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 경기, 한 경기에 너무 의미 안 뒀으면 좋겠어요.”
최근 은퇴를 선언한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클로저 오승환(43, 삼성 라이온즈)은 지난 13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후배 투수들에게 위와 같이 말했다. 한~두 경기 부진했다고 고개 숙이지 말고, 반대로 한~두 경기 잘했다고 들떠도 안 된다는 얘기다.

오승환도 사람이다. 전성기에도 1년에 두~세 차례 블론세이브를 하고 끝내기안타도 맞았다. 그러나 그는 별 다른 마인트컨트롤 없이 “오늘 결과가 안 좋으면 다른 것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빨리 빨리 경기에 또 나가서 세이브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오승환은 “연속 실패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실제 오승환은 경기를 망쳐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다름 경기를 또 무덤덤하게 준비했고, 같은 상대, 같은 타자를 잡아내며 존재감을 확인했다.
물론 오승환 역시 자신도 옛날엔 그게 쉽지는 않았다고 인정했다. 끝내기안타 혹은 끝내기홈런, 블론세이브를 한 뒤 말이 쉽지, 훌훌 털어내고 기분 좋게 웃으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너무 아무렇지 않아도 안 된다. 그런 경기서도 뭔가 교훈은 있어야 한다.
오승환은 결국 KBO리그는 1경기가 아닌 144경기라고 강조했다. 한 경기 결과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안 해야 평정심을 갖고, 자신의 루틴대로 꾸준히 시즌을 준비하고 치를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인 이상 상처를 안 받을 순 없지만, 그래도 어쩌랴. 과도한 스트레스는 자신의 정신건강에 안 좋다. 그냥 털어내야 한다.
오승환의 이 얘기를 KIA 타이거즈 마무리 정해영과 셋업맨 조상우도 새겨들으면 좋겠다. 두 사람은 이미 꽤 경험도 쌓았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경력도 갖춘 선수들이다. 그러나 올해 야구가 좀 안 풀리는 게 사실이다. 냉정히 볼 때 현재 KIA 필승계투조에서 정해영과 조상우보다 전상현과 성영탁이 안정적이다.
정해영은 15~1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서 잇따라 타격을 받았다. 15일 경기서는 포수 한준수의 결정적 3루 악송구로 허무하게 블론세이브를 안았다. 그리고 16일 경기서는 변명의 여지없이 부진했다. ⅓이닝 2피안타 1볼넷 2실점했다.
조상우는 이미 후반기 극심한 부진으로 2군 정비를 하고 돌아왔다. 최근엔 엄격히 말해 필승조도 아니다. 성영탁이 일단 조상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15일에는 전상현과 성영탁이 2연투 관계로 못 나왔고, 조상우는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16일에는 9회말 1사 만루에 올라와 끝내기안타를 맞았다. 2구 147km 투심은 여지없는 가운데 실투였다.
정해영은 49경기서 2승6패26세이브 평균자책점 3.48, 피안타율 0.307, WHIP 1.56이다. 스피드 대비 구위가 좋은 투수지만, 요즘 마무리로 이날 최고구속 144km라면 리스크가 있는 건 사실이다. 조상우는 54경기서 4승6패25홀드 평균자책점 4.80. 조상우 역시 20대 시절 구위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고 이 리그에 이들만한 셋업맨과 마무리가 있느냐, 그건 또 아니다. 이들만큼 수년간 꾸준히 실적을 쌓아온 불펜투수가 리그에 많지 않다. 당장 폼 좋은 성영탁과 전상현에게 8~9회를 맡긴다면? 역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6~7회와 8~9회는 부담감의 차이가 크다. 왜 역할을 안 바꾸냐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성영탁과 전상현의 6~7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해영과 조상우가 올 시즌 고전하는 건 맞지만 보직 변경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정해영과 조상우도 과제는 분명히 있다. 오승환의 조언대로 냉정하고 차분할 필요도 있고, 투구 복기를 확실하게 할 필요도 있다. 결국 KIA의 9시 야구는 이들이 해결해야 한다. 별 다른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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