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포스트시즌 가면 짜임새가…크죠.”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만큼 한국시리즈 우승이 간절한 지도자가 있을까. 현역 선수들 중에서 가장 한국시리즈 우승이 간절한 손아섭과의 만남은 그래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도 손아섭도 말이 행동을 앞서가는 야구인이 아니다.

특히 김경문 감독이 얼마나 조심스럽냐면, 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우리가 포스트시즌에 만약에 간다고 치면”이라고 했다. 포스트시즌 대신 ‘한국시리즈’라는 말을 했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5위 KT 위즈에 10경기 앞섰는데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가정법을 사용했다.
물론 한화는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건 아니다. 그러나 올해 한화가 포스트시즌에 못 나가면 누가 나갈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만큼 한화는 단단하고, 사령탑 입장에선 그만큼 돌 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가는 시즌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경험 많은 손아섭 영입으로 포스트시즌을 언급한 건, 김경문 감독도 당연히 가을야구를 바라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화 사람이라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화가 손아섭 트레이드를 한 것 자체가 1999년 이후 26년만의 우승 도전을 천명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한화는 손아섭을 어떻게 쓸까. NC에선 아무래도 지명타자 비중이 높았다. 이호준 감독이 올해 부임하면서 지명타자 로테이션을 활발하게 가동하겠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손아섭이 수비력이 약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수비보다 공격에 방점이 찍힌 선수다. KBO리그 최고의 교타자다.
김경문 감독의 생각도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수비는 좀 더 봐서”라면서 “이왕이면 부담 없는 지명타자를 많이 시키려고 한다. 수비를 하면서 부담을 주는 것보다 수비는 쉬는 쪽으로 생각한다. 투수를 봐 가면서 (안)치홍이하고 DH로 먼저 시작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했다.
손아섭이 주로 지명타자로 뛰면, 현재 주로 지명타자로 나가는 안치홍이 2루로 옮겨야 출전 기회를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단, 올 시즌 한화 2루는 황영묵이 주전으로 나가는 비중이 높다. 최근에는 하주석도 2루수로 뛰는 경기들이 나온다. 아무래도 수비만 놓고 보면 황영묵이 가장 안정적이다.
올 시즌 극심한 타격부진에 시달리는 안치홍으로선 손아섭 영입으로 자칫 활용폭이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안치홍은 지난달 31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서 모처럼 3안타를 쳤지만, 공교롭게도 그날 손아섭의 트레이드가 결정됐다.

안치홍은 결국 타격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올 시즌 44경기서 타율 0.175 1홈런 12타점 7득점 OPS 0.460. 여전히 안치홍다운 타격은 아니다. 안치홍이 좀 더 힘을 내준다면 2루수 출전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손아섭 영입으로 내부 경쟁이 강화될 조짐이다. 팀으로 볼 땐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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