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좀비딸' 어떻게 봤냐고요? 눈물을 삼켰어요. 왜냐하면 보는 눈이 많은 것 같아서요. 손수건을 꼭 쥐고 봤는데,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했어요. 꾹 참았어요. 하하."
조정석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좀비딸'(감독 필감성) 개봉을 앞두고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 수아(최유리)를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 정환(조정석)의 코믹 드라마. 영화 '인질', 티빙 '운수 오진 날' 등에서 흡입력 있는 연출로 호평받은 필감성 감독의 첫 번째 코미디다.
조정석은 극 중 좀비가 되어버린 딸을 세상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 정환 역을 맡아 애틋한 부성애는 물론, 조정석표 코믹 연기의 진수를 선보였다. 또한 7월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던 '엑시트'(2019), '파일럿'(2024)의 뒤를 이어 다시 한번 여름 극장가에 출격했다.
세 번째 7월 개봉으로 조정석은 '여름의 남자'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날 그는 "개봉 시기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렇지만 텐트폴 시기에 영화가 개봉한다는 건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다"며 "이제 뚜껑이 열리는 작품이지만, 결과가 어떻든 너무 좋은 시기에 개봉해서 영광으로 생각하면서 부담도 된다. '여름의 남자'라는 타이틀도 감개무량하지만 부담이 굉장히 많이 된다"고 솔직하게 개봉 소감을 밝혔다.

조정석은 '좀비딸'의 정환과 유독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실제 조정석 또한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나다'라고 말했다는 에피소드가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그는 "'좀비딸'을 보시지 않았냐. (정환이) 나 아니냐"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너무 하고 싶다'고 소속사와 관계자분들한테 어필을 했다. 그게 와전이 돼서 '이거 난데? 이거 내건데?' 이렇게 됐다"고 웃음과 함께 해명했다.
이어 "그 지점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침 내가 아빠가 돼서, 한창 부성애가 막 성장하고 있는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나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만남이다. 나한테는 '좀비딸'이 그렇게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조정석은 특별히 무언가 준비하기보다 '너에게 나를 맡긴다', '이 영화에 나를 맡긴다'는 자세로 임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작품에서는 감정신이 어렵게 다가올 때가 있었지만, 감정이 너무 잘 나왔다. 되려 폭발적이라 얼마큼 조절하느냐가 관건이 되기도 했다. 스스로 '내 안의 부성애가 이 정도라고?'라며 되물을 정도였다. 상상 속에서 수아를 만나 대화하고 춤을 가르쳐줄 때, 마지막에 "아빠를 물어"라고 말하는 순간 특히 그랬다.

