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30%’ 샘표, 향후 행보 주목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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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3세 박진선 대표가 이끄는 샘표는 자사주 보유 비율이 29.9%에 달한다. /한국식품산업협회
오너일가 3세 박진선 대표가 이끄는 샘표는 자사주 보유 비율이 29.9%에 달한다. /한국식품산업협회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재명 정부가 자본시장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이 이뤄진 데 이어 더욱 강력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평가되는 2차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임박했다. 한편으론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도 본격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30%에 육박하는 샘표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 경영권 분쟁 마침표 찍게 한 자사주… 이제는 ‘당면과제’

정부·여당이 자본시장 개혁에 연일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상법 개정이 이뤄졌고, 이달 초엔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2차 상법 개정안 등을 8월 중에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다.

상법 개정 이후엔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으로 주목받았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민생원내부대표는 지난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제는 상법 개정을 넘어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같은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남근 부대표는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에 의무 소각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같은 당 김현정 의원도 자사주를 취득 즉시 소각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에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샘표도 그 중 하나다. 샘표는 현재 자사주 보유 비율이 29.9%로 30%에 육박한다.

자사주는 주주가치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자사주 취득은 통상 주가 상승을 불러오는 호재로 여겨진다. 다만,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선 취득 후 보유하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각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가치는 그대로인 가운데 발행주식 총수가 줄어들며 주식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반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나 승계 등에 활용하며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공약으로 내건 이유다.

최근 정부·여당이 자본시장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 샘표
최근 정부·여당이 자본시장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 샘표

샘표는 단순히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것을 넘어 이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샘표는 1990년대 후반 오너일가 2세 이복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박진선 샘표 대표의 부친인 고(故) 박승복 회장이 승리했지만, 2006년 이복형제들이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기면서 또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이때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게 해준 것이 다름 아닌 자사주였다. 샘표는 2012년 30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단행했고, 여기에 경영권 분쟁 상대도 주식을 내놓으면서 길었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다.

이처럼 샘표는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대거 취득해 이를 최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했다. 2012년 공개매수 당시 소각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소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2022년~2023년 10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추가 매입한 바 있다.

한편으론 배당에 인색한 모습도 이어져왔다. 2016년 분할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한 이래 지난해까지 총 배당액에 37억원에 그쳤다. 자사주 활용법부터 배당 기조에 이르기까지 주주가치 제고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여당이 적극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현실화할 경우, 샘표는 어떤 식으로든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박진선 대표는 최근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장으로 선임돼 대외적 책임이 한층 더 무거워진 상태다.

과거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게 해줬던 자사주를 이제는 커다란 당면과제로 마주하고 있는 샘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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