루를 훔쳤다. 한태양은 헛스윙 삼진으로 정리. 고승민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1사 1, 2루에서 손호영에게 2-유간을 빠져나가는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레이예스에게 1루수 방면 땅볼을 유도했는데, 디아즈가 이를 놓쳤다. 1루수 포구 실책. 타구가 빠르긴 했으나, 정면이어서 잡아줄 법했다.
여기서 이승현의 진가가 나왔다. 1사 만루에서 윤동희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했다. 김민성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추가 실점을 막았다.
7회부터 이호성이 등판, 이승현의 배턴을 넘겨받았다. 이후 삼성은 7회에만 대거 6실점, 3-7로 리드를 내줬다. 이승현의 승리 요건도 사라졌다. 8회 김영웅의 동점 만루 홈런과 9초 디아즈의 역전 1타점 적시타로 다시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9회말 롯데의 마지막 공격, 황성빈이 극적인 동점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11회까지 가는 승부 끝에 양 팀은 8-8로 비겼다.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다. 지난 7월 4일 LG 트윈스전 8⅓이닝 1실점으로 시즌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그리고 이날 두 번째로 6이닝을 소화하며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다.
이승현의 피칭은 압도적인 '타구 지배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총 18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았고, 그중 15개가 땅볼이다. 3개는 삼진, 1개는 내야 뜬공이다. 외야로 나간 타구는 단 2개다. 안타 3개와 실책 타구를 더해도 6개에 불과하다.
경기 전까지 이승현의 땅볼/뜬공 비율은 1.06(89/84)으로, 1대1에 가까운 분포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은 대부분의 타구를 내야에 가뒀다. 날카로운 제구력과 빼어난 구위가 동반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롯데 상대이기에 더욱 놀랍다. 이승현은 이날 전까지 롯데전 2경기 무승 2패 평균자책점 10.00으로 매우 약했다. 2경기 이상 등판한 팀 중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이다. 통산 롯데전 또한 21경기 1승 4패 6홀드 평균자책점 5.30에 불과하다.
삼성은 스윕은 실패했지만 이승현이란 수확을 얻었다. 지금처럼 투구한다면, 리그 최강 5선발 칭호는 이승현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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