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 사고 또는 고장으로 보험수리를 진행할 때 ‘대체부품(애프터 부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 시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 보험 수리 시 ‘품질인증부품’을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8월 16일부터 갱신 또는 신규 가입하는 보험계약부터 적용한다.
금감원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 시행에 대해 자동차보험으로 차량을 수리할 때 자동차 제조사 또는 제조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1·2차 벤더(업체)에서 만든 ‘순정 부품(정품)’ 대비 저렴한 애프터 부품을 우선 적용함으로써 전 국민의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자동차보험을 활용해 차량을 수리할 때 ‘정품’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정품의 가격과 ‘대체부품’인 품질인증부품의 가격 차액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에 국민들은 “누구를 위한 비용 절감이냐”, “소비자 선택권을 앗아가는 행위”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청원24에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변경 철회해주세요’ 제하의 공개청원이 접수됐고, 30일 기준 2만명 이상의 동의 의견이 접수됐다.
소비자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차량 사고 발생 시 피해차량을 원상복구 하는 게 목적인데 정품이 아닌 애프터 마켓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원상복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현재까지는 소비자가 차량을 수리할 때 정품 대신 대체부품 선택 시 차액 일부를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구조인데, 이를 금감원이 반대로 적용하고 나서면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아울러 ‘품질인증부품’이라는 애프터 마켓 부품을 누가, 어디서 인증을 진행하는지도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현재 대체부품을 인증하는 업무는 사단법인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 단 한 곳에서 맡아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부품협회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국토교통부가 공인한 국내 유일의 자동차 대체부품 인증기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협회는 △자동차 범퍼 △서스펜션 △하부 부품(컨트롤암·활대 등) △등화류(헤드램프·리어램프 등) △등속조인트 △연료장치 △조향장치 △브레이크 △냉각수 계통 등 자동차 부품 대부분에 대해 품질인증 업무를 진행 중이다.

다만 문제는 해당 협회에서 인증하는 ‘품질인증부품’의 제조국과 제조공장이 어디인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품질인증부품 인증 기준도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즉, 중국에서 생산된 중국산 ‘Made In China’ 부품도 한국자동차부품협회의 품질인증을 받았다면 향후 소비자들은 차량 사고 발생 시 보험 수리를 진행할 때 중국산 부품을 사용해 차량을 수리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내용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이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고 산업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제도의 전면 재검토와 시행 유예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의 불이익과 혼란이 예상된다”며 “제도 시행 방식과 기준 설정을 살펴보면, 그 속에 소비자 선택권 제한과 공정성 결여, 그리고 산업계의 특정 이해관계가 얽힌 구조가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품질인증부품’을 선택하면 OEM(순정) 부품과의 차액을 ‘돌려받는 구조(페이백 제도)’가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는 ‘가장 저렴한 부품’을 기준으로 보험금이 책정되기 때문에 오히려 OEM 부품을 사용하고자 할 경우 소비자가 그 차액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며 “결국 차량 손상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래 쓰던 부품’을 그대로 쓰기 위해선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보험 인정 부품의 품질인증을 한국자동차부품협회라는 단체 하나가 독점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면서 “한국자동차부품협회는 품질인증부품 인증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국내 부품 제조사들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단체로, 인증기준의 공정성, 투명성, 객관성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품질 인증기관은 2∼3개가 경쟁하며 상호 보완·감시하는 구조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단일 민간기관이 전권을 쥐고 있어 제도적 견제 장치가 전무하다.
김 의원은 “금융감독원은 현장과 소비자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며, 졸속 시행이 아닌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제도 유예 및 전면 재검토를 거듭 촉구했다.
“품질인증부품, OEM부품과 성능 차이 없고 수리비는 적게 들어” 보험개발원 보도자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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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 23 | 보험개발원 |
7월 29일 김상욱 의원 기자회견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 소비자 권익 침해 우려…시행 유예 및 전면 재검토 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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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7. 30 | 김상욱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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