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이 한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한국산 의약품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약속하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상호관세와는 별개로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이 남아 있어, 업계는 여전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1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에 내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 관세 25%는 15%로 낮아진다.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낮췄다”며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다른 나라 대비 불리하지 않은 최혜국 수준의 대우를 받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에서 한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앞서 유럽은 미국과 진행한 관세 협상에서 의약품 관세율을 15%로 합의했다. 러트닉 장관의 말대로라면 한국에도 동일한 비율의 관세가 매겨질 전망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산업계 입장에서 최혜국 대우 원칙에 따라 15%로 설정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고 다행스러운 조치로 평가한다"며 "최혜국 대우는 적어도 다른 국가들과 동일한 입장이거나 오히려 더 유리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능케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의약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무관세 대상이었는데, 관세 부담이 생기면 비용 증가에 따른 국내 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약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환자 부담이 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선 미국이 유럽에 부과하기로 한 15%의 의약품 관세로 최대 190억 달러(약 26조25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14억9000억달러(약 2조원)였다.
국내 업계는 일단은 안도하면서도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보 등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SK바이오팜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위탁생산(CMO) 업체를 확보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에 대한 의약품 관세를 불리하지 않게 대우하기로 함으로써 어느 정도 불투명성이 걷힌 만큼 협력 강화를 통해 수출 확대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 중인 자국 내 의약품 생산시설 확보와 현지 약가 인하에 협력하는 대신 정책적 우대를 통해 경쟁국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관세 부과 시 단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 약화, 생산원가 상승, 공급망 혼란이 우려된다 .미국 내에서도 의약품 가격 상승, 공급 부족, 환자 접근성 저하 등 부작용도 문제점으로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은 글로벌 수준의 제제 기술과 자체 생산 인프라를 갖춘 국가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틀 내에서 대체 공급지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 상당한 비중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고,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미국이 중국 견제 기조에서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기업과 의약품에 대한 신뢰도와 품질,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되리라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의약품 관세는 국내도 동일한 15% 관세가 예상된다"며 "의약품 전체에서 생산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15% 관세율 적용 시 미국 내 생산이 필수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유럽 연합과의 합의에서 일부 제네릭 의약품은 제외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에 대한 관세 미적용 가능성도 존재한다. 기술 수출 중심의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기술료 수익이 대부분으로 의약품 관세 부과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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