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의 인도자, ‘쇄빙선’에 담긴 가치

시사위크
‘쇄빙선(碎氷船, Icebreaker)’은 극지 연구의 필수 자원이자 신항로 개척의 인도자라 불린다. ‘극지연구소(KOPRI)’와 ‘해양수산부’ 역시 최근 본격적인 쇄빙선 건조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빙하)남극특별취재팀, (쇄빙선 조감도)한화오션
‘쇄빙선(碎氷船, Icebreaker)’은 극지 연구의 필수 자원이자 신항로 개척의 인도자라 불린다. ‘극지연구소(KOPRI)’와 ‘해양수산부’ 역시 최근 본격적인 쇄빙선 건조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빙하)남극특별취재팀, (쇄빙선 조감도)한화오션

시사위크|국회=박설민 기자  남극과 북극, ‘극지(極地)’의 바다는 거칠다. 높은 파도와 거대한 유빙, 얼어붙은 바다는 일반 선박으로는 헤쳐 나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쇄빙선(碎氷船, Icebreaker)’은 극지 연구의 필수 자원이자 신항로 개척의 인도자라 불린다.

우리나라의 쇄빙선으론 ‘아라온호(Araon)’가 있다. 2009년 8월 14일 첫 출항 이후 16년간 극지 바다를 누비며 우리 과학자들을 인도했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극지방 환경 변화, 연구 범위의 확대로 아라온호의 후속 쇄빙선 필요성이 커지는 실정이다.

‘극지연구소(KOPRI)’와 ‘해양수산부’ 역시 최근 본격적인 쇄빙선 건조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차세대 쇄빙선 건조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까. 또 향후 극지연구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시사위크’에서는 이에 대한 해답을 5일 국회서 들었다.

극지연구소는 오후 2시 국회도서관 B1 소회의실에서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정일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연수구을), 허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 의원실과 함께 주최했다./ 박설민 기자
극지연구소는 오후 2시 국회도서관 B1 소회의실에서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정일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연수구을), 허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 의원실과 함께 주최했다./ 박설민 기자

◇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 2029년 12월까지 진행

극지연구소는 이날 오후 2시 국회도서관 B1 소회의실에서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정일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연수구을), 허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 의원실과 함께 주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7월 29일 체결된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 계약을 계기로 마련됐다. 사업의 성공적 완수를 위한 정책적 공감대 형성과 협력 방안 모색이 이번 간담회의 목표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 및 정부·의회 관계자들은  극지 과학연구와 외교,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차세대 쇄빙선 활용 전략을 논의했다.

정일영 의원은 “앞으로 기후변화, 북극항로 등 문제로 극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시점에서 제2의 쇄빙선이 필요하다”며 “이번 차세대 쇄빙선 건조사업을 통해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그리고 극지 연구를 주도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고 국회도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허영 의원은 “아라온호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자원을 가진 이번 차세대 쇄빙선은 극지 연구부터 북극항로 개척 등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질 것”이라며 “아무쪼록 이 사업이 잘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간담회를 개최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설민 기자
(왼쪽부터) 간담회를 개최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설민 기자

극지연구소는 먼저 이번 차세대 쇄빙선 건조사업 진행 방향 및 향후 계획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지난달 29일 극지연구소와 해양수산부는 차세대 쇄빙선 도입을 결정, 본격적인 쇄빙선 도입 사업을 시작했다. 차기 아라온호의 건조는 ‘한화오션’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오션은 오는 2029년 12월까지 건조를 마치고 극지연구소에 쇄빙선을 인도할 예정이다.

차세대 쇄빙선은 현재 아라온호보다 전반적인 성능이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먼저 쇄빙 능력은 1.5m 두께의 평탄빙을 3노트 속력으로 연속 쇄빙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예정이다. 이는 북극 고위도 지역의 두꺼운 얼음을 뚫고 연구항해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극지 등급은 ‘PC3’으로 다년생 얼음을 포함, 2년 이상 얼어붙은 빙하를 뚫고 연중 운항이 가능한 수준이다. 

