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더발리볼>이 새롭게 창간했다. 프로배구 소식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프로 선수를 꿈꾸는 유망주들의 이야기도 소개하는 것도 <더발리볼>이 해야 할 일이다. 이번 호에 소개할 고교 팀은 5월에 치러진 2025 익산보석배 전국 중‧고 배구대회 남고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제천산업고다. 젊은 스타들을 연이어 배출하며 새로운 시대의 배구 명가로 거듭나고 있는 제천산업고로 <더발리볼>이 발걸음을 옮겼다.
새 시대의 배구 명가 제천산업고 “스스로를 찾아가는 게 핵심”
1980년에 창단한 제천산업고 배구부는 마낙길 · 이성희 등의 유명 선수를 키워내며 꾸준히 명문팀 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최근에는 몇 년 사이 리그와 대표팀의 슈퍼스타로 거듭난 임동혁 · 임성진 · 정한용을 모두 배출한,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배구 명가로 이름을 드높였다. 이외에도 김도훈 · 박상하 · 박유현 · 서원진 등의 현역 V-리거들이 모두 제천산업고를 거쳐 갔다.
제2의 임동혁과 임성진을 꿈꾸는 유망주들은 무더운 여름에도 7월 30일부터 치러지는 대통령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을 이끄는 스승 배규선 감독과 이수민 코치 역시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배 감독은 팀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자율성을 언급했다. 그는 “2013년에 코치로 부임했을 때부터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심어주고자 했고, 스스로가 하고자 것들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우려고 했다. 그간 운동부라고 하면 워낙 강압적인 분위기가 일반화돼 있었지만, 시간이 더 오래 걸리더라도 그런 분위기를 멀리 하고 선수들이 어 떻게 해야 할지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만들어주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남들이 보기에는 얼마든지 우승을 몇 번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성적이 기대 이하일까 싶기도 한가 보다. 하지만 지금 프로 무대에서 우리 학교 출신 선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고 스스로를 찾아가는 배구를 강조했다.
그렇게 선수들이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역시나 큰 걸림돌은 운동과 학업의 병행이다. 선 수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지만, 운동에 100% 집중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선수들도 학업 성적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 부분조차도 본인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옆에서 도움은 줄 수 있지만, 그 이후는 학생들의 몫”이라 고 운을 뗀 배 감독은 “솔직히 예전에는 체력 운동을 할 시간이 충분했다. 지금은 선수들이 7교시 끝나고 운동을 시작한다고 하면 볼 운동만 하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잔부상이 늘어 나는 것 같다. 체력 운동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충분히 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덧붙여 그는 “개인적으론 특정한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그 분야에 파고들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여기서 운동을 하는 선수들은 배구에 파고들어야 하는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이 학업을 등한시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운동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특성화고라 2~3학년은 실습 위주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는데, 배구부의 2~3학년 선수들에게도 그런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솔직히 여기까지 왔으면 다른 길로 틀기가 쉽지 않은 선수들이 대 부분이다”라며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게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제천산업고는 꾸준히 배구 명가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 감독은 “배종기 교장선생님 이하 교직원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은 훈련-대회 출전 등의 기회를 최대한으로 제공해주고 계시고, 부장님은 학교 내에서 배 구부 선수들이 원활하게 운동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잘 챙겨주신다. 운동부와 교직원들 사이의 유대 관계가 워낙 좋다. 교직원 분들이 경기 중계도 다들 챙겨보시면서 응원도 해주신다. 야간 운동이 끝나면 학부모님들이 선수들을 데리러 오신다. 수고스러우실 것이다. 그럼에도 선수들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계셔서 감사드린다. 또 더 좋은 환경의 학교를 마다하고 제천산업고를 선택해주신 것에도 감사드린다”며 교직원들과 학부모들에게 공을 돌렸다.
우리가 충북을 대표한다!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올해 익산보석배에서의 우승은 큰 업적이었다. 배 감독은 “지난해에 1~2학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올해는 좀 기대할만한 시즌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선 대회들에서 모두 우승을 놓쳤다. 그래서 익산보석배는 남성고로 전지훈련을 떠나고, 세터 코치를 추가 고용하면서까지 이를 악물고 준비했다. 남성고 전지훈련에서는 두 세트 빼고 전패를 당했고, 세터 코치 영입 이후 바꾼 속공 위주의 패턴은 의도와는 다르게 적용되는 등 어려움이 계속 있었다. 주공격수를 살려가면서 속공 빈도를 올려야 했는데 속공이 팀의 주공격 옵션이 되는 주객전도가 일어났다. 그래서 남성고와의 전지훈련과 영생고와의 예선 경기가 끝난 뒤 계속 영상을 분석했고 다시 날개-속공의 패턴 빈도도 다듬었다. 이게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남성고와의 결승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너무 놀라웠다. 선수들이 실수 없이 완벽한 경기를 치렀다고 생각한다”고 값진 우승의 과정을 돌아봤다.
