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7월 16일부터 닷새간 전국에 내린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25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9일 기준, 경남 산청에서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경기 지역에서도 가평 5명, 포천 1명, 오산 1명 등 총 7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다. 충남 서산과 당진에서는 각각 2명과 1명이 숨졌고, 광주 북구에서도 2명이 사망했다. 실종자는 가평 2명, 산청 1명으로 집계됐다.
28일 오후 6시 기준, 전체 응급복구 대상 2만9건 가운데 67.6%인 1만3530건이 완료됐으며, 나머지 6479건은 복구가 진행 중이다. 도로 등 공공시설은 1만649건 중 65.3%인 6951건, 주택 등 사유시설은 9360건 중 70.3%인 6579건의 복구가 각각 마무리됐다.
현재까지도 경남·충남 등 8개 시도의 663세대, 1061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 중 522세대, 860명은 학교나 마을회관 등에 마련된 임시주거시설에서 지내고 있으며, 141세대, 201명은 친인척 집 등에서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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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충청남도] |
집중호우가 휩쓸고 간 자리에 이번에는 연일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폭염이 찾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곳곳에서는 복구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충남도는 현장 근로자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냉방버스를 긴급 투입했다. 냉방버스에는 생수와 이온음료 등 예방 물품이 비치돼 있으며, 응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연락체계도 마련돼 있다. 현재 예산, 홍성, 청양 등 3개 시군에 15대를 운영 중이며, 복구 완료 시까지 지속 운행될 예정이다.
가평에서는 감동적인 ‘지게 봉사’가 화제가 됐다. 경기도 연인산도립공원 소속 직원 10명이 폭우로 고립된 가평군 중산리 마을의 어르신 7명을 위해 4일 동안 매일 왕복 8km를 걸어 물과 식량, 의약품 등을 전달했다. 마을 입구까지 이어지던 도로 2km가 유실돼 전기, 수도, 통신까지 모두 끊긴 상황이었지만, 직원들은 약 20kg의 구호물품을 지게에 짊어지고 길을 만들며 걸었다. 직원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힘든 줄도 몰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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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밥차 모습[사진=가평군] |
수해 현장 곳곳에서는 따뜻한 식사로 응원을 전하는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가평군지구협의회는 7월 24일부터 매일 급식소를 운영하며 하루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와 군 장병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하루 5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급식소 운영은 이달 3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원지연 협의회 회장은 “참혹한 피해 현장을 마주하며 힘들기도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가평을 돕기 위해 온 자원봉사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영리 급식봉사단체 ‘사랑의 밥차’도 7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조종면사무소 인근에서 자원봉사자와 군 장병들에게 매일 700개씩, 총 2800개의 도시락을 제공했다. 회원 20여 명은 4일간 가평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이른 새벽부터 식자재를 손질하고 정성껏 조리했다. 사랑의 밥차는 현재 배우 공효진 씨의 어머니인 김옥란 이사장이 이끌고 있으며, 민간 후원과 회원 자비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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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가평군] |
군 장병들의 헌신도 빛났다. 가평군에 따르면 7월 21일부터 28일까지 총 1만750명이 복구 작업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6508명은 수도기계화보병사단, 66보병사단, 제3수송교육연대 등에서 파견된 군 장병이었다. 특히 일반 자원봉사자의 참여가 적은 평일에도 군 장병들은 빠짐없이 현장을 지켰다. 조종면의 한 주민은 “36~39도에 달하는 날씨 속에서도 군 장병들이 묵묵히 일손을 보태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복구 지원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형자, 교도관, 교정위원, 의무교도대원 등으로 구성된 ‘보라미봉사단’이 7월 24일부터 전남 무안군, 경남 산청군, 경기도 가평군, 충남 천안시, 광주광역시 등 5개 지역에 투입돼 침수 주택 정리, 비닐하우스 복구, 배수시설 점검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 봉사단은 2010년부터 운영돼 농촌 일손 돕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온 전통 있는 조직이다.
정 장관은 앞서 지난 20일에도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594명을 수해 피해 지역에 긴급 투입하라고 지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상자들은 21일부터 4일간 경기, 충남, 전남, 경남 등지에서 토사물 제거와 농작물 복구 작업 등에 나서며 사회적 책임을 실천했다.
집중호우가 휩쓸고 간 자리에 이번에는 연일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재난이 남긴 상처 위로 누군가는 지게를 짊어지고, 누군가는 도시락을 손수 지으며, 또 누군가는 말없이 흙탕물을 퍼냈다. 그렇게 이들을 돕고자 모인 사람들의 온기가 켜켜이 쌓이고 있다. 수재민들이 입은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함께한 이들의 따뜻한 마음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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