또한 ‘LNG-저유황유(MGO)’를 연료로 사용, 극지환경보존을 위한 친환경 선박으로 건조될 계획이다. 승선 인원을 85명에서 100명으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연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2009년 자랑스럽게 출항한 아라온호는 대한민국 과학연구의 지평을 전 세계로 넓히며 바다의 떠있는 연구실 역할을 해왔다”며 “이제 차세대 쇄빙선은 더 깊은 북극의 바다를 향하는 기적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쇄빙선은 국내 조선과 기자재 산업의 기술력 제고, 산·학·연 해양인재 양성, 국제협력, 미래 자원, 기후위기 대응까지 포함된 국가 미래 산업의 견인차”라며 “극지연구소는 온 힘과 정성을 다해 성원과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2009년 자랑스럽게 출항한 아라온호는 대한민국 과학연구의 지평을 전 세계로 넓히며 바다의 떠있는 연구실 역할을 해왔다”며 “이제 차세대 쇄빙선은 더 깊은 북극의 바다를 향하는 기적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설민 기자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2009년 자랑스럽게 출항한 아라온호는 대한민국 과학연구의 지평을 전 세계로 넓히며 바다의 떠있는 연구실 역할을 해왔다”며 “이제 차세대 쇄빙선은 더 깊은 북극의 바다를 향하는 기적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설민 기자

◇ 난관의 차세대 쇄빙선, “2030년엔 바다로!”

하지만 극지연구소의 쇄빙선 도입 사업 추진이 쉽지는 않았다. 당초 극지연구소가 목표했던 차세대 쇄빙선은 2026년 12월 건조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지난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유찰 사태가 발생했다. 사업비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약 2,300억원 수준의 기존 건조비로는 기업들이 사업 참여를 이끌 수 없던 것이다. 이로 인해 당초 취항 목표 시기였던 2027년은 2030년 이후로 미뤄졌다.

특히 지난 정부의 ‘연구개발사업(R&D) 삭감’ 여파가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지난해 중부의 국가 R&D 예산 삭감 이후 정부출연 연구기관 대다수가 예산난에 허덕였다. 이는 극지연구소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쇄빙선 사업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극지연구소의 쇄빙선 도입 사업 추진이 쉽지는 않았다. 당초 극지연구소가 목표했던 차세대 쇄빙선은 2026년 12월 건조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지난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유찰 사태가 발생했다. 사업비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약 2,300억원 수준의 기존 건조비로는 기업들이 사업 참여를 이끌 수 없던 것이다. 이로 인해 당초 취항 목표 시기였던 2027년은 2030년 이후로 미뤄졌다./ 한화오션
극지연구소의 쇄빙선 도입 사업 추진이 쉽지는 않았다. 당초 극지연구소가 목표했던 차세대 쇄빙선은 2026년 12월 건조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지난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유찰 사태가 발생했다. 사업비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약 2,300억원 수준의 기존 건조비로는 기업들이 사업 참여를 이끌 수 없던 것이다. 이로 인해 당초 취항 목표 시기였던 2027년은 2030년 이후로 미뤄졌다./ 한화오션

실제로 지난 2023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당시 과기정통부와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극지연구 중기재정계획 및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당초 올해 극지 R&D 예산은 1,058억원이었다. 하지만 정부 조정으로 인해 67% 삭감된 71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은 560억원 삭감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극지연구소와 해수부는 쇄빙선 총사업비 조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와 총 3번 사업비 조정을 협의했다. 그 결과, 차세대 쇄빙선 건조사업비는 기존 2,289억3,200만원에서 2,822억5,400만원으로 23.3% 증가했다. 이는 543억2,220만원 늘어난 규모다.

주형민 극지연구소 차세대 쇄빙연구소 건조사업단장은 “차세대 쇄빙선 건조사업은 여러 차례의 도전과 난관을 극복하며 진행됐다”며 “예비타당성 조사 완료 후 2022년 4월 사업이 착수됐으나 건조공사비 부족 등으로 인해 1,2차 입찰이 무응찰로 유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총 사업비를 증액하고 사업기간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그 결과, 2025년 7월 세계 최고의 조선 기술을 보유한 한화오션과 계약을 체결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라온호는 연간 약 265일을 항해한다. 이 중 150여일은 이동항해 일수다. 이동항해 일수란 배를 타고 남극과 북극으로 이동하는 시간이다. 즉, 연구자들은 귀중한 150일을 바다에서 허비할 수밖에 없다. 이를 제외한 진짜 연구항해 일수는 85일에 불과하다./ 극지연구소
현재 아라온호는 연간 약 265일을 항해한다. 이 중 150여일은 이동항해 일수다. 이동항해 일수란 배를 타고 남극과 북극으로 이동하는 시간이다. 즉, 연구자들은 귀중한 150일을 바다에서 허비할 수밖에 없다. 이를 제외한 진짜 연구항해 일수는 85일에 불과하다./ 극지연구소

