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외산 의존도가 높은 스텔스 무기체계의 핵심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우리 군의 전투력 증강 및 국가 안보 확보에 새로운 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은 ‘레이더 스텔스(Radar Stealth)’의 핵심기술을 외산 기술 의존 없이 자체 개발해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표준연의 △전자파측정그룹 △미래선도연구장비그룹 △양자전기자기측정그룹 △소재물성측정그룹의 4개 그룹간 융합연구로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국방 첨단 무기체계 및 전자파 정밀측정용 계측 설비 기업 ‘케이이알’에 기술료 5억원 규모로 이전됐다. 양 기관은 5일 행정동에서 기술이전 협약식을 체결했다.
레이더 스텔스 기술은 전자파를 흡수하거나 분산시켜 적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무기체계의 자주성과 은닉성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다. 그 중요성 때문에 주요국에서 군사 전략 기술로 분류된다. 하지만 수입이 제한적이고 관련 소프트웨어와 시험 장비조차 국내 도입이 어렵다. 이에 관련 기술의 국산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표준연 연구팀은 레이더 스텔스 구현에 필수적인 레이돔(Radome)의 ‘주파수 선택 표면(Frequency Selective Surface; FSS) 설계 소프트웨어’와 ‘전자파 평가 검증 장비’를 자체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외산 기술에 의존치 않고 설계부터 시제품 제작, 성능 검증까지 전주기를 순수 국내 기술로 이뤄낸 첫 사례다.
레이돔은 항공기나 미사일의 레이더·통신 안테나를 감싸는 반구형 구조체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안테나를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전자파 신호가 효과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설계됐다. 특히 국방용 레이돔은 초고속 비행 중 강한 열과 충격을 견디면서도 전자파 투과율, 위상 안정성 등 여러 성능 요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레이돔의 FSS는 특정 주파수의 전자파만 선택적으로 투과하거나 반사하도록 설계된 일종의 주파수 필터다. FSS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자파 투과 성능을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고성능 전자파 해석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상용 소프트웨어는 라이선스 하나당 가격이 약 1억원을 넘는다. 매년 유지보수 비용도 2,000만원 이상에 달했다.
표준연은 인공지능(AI) 기술과 병렬계산(Parallel Computation) 방식을 도입한 FSS 설계 소프트웨어를 새롭게 개발했다. 이는 다층 복합소재로 이루어진 레이돔 구조 해석에 최적화된 도구다. 기존 상용 소프트웨어 대비 FSS 설계 속도가 50배 이상 빠르다.
또한 KRISS는 개발한 레이돔의 성능을 자체 점검 및 개선할 수 있는 전자파 레이돔 평가 장비도 함께 개발했다. 기존에는 국방형 레이돔의 까다로운 성능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전자파 시험에만 보통 한 달 이상 소요됐다.
이번에 개발한 평가 장비는 AI기술을 적용해 기존 대비 5배 이상 빠른 성능 측정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레이돔의 실전 배치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영표 표준연 전자파측정그룹장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국방 분야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선박, 우주항공 등 다양한 레이더 응용 산업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IEEE Transactions on Microwave Theory and Techniques’에 7월 게재됐다. 설계 소프트웨어 및 측정 장비 기술은 각각 특허 출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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