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연 칼럼] 광복 80주년 실용적 통일 담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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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통일 논의에서 여전히 반복되는 말들은 "민족의 염원" "피는 물보다 진하다"와 같은 과거의 구호들이다. 그러나 이런 추상적 문구만으로는 오늘의 청년 세대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통일을 실질적 국가 전략과 삶의 기회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해야 한다. 통일은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으로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에 필자는 다음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통일을 제시한다.

첫 번째로는 인구 절벽 해결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젊은 인력은 노동력 부족과 병역 자원 감소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또한 지역할당제 등 각 지역에 골고루 북한의 젊은 인력을 보낸다면 지방소멸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통일 시 약 7천만 명 규모의 단일 시장이 형성되는 등 내수 시장이 확대될 것이며, 특히 제조·소비재·플랫폼 산업에 새로운 수요가 창출된다고 예상한다.

또한 통일은 자원과 물류 네트워크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북한의 풍부한 광물·에너지 자원과 유라시아로 이어지는 육로 물류망은 여태 고립돼 있던 대한민국 경제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로 재조명될 것이다. 

더불어 매년 약 50조 원에 달하는 국방비 일부를 교육, 복지, 기술혁신에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발전이 더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발전이 기대되는 통일된 한반도는 동북아 경제 허브로 부상하며 세계 금융·투자 자본이 대규모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에 더더욱 발전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와 같은 투자를 통해 부동산·기술·인프라 개발 등 전방위적 경제 활성화를 촉발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전망은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장밋빛 미래일 뿐이다. 통일은 자동적으로 좋은 세상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회와 함께 거대한 위험이 동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될 것은 체제·문화의 격차다. 80년간 분단된 남북은 정치 체제, 경제 구조, 언어 사용, 문화 코드가 크게 다르므로 단순히 두 나라를 하나로 합친다는 병합식 접근은 불가능하다. 이와 연결돼 경제 격차와 인프라 차이로 인해 남한이 북한을 '아래로 보는' 시각이 생기는 등 사회적 낙인과 갈등이 생길 수 있고, 이는 혐오·차별·배제의 프레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법·제도 통합 없이 흡수식 통일이 이루어지면 행정 혼란과 사회 불안이 심화할 수 있기에 제도적 충돌에도 대비해야 한다.

통일은 "무조건 해야 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이때, '지금의 대한민국'을 그대로 들고 갈 것인가.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피해서는 안 된다. 지금 대한민국의 구조를 그대로 통일 후에도 적용하는 것이 옳은가? 기득권 중심의 경제, 세습화된 교육, 서울 중심 자원 편중 구조가 북한까지 확장된다면, 통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통일은 또 하나의 '부담'을 만드는 과정이 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의 대한민국 체제가 가진 불평등과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통일은 목표가 아니라 방법이다. 

그 방법을 통해 어떤 한반도를 만들 것인지, 경제·사회·문화 비전이 분명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비전을 세우는 것은 누가 돼야 할까. 필자는 청년들이 통일 설계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단은 청년이 만든 것이 아니지만, 통일 이후의 한반도는 청년이 만들어야 한다. 지금 청년 세대는 비정규직, 학자금 대출, 부동산 양극화, 세대 격차 속에서 살아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짐'으로서의 통일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그러므로 더더욱 청년이 통일의 방향과 설계를 주도해야 한다. 다음 세대의 주인은 지금의 청년이다. 통일 이후의 한반도가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국가가 될지, 공정과 지속 가능성을 구현하는 국가가 될지는 이 세대의 선택과 설계에 달려 있다.

끝으로 통일은 목적지가 아니라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어야 한다. 지금의 한국이 가진 구조적 불평등, 세습화된 기득권, 수도권 중심 편중, 기회의 사다리 붕괴 문제를 그대로 끌고 가는 통일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통일을 '부담'이 아니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먼저 대한민국의 기초 체력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일은 새로운 시장, 자원, 인구를 품는 국가 확장의 기회이자, 경제·사회·제도의 틀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우리는 이 전환점을 통해 지금보다 공정하고 지속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더 나은 대한민국, 더 건강한 대한민국, 더 튼튼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 통일은 그 길 위의 한 과정일 뿐, 결코 그 자체가 끝이 돼서는 안 된다.

이다연 (사)동반성장연구소 이사 / (주)더블유시즌 대표이사 /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 농업경제학 전공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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