◇ 남극은 아라온호, 북극은 차세대 쇄빙선… 극지연구 ‘쌍두마차’

전문가들은 이번 차세대 쇄빙선 건조사업 추진으로 한국의 극지과학연구 발전이 크게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존 극지연구소에서 운용 중인 쇄빙선 아라온호와의 연계 운항을 통한 극지 운항 효율 극대화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아라온호는 연간 약 265일을 항해한다. 이 중 150여일은 이동항해 일수다. 이동항해 일수란 쉽게 말해 배를 타고 남극과 북극으로 이동하는 시간이다. 즉, 연구자들은 귀중한 150일을 바다에서 허비할 수밖에 없다. 이를 제외한 진짜 연구항해 일수는 85일에 불과하다.

이때 차세대 쇄빙선이 도입된다면 두 쇄빙선이 남극과 북극을 나눠 연구 진행이 가능해진다. 차세대 쇄빙선은 얼음이 두껍고 많아 쇄빙이 더 자주 필요한 북극을, 생물종과 남극해 등 해양연구가 주요 목적인 남극 연구엔 아라온호가 투입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이동항해 일수를 크게 줄일 수 있어 남북극 연구항해 일수를 최대 277일로 늘릴 수 있다.

주형민 단장은 “차세대 쇄빙선이 건조되면 아라온호는 남극 연구 및 보급을, 차세대 쇄빙선은 북극 연구를 전담하는 효율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이동 항의 일수가 감소하고 연간 연구항해 횟수는 현재 85일에서 최대 277일로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세대 쇄빙선은 아라온호의 한계를 극복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해빙 능력 1m인 아라온호는 2030년 12월 기준 북극해 일부 지역에 접근할 수 없지만 차세대 해빙 연구선의 경우 더 넓은 지역을 항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북극해의 연구 범위와 기간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며 “강화된 쇄빙 능력과 향상된 환경 안전 기준을 적용한 선박의 확보는 기후변화 대응, 수산자원 확보 등 국가적 극지 이슈 대응의 핵심 자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극항로 개척’에도 차세대 쇄빙선이 맡을 역할은 중요하다. 최근 국제사회에선 북극 진출 경쟁이 심화 되는 추세다. 막대한 경제적 이득이 예상되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 마켓 리포트’는 북극항로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국제 쇄빙선 시장 규모는 오는 2033년 55억달러(약 7조6,53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SeaVantage
 ‘북극항로 개척’에도 차세대 쇄빙선이 맡을 역할은 중요하다. 최근 국제사회에선 북극 진출 경쟁이 심화 되는 추세다. 막대한 경제적 이득이 예상되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 마켓 리포트’는 북극항로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국제 쇄빙선 시장 규모는 오는 2033년 55억달러(약 7조6,53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SeaVantage

◇ 북극항로 개척의 ‘인도자’ 역할도 기대

아울러 ‘북극항로 개척’에도 차세대 쇄빙선이 맡을 역할은 중요하다. 최근 국제사회에선 북극 진출 경쟁이 심화하는 추세다. 막대한 경제적 이득이 예상되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 마켓 리포트’는 북극항로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국제 쇄빙선 시장 규모는 오는 2033년 55억달러(약 7조6,53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북극항로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가시화되면서다. 글로벌 해양 공급망은 크게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로 나뉜다. 이때 수에즈 운하는 후티 반군 상선 공격 심화 등 국제 정세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기후변화로 인한 물공급 부족으로 무역항로의 기능이 약화됐다. 

실제로 지난해 2월 기준 수에즈 운하 컨테이너 물동량은 82% 감소했다. 파나마 운하는 일일 통과 선박수가 36척에서 18척으로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불안정한 무역항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북극항로의 중요성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최수범 한국북극항로협회 사무총장은 “앞으로 펼쳐질 북극항로 시대는 우리나라 산업계에 있어 매우 위협적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라며 “아직 제대로 된 인프라 대비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이 같은 북극항로 시대를 맞게 되는 것은 한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앞으로 글로벌 북극항로시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최소한 100대 이상의 쇄빙선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아라온호의 후임인 차세대 쇄빙선 건조사업이 이번에 시작된 것은 극지과학연구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 경제 안보에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형민 단장은 “북극항로 개방에 대비한 해저 정보 제공 등 과학데이터 확보와 수산 자원 연구, 국제 해양협력, 천연자원 부존량 확보 등 대한민국 미래 과학 영토를 확장하는데 주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이 새로운 쇄빙선은 단순한 연구선을 넘어 대한민국의 극지 활동을 상징하는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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