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토할 뻔했어요"
두산 베어스 윤태호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14차전 홈 맞대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4이닝 동안 투구수 55구,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두산은 경기 초반 예상치 못한 변수를 겪었다.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던 선발 최승용이 검지 손톱 깨짐 증세로 인해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가게 된 까닭. 여기서 두산은 지난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전체 49순번으로 지명한 윤태호에게 데뷔 첫 1군 등판의 기회를 안겼다. 그리고 윤태호는 기대 이상의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3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윤태호는 첫 타자 김태군을 우익수 뜬공으로 요리 하더니, 후속타자 박민을 삼진, 박찬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4회 김선빈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으나, 최형우를 10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무실점을 마크, 5회에는 병살타를 곁들이며 KIA의 공격을 깔끔하게 막아냈다.
2군에서 선발로 준비를 해왔던 만큼 윤태호는 6회에도 모습을 드러냈고, 박민을 3루수 땅볼, 박찬호를 좌익수 뜬공, 김호령을 3구 삼진으로 묶어내며 4이닝 무실점 데뷔전을 갖게 됐다. 이날 두산이 경기 초반의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면, 윤태호는 데뷔 첫 선발 승리까지 노려볼 수 있었지만, 9회초 수비에서 역전을 허용하면서, 첫 승리는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는 점. 조성환 감독 대행은 경기가 끝난 뒤 "윤태호의 배짱있는 투구도 칭찬하고 싶다"며 "포수 사인에 고개 한번 흔들지 않고 과감히 던지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마운드 운용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향후에도 1군 마운드에서 기회를 줄 뜻을 밝혔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던 최승용의 교체, 윤태호는 언제부터 등판을 준비했을까.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윤태호는 "2회말 공격이 끝나자마자 바로 준비를 했다"며 "기사를 봤더니 감독님께서 조금 여유로운 상황에 올려주신다고 하셨는데, 갑작스럽게 타이트한 상황에 올라갔는데, 다행이 운이 잘 따랐던 것 같다"고 웃었다.
"처음에 들었을 때 놀라기도 했고, 긴장도 많이 했다. 하지만 자신 있게 내 공만 던지자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KIA 쪽에서 나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내 강점을 살려서 직구 위주로 투구를 했더니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며 '긴장되진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마운드에서 토할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윤태호는 2022년 두산의 지명을 받은 뒤 부상을 겪고 현역으로 입대하면서, 입단 4년 만에서야 처음 1군 데뷔전을 가졌다. 하지만 이날 투구로 윤태호는 1983년 장호연, 1986년 박노준에 이어 베이스 사상 역대 세 번째로 프로 데뷔전에서 4이닝 이상 무실점을 기록한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KBO리그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2020년 허윤동(삼성) 이후 무려 5년 만이었다.
그는 "첫 시즌에는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군대를 다녀왔다. 원래 내향적이었는데, 외향적으로 성격도 많이 바뀌었고, 체격도 좋아졌다. 그런데 또다시 캠프에서 부상을 당해서 상심이 컸는데, 권명철 코치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구단 3번째 위업에 대해서는 "두산 베어스 역대 세 번째에 이름을 남기게 돼 굉장히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첫 승이 아쉽진 않았을까. 윤태호는 "나는 괜찮았다. 4이닝 무실점만으로도 만족한다. (김)택연이가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안 좋았을 뿐"이라며 "원래 최고 구속은 152km였는데, 오늘은 만원 관중의 응원 소리를 들으면서 힘이 더 나더라.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돼 153km로 최고 구속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윤태호는 2022년 SSG 랜더스의 1차 지명을 받은 윤태현의 쌍둥이 동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윤태현이 먼저 데뷔한 것을 보면서) 많이 부러웠다. 신인 시절에 데뷔를 했기에 많이 부러웠는데, 이제는 내가 더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걔는 아직 4이닝 무실점을 못 해보지 않았나. 맞대결을 하더라도 내가 무조건 이길 것"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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