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여성 팬 잡아라”…야구장은 지금 ‘브랜드 전쟁터’

마이데일리
롯데자이언츠 유니폼 키링 스낵 기획세트. /세븐일레븐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국내 프로야구가 2030 여성 팬층 유입이 급증하면서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이자 마케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는 전반기 첫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2년 연속 1000만 관객 달성이 유력해졌다. 팬들의 응원 열기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사, 패션, 뷰티, 식음료(F&B) 등 다양한 기업이 인기 구단과 협업해 굿즈, 간식, 주류, 팝업 이벤트를 잇달아 선보이며 ‘베이스볼 이코노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야구 마케팅에 나선 곳은 편의점업계다.

GS25는 최근 올해 리그 1, 2 위를 다투고 있는 LG트윈스·한화이글스와 손잡고 한정판 굿즈와 간식, 주류를 선보였다. LG트윈스 협업 핫도그와 보냉백은 출시와 동시에 팬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화이글스와는 대용량 텀블러·부스터샷·40주년 기념 와인 등을 출시해 프리미엄 굿즈 전략을 강화한다.

GS25 스포츠 특화 매장은 일반 매장 대비 매출이 3.8배, 방문객 수는 3.1배 늘었다.

이정표 GS리테일 마케팅부문장은 “올 시즌 주목받는 1·2위 구단과의 협업을 한층 강화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LG트윈스·한화이글스 굿즈. /GS리테일

세븐일레븐은 오는 22일부터 롯데자이언츠 유니폼 키링이 포함된 스낵 기획세트를 출시하며 팬들의 ‘굿즈 수집 본능’을 자극한다. 롯데웰푸드의 가나초코바, 빼빼로 등 인기 간식과 함께 키링 34종 중 1종이 랜덤으로 들어 있다.

올 상반기 롯데자이언츠가 22경기 연속 매진 기록을 세우는 등 흥행 열기가 이어지자, 세븐일레븐이 지난 5월 출시한 ‘거인의 함성, 마!’ 시리즈는 3개월 간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다.

박선경 세븐일레븐 MD(상품기획자)는 “야구가 IP 기반 콘텐츠 산업으로 진화하면서 재미, 소장욕구 등을 갖춘 야구 콘텐츠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CU의 경우 지난 6월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구단의 홈구장인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팬덤 전용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당 팝업은 1주일간 객수는 전주 동기 대비 872.1% 급증했다. 단독 출시한 ‘연세우유 먹산 생크림빵’은 출시 6일 만에 12만개 이상 팔리며 디저트 매출 1위 상품에 오르기도 했다.

자이언츠 매치데이. /롯데마트

롯데마트도 온라인 플랫폼 ‘롯데마트 제타’를 통해 지난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자이언츠 매치데이’를 열고 현장 치어리더 공연, 게임 부스, 포토존, OX 퀴즈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했다.

송자용 롯데마트·슈퍼 e브랜드마케팅팀장은 “팬들 간 접점을 넓히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과 혜택을 제공하고 매치데이를 열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조기 입장 서비스 ‘제타 페스트트랙’과 쇼퍼백·휴대용 테이블 경품 이벤트는 9월까지 이어진다.

프로야구 마케팅 열풍은 뷰티·패션·외식·레저업계까지 번지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메디힐은 이달초 ‘KBO 에디션 마스크팩’을 올리브영 팝업스토어에서 선보이며 젊은 여성 팬과의 접점을 넓혔다.

무신사 29CM가 선보인 NFC 탑재 ‘야구 키링’은 출시 한 달 만에 1만개가 팔렸다.

형지엘리트 스포츠 브랜드 ‘윌비플레이’는 KBO와 협력해 ‘1982 DDM’ 프로젝트를 전개, 리그 원년의 동대문야구장 헤리티지를 레트로 의류로 재해석했다.

현대백화점에서 진행한 야구단 팝업스토어는 84일간 매출 26억원을 기록했다. 일 평균 매출이 3100만원으로 일반 패션 팝업보다 매출이 55% 높았다.

지난 3월 오픈한 GS25 한화생명볼파크점과 이달 10일까지 운영된 서울 성수동 올리브영N 성수에서 열린 ‘KBO X 메디힐 콜라보 에디션’ 팝업스토어. /GS리테일·메디힐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해 브랜드 협업 문의는 전년 대비 3~4배 증가했다. 시즌이 길고 팬 충성도가 높은 프로야구의 특성상, 장기적인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팬들에게 유니폼과 굿즈는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팬 정체성을 보여주는 필수 소비재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KBO가 짧은 경기 영상을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저작권을 완화한 것도 굿즈 소비를 촉진하는 요인이 됐다.

야구장 마케팅의 중심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렌드를 주도하는 2030 여성 팬층이 있다. 지난해 야구장 관중 중 여성 비중은 55.5%로 남성(44.5%)을 앞섰고, 2030 여성 팬의 연평균 굿즈 구매액은 23만~27만원으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올해 KBO리그는 1200만 관중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역성과 세대 간 공감대, 강력한 팬심이 결합해 굿즈를 통한 자기표현 소비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포스트시즌과 한국시리즈 등 대형 이벤트가 이어지는 하반기에도 야구 콜라보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2030 여성 팬 잡아라”…야구장은 지금 ‘브랜드 전쟁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