선수들 역시 이러한 배구 명가의 일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배 감독은 “지금 있는 모든 선수들이 다 충북을 연고로 하는 선수들이다. 의림초-제천중에서 올라온 선수들은 물론이고 청주 각리초-각리중 출신, 진천에서 늦게 배구를 시작한 선수들까지 다양하다. 전국체전에도 우리가 충북 도 대표로 나선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우리가 충북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자랑스러운 선배들도 많으니, 선수들이 나도 선배들처럼 돼야지 하는 꿈을 꾸고 있다”며 선수들의 자부심과 마음가짐을 소개했다.
3학년 속공 콤비 안민혁-안병헌 “우리의 배구는 리시브가 1번!”
한창 연습에 몰두하고 있던 선수들과도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3학년 세터 안민혁과 3학년 미들블로커 안병헌이 <더발리볼>을 찾았다. 익산보석배 우승의 열쇠였던 속공 콤비는 제천산업고의 배구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Q. 두 선수는 배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병헌 저는 중학교 2학년이 끝날 때쯤, 고모가 배구를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민혁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습니다. 2학년 때부터 배구를 봤는데 재밌을 것 같았거든요! 제가 먼저 배구를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Q. 두 선수가 생각하는 제천산업고의 배구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병헌 역시 리시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리시브가 잘 안 풀릴 때가 종종 있다 보니까 그 중요성을 더 잘 느끼게 돼요.
민혁 리시브가 첫 번째긴 하죠. 그 다음 플레이는 제가 책임지는 거고요!
Q. 익산보석배 우승의 원동력은 속공 위주의 패턴 플레이를 재정비한 것이었습니다. 두 선수가 그 중심에 있었죠.
민혁 대회를 앞두고 모든 게 다 바뀐 셈이었는데, 선수들이 변화를 많이 어려워했어요. 그래서 선수들끼리 “이번 대회에서는 원래 하던 것부터 우선 잘해보자”는 말을 나눴고, 하던 플레이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플레이도 잘 이뤄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익산 보석배 우승은 제가 배구하면서 처음 경험해본 우승이었는데, 설렘과 신기함이 가득했습니다. ‘우승하면 이런 기분이구나’하는 느낌?
병헌 저랑 민혁이는 연습 때부터 속공을 많이 맞춰봤어요. 그래서 경기 때도 결과가 잘 나온 것 같습니다! 저는 우승을 하니 조금 싱숭생숭하기도 하더라고요. ‘이게 되네? 우리가 진짜 우승했 다고?’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제천산업고 배구부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민혁 선생님들이 재밌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시고, 저희도 거기에 맞춰서 즐겁게 운동하고 있어요!
병헌 맞아요. 저희도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늘 노력해요. 동생들을 대할 때도 항상 잘해주고, 가끔 실수할 때가 있어도 이해해주려고 노력한답니다(웃음)!
Q. 자랑스러운 선배들의 활약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이 드나요? 학교를 찾은 선배 중 기억에 남 는 선배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민혁 병헌 정말 멋지고 존경스러워요. 저희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듭니다. 또 임동혁 선배님이 학교에 찾아오셔서 같이 사진도 찍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멋졌어요!
Q. 두 선수가 서로의 장점을 소개해볼까요?
병헌 민혁이는 공을 때리기 편하게 잘 올려주는 유형의 세터입니다. 또 발이 빨라서 2단 연결에도 장점이 있어요!
민혁 병헌이가 저랑 잘 안 맞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피드백을 자세하게 해줘요. 그러면 플레이를 개선하기가 좋아서, 세터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죠. 또 코트 안에서는 플레이의 길을 잘 보는 선수입니다!
Q. 배구선수로서의 롤 모델이 있나요?
병헌 포지션은 다르지만 정지석 선수가 롤 모델입니다. 미팅이 정말 좋고, 서브도 강하죠. 그런 부분들을 배우려고 해요.
민혁 저는 한선수 선수와, 세키타 마사히로가 롤 모델입니다. 속공을 잡았다가 올리는 부분 같은 디테일한 것들을 영상을 통해 챙겨보고 있어요!
Q. 대학 진학과 프로 도전이라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두 선수의 앞에 놓여 있는데요.
민혁 대학 진학을 생각 중입니다. 지금 대학에 저랑 비슷한 연령대의 세터들이 이미 많아서,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좋은 대학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병헌 저도 대학 진학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전지훈련 때 같이 훈련하면서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느낀 경기대나, 좋은 세터가 있는 성균관대로 가서 배구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Q. 끝으로 배규선 감독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해볼까요?
민혁 3년 동안 많은 걸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 덕분에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신 덕분에 힘들어도 다 따라갈 수 있었다는 거 알아주세요!
병헌 사실 3년 동안 혼도 많이 났습니다(웃음). 하지만 저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지금까지 이끌어주신 것 자체에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글. 김희수 기자
사진. 한혁승 기자
(이 기사는 배구 전문 매거진 <더발리볼>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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