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남편이 바람을 피웠지만, 아이들 때문에 일단은 참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더 괴롭기만 하네요. 지금이라도 이혼하고 싶습니다. 위자료 받을 수 있을까요?" 이혼 전문 변호사로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이혼소송의 가장 흔한 사유지만, 단번에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아이들 친권 및 양육권, 재산분할, 사회적 시선 등 여러 이유로 혼인을 유지하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음이라는 건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처음엔 참고 넘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는 함께 살 수 없다고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렇게 '일단은 참았던' 배우자가 뒤늦게 불륜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고, 위자료까지 받을 수 있을까?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었다. A씨는 충격을 받은 채 파주시 운정에 있는 친정으로 몸을 옮겨 잠시 별거를 시작했지만, 어린 자녀들을 생각해 남편과의 혼인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불륜 상대인 상간녀에 대해서만 위자료 청구 상간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년쯤이 지나자, A씨는 외도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는 남편을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고, 이제라도 이혼을 하고 남편에게 위자료를 청구하고자 한다. 이 경우, 과연 가능한 걸까?
민법 제840조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이혼사유로 인정하되, 그 사유를 안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6개월이 지나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용서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혼청구나 위자료 청구도 함께 제한된다. 반면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불법행위'에 근거한 손해배상 청구이므로,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행위일로부터 10년 이내에는 청구가 가능하다. 그래서 A씨처럼 "남편은 참지만 상간녀에게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대응이 실무에서도 실제로 자주 이루어진다.
문제는 A씨처럼 배우자의 외도를 안 지 6개월이 지난 후, 다시 이혼소송과 위자료 청구를 하는 경우다.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바로 "정말로 용서했는지" 여부다. 가정법원은 단순히 6개월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이혼 청구를 기각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는 경우, 여전히 배우자의 책임을 인정하고 이혼과 위자료 청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부정행위를 안 이후 감정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웠던 점 △부부가 혼인 회복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던 점 △시간이 지나도 외도의 상처가 회복되지 않은 점, 즉 '6개월이 지났으니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기계적인 판단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용서했는가" "혼인관계는 회복되었는가"에 따라 법원은 보다 유연하게 판단하고 있다.
배우자의 외도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정말 이혼까지 해야 하나"를 수없이 고민하게 된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양육권, 양육비, 거주지 문제까지 얽혀 있어 단번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을 두고 판단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다행히 우리 가정법원도 이런 점을 고려하고 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안 지 6개월이 지났더라도, 그것이 신중한 고민의 결과였고 혼인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있었다면, 이혼청구와 위자료 청구는 여전히 가능하다.
다만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별개의 문제다. 민법상 불법행위 소멸시효인 3년이 적용되므로, 자칫 미루다 보면 상간남 또는 상간녀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
이혼을 고민하다 참고 또 참는 사람은 많다. 아이들 때문이고,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마음이 한계에 도달하면, 뒤늦게라도 법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때가 되면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묻는다.
"이미 그때 한 번 넘어간 걸, 이제 와서 문제 삼아도 되나요?" 답은 이렇다. 참은 것이지, 진심으로 용서한 것이 아니라면, 이혼도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랑은 참을 수 있어도, 불신은 견디기 어렵다. 배우자의 외도는 그냥 눈 감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진심으로 용서하지 않은 상처는, 결국 다시 법정 위에 올라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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