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꼭 어린아이가 초콜릿 뺏긴 표정이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13차전 원정 맞대결에 앞서 터커 데이비슨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데이비슨은 2024시즌이 끝난 뒤 롯데가 심혈을 기울여 영입한 선수다. 지난해 32경기에 등판해 196⅓이닝을 소화, 12승 8패 평균자책점 3.84라는 훌륭한 성적을 남긴 애런 윌커슨과 결별을 택한 뒤 데려온 선수인 까닭. 적어도 윌커슨이 남기고 떠난 것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쳐줄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시즌 초반엔 그 기대에 완전히 부응하는 모습이었다.
데이비슨은 3월 두 경기에서 승리와 연이 닿지 못했으나,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와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고, 4월에는 4경기에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29로 좋은 흐르을 이어갔다. 그리고 5월에는 무려 6경기에 나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롯데가 윌커슨과 결별하고 데이비슨을 영입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잘 나가던 데이비슨이 6월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특히 첫 경기였던 키움전에서 3⅔이닝 동안 2개의 피홈런을 포함해 안타 10개를 맞는 등 9실점(9자책)으로 박살이 나는 등 6월 4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7.71로 바닥을 찍더니, 지난달 31일 경기를 포함해 7월에도 3승을 수확했으나, 퀄리티스타트는 한 차례에 그치는 등 좀처럼 부진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드높이고 있는 롯데에겐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생각이라면, 8월 15일까지 선수 등록 절차까지 마무리가 돼야 한다. 해당 날짜까지 교체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선수는 가을무대에서 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롯데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보름 남짓이다.


김태형 감독은 1일 고척 키움전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데이비슨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령탑은 "항상 5이닝이다. 어제(31일)는 더 가도 되는데, 그래야 할 상황은 아닌 것 같아서 5이닝을 던지고 바꿔줬다"며 "데이비슨이 오늘(1일) '어떻게 하면 잘 던질 수 있느냐'고 면담 요청을 하더라. 그런데 내가 해줄 이야기가 없더라"고 허탈하게 웃었다.
도대체 데이비슨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령탑은 "시즌 초반보다는 멘탈적으로 많이 약해졌다. 어제도 경기 중간에 표정도 그렇고 '더 자신감 있게 던져'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메이저리그까지 갔던 선수인데, 멘탈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구속도 많이 떨어졌다. 60구 정도를 던지면 또 2km 정도가 떨어지는데, 그런 것들이 심리적인 것 같다. 턱도 없는 볼넷을 내주지 않나. 카운트를 잡으로 들어갈 때 본인 공을 못 던진다"고 설명했다.
31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던 데이비슨이 3회에는 점수를 줄 것 같았다는 게 사령탑의 설명이다. 김태형 감독은 "어제 2이닝 무실점을 하고 들어왔을 때 더그아웃에서 막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아 3회에 점수를 주겠구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라며 "시즌 초반에 잘 던질 때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했는데, 못 던지면 어디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농담했다.
사실 외국인 선수가 면담을 요청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만큼 데이비슨은 심리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고 있는 모양새다. 김태형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이 불안하면 자꾸 말을 한다. 지금 데이비슨의 마음 상태도 그런 것 같다. 표정을 보고 있으면 완전 아기다 아기. 꼭 어린아이가 초콜릿을 뺏긴 표정"이라고 말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령탑도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그는 "데이비슨에게는 '자신 있게 던져'라고 해줬다. 상황이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자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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