'좀비딸'은 글로벌 누적 조회수 5억뷰를 기록한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조정석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 원작을 찾아보지 않았다. 그는 "내 머릿속에 있는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었다. '이래야만 해'가 아니라 '이럴 수도 있잖아'라는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아울러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이 자체 만으로도 굉장히 큰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정환의 간절함만 잘 표현하면 원작과 싱크로율을 맞추면서,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했다"며 "물론 내 역할로 인해 원작을 볼 수밖에 없었다. 나와는 목소리 톤이나 상황에 대처하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그렇지만 '이건 만화니까, 우린 영화니까' 그 차이가 있어서 더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렇듯 탄생한 영화 '좀비딸'은 초반부터 좀비 사태가 빠르고 유쾌하게 펼쳐진다. 조정석은 "그 순간, 무섭고 아찔하고 위태로운 상황에서 정환의 대처가 우리 영화의 '킥'이 아닌가 싶다"며 "좀비가 창궐하는데 감염자 연기를 하며 도망가거나, 할머니에게 물리는 장면도 그렇다. 그게 우리 영화의 매력이다. 실사화했을 때의 느낌도 있지만, 원작이 만화이기 때문에 충분히 수용 가능한 지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좀비딸'은 여름 텐트폴(각 투자·배급사가 성수기에 내놓는 간판 작품)로 개봉했다. 올 상반기 극장가에서는 단 한 편의 천만 영화도 나오지 않았고, 누적 관객수는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모두가 '한국 영화의 위기'를 입에 올리는 지금, '여름의 남자' 조정석에 쏠리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런 가운데 조정석은 주연으로서 '좀비딸'을 책임지고 이끌어야 했다.
"촬영하면서 '조정석이라는 배우한테 이런 걸 기대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 장면이 있어요. 수아가 차에서 좀비로 변하는 장면인데요. 나름대로 해석하고 분석한 대로 연기했는데 '이 영화의 '톤 앤 매너'가 이런 거 아닌가'하고 약간 희한하게 연기를 했거든요. 딸이 좀비로 변하는 위태롭고 심각한 상황에서 '수아야 너 눈이 왜 그래' 이러면서요. 위트 있는 상황, 대처, 그런 표현들. 나라는 배우한테 기대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긴 했어요."
동시에 조정석은 절절한 부성애로 관객들의 눈물샘도 자극했다. 당연히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장면도 있었다. 조정석은 그중에서도 극 중 후반부, 진압대가 들이닥쳤을 때 정환의 마지막 선택을 꼽았다. 그는 "그땐 잘 모르겠더라. 감정이 너무 치닫다 보니까 '이게 맞나' 했다. 더 확실하게 다 잡은 상태에서 담백하게 해야 할까 싶었다. 그 지점에서 감정 조절에 대한 이야기를 감독님과 많이 했다"며 털어놨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그림이 확고하시고 선택을 정확히 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신뢰도가 굉장히 높다. 그런데 감독님도 그 장면에서 오케이 테이크를, 경우의 수를 많이 간직하시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 다음 지금 결과물에는 그 장면이, 그 컷으로 쓰였다. 나는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조정석은 영화 '건축학개론'(2012)의 납뜩이를 시작으로 '형'(2016), '엑시트', '파일럿'까지 유독 코미디 장르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조정석표 코미디'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러울 만큼, 이미 코미디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영웅2'에서 강렬한 악역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좀비딸'은 다시금 특유의 유쾌함이 살아 숨 쉬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배우로서 '코미디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데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그는 "조정석의 코미디 이미지, 그런 것에 대한 걱정은 사실 안 한다.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약한 영웅 2'에서 빌런 역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깜짝 놀라셨다. 주변에서 '이거 너야?' 물어보는 연락도 많이 왔다"며 "그게 자연스러운 배우 조정석이고, 인간 조정석의 자연스러운 작품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걸 '리스펙'하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인위적으로 코미디를 벗어나려 '난 완전 다른 걸 할 거야' 이런 것도 배우로서 필요한 덕목이겠지만, 그랬을 때 오는 불협화음도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러운 게 가장 좋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며 "앞으로 주변에서 '이제 코미디 좀 그만해!' 이런 조언이 반복적으로 들리면 나도 생각을 잘해봐야겠다. 그렇지만 장르를 불문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이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작품 선택이요? 뭐가 제일 재밌냐고 물어보시면… 예를 들어 스릴러 장르예요, 쪼는 맛에 손에 땀이 나고 미치겠어요. 그러면 그게 저한테는 재미예요. 코미디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웃기거나, 멜로인데 너무 슬프고 애절해도요. 저한테는 재미의 범위로 다 포함되거든요. 나이를 먹어가는 조정석의 자연스러운 선택이 계속되겠지만 그 순간, 그 시기 가장 재밌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야 흥겨워서 몰두할 수 있거든요. 성격상 재미를 못 느끼면 작품을 할 수 없어요."

그렇게 선택한 '좀비딸'이 드디어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조정석은 "'좀비딸'이 나의 내면에 있는 부성애를 일깨워준 작품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주변 사람의 소중함을 까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내 친구일 수도 있고 부모님이나 자식일 수도 있다. 누군가가 됐든 그 소중함을 일깨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그 무엇보다 먼저,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웃음과 함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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