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전문인력 턱없이 부족 … 인력난에 가로막힌 자살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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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국회에서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 주최로 '전 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률 감소를 위한 정신건강 전문인력 개선방안'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 사진|국회=이민지 기자
7월 30일 국회에서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 주최로 '전 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률 감소를 위한 정신건강 전문인력 개선방안'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 사진|국회=이민지 기자

시사위크|국회=이민지 기자  지난해 1만4,439명(잠정)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2003년 이후 줄곧 OECD ‘자살률 1위’ 타이틀을 지키다 못해, 한국의 자살률은 증가하는 실정이다. 2024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8.3명으로, △2022년 25.2명에 비해 3.1명 △2023년 27.3명에 비해 1명 증가한 수치다.

반면 국내 정신건강 현장 최전선에서 일하는 정신건강 전문인력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지울 수 있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 속 전문가들 사이에서 정신건강 전문인력 관련 법‧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30일 오전 국회에서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 주최로 ‘전 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률 감소를 위한 정신건강 전문인력 개선방안’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 미래위원회 현진희 위원장은 “코로나19 시기 동안 자살 생각률이 굉장히 많이 증가했다. 2023년도부터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은 코로나 펜데믹 시기에 이미 예견된 결과”라며 “국내 성인 자살의 주요 원인들을 각종 통계자료와 여러 연구 결과 발표들을 종합해 살펴보면, 정신 문제가 가장 큰 문제다. 자살 사망자의 약 84.5%에서 정신 질환이 추정되고 있다. 자살률 감소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대책은 결국 정신건강을 잘 예방하고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인구 10만명당 정신건강 전문인력 수는 20.3명에 불과하다. 이는 자살률 28.3명에 못 미치는 수치다. 현진희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정신 건강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주요 전문 인력의 근무 현황을 보면, 현재 일하고 있는 정신 건강 전문 요원 수는 6,490명에 불과하다”며 “2023년 11월 기준 약 2만명에 가까운 정신건강전문요원이 배출되었지만, 3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만 정신건강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현장에서는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아닌 비전문가들이 그 자리를 메꾸고 이로 인해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30일 국회에서 개최된 '전 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률 감소를 위한 정신건강 전문인력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 현장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30일 국회에서 개최된 '전 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률 감소를 위한 정신건강 전문인력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 현장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제17조에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건강작업치료사를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진희 위원장은 “현장에서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자신의 분야가 사회복지인지 임상심리사인지 간호인지 잘 알지 못한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정신건강기관에서 이들은 전공과 상관없이 거의 동일한 역할인 ‘심리상담’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증가하고 있는 정신 건강 위기에 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 예방에 우리가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 업무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정신건강전문요원의 업무범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와 정신건강전문요원 간의 협업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 위원장은 “지역사회의 종합사회복지관은 영구 임대 아파트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살시도자 등 정신 건강 고위험군이 정말 많다고 한다. 하지만 정신건강 전문가가 없고, 뽑으려고 인력 공고를 내도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장애인복지법’ 15조가 폐지돼 정신장애인들이 장애인 복지관에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장애인 복지관에는 정신 건강을 전공하는 사람이 없다. 이런 문제들이 사회 곳곳에 있다”며 “조현병이 가장 많이 발병하는 청소년기에 만나는 전문가는 정신 건강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 조현병의 조기 사인이 아닌지 징후를 감지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많은 상담 기관에서 청소년들이 원래 상상력이 풍부해서 그럴 수 있다고 넘긴다. 이에 실제 조현병이 만성화가 돼 조기 개입이 늦어지는 케이스들을 숱하게 듣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진희 위원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다만 한국임상심리학회 민은정 부회장은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개정 시에도 정신건강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고 직역 간 전문성을 존중하기 위해 개별업무를 개정한 바 있다”며 “심리상담을 임상심리사의 개별업무로 명시한 것은 전공별 역할이 상이해야 한다는 시대적 발상이 아닌,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자격 명칭과 부합하게 박학다식한 사람(Generalist)이 아닌 직역별 전문가(Professional)를 양성하고자 함이다. 시행규칙(별표1)에도 직역별 수련 과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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