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형 편의점’에서 소비쿠폰 쓰자…김치·쌀 ‘장바구니’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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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민생회복 소비쿠폰 카드로 계란을 구매하고 있다. /방금숙 기자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삼겹살은 이쪽, 계란이랑 수박은 냉장고 옆에 있어요.”

29일 오전 경기 수원의 한 GS25 매장. 장바구니를 든 고객이 김치, 달걀, 라면, 햇반을 연달아 담는다. 삼계탕 밀키트와 냉장육, 수박이 입구에 진열된 이 매장은 우리가 흔히 아는 편의점과 구색이 사뭇 다르다. 계란, 채소, HMR(가정간편식) 등 생필품과 식재료를 대폭 강화해 놓은 이른바 ‘수퍼형 편의점’이어서다.

최근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이 본격화되자 이런 주택가 인근 수퍼형 편의점이 장보는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고물가 시대에 비싼 외식 대신 집밥 수요가 늘어난 까닭이다.

이와 동시에 대형마트나 직영 기업형슈퍼마켓(SSM), 백화점 등에서는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한 반면, 개인 가맹점주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는 가능하다. 때문에 편의점은 사실상 ‘가장 쉬운 쿠폰 사용처’로 부상했다.

실제로 소비쿠폰 전국민 지급이 이뤄진 후 2주차에 들어서면서 간편식과 반찬류 매출이 상승 중이다.

GS25는 26~27일 기준 국·탕·찌개류 매출이 전월 같은 요일 대비 560%, 국산 우육 278%, 해산물 194% 급증했다. 같은 기간 CU도 즉석밥(38.8%)과 HMR(46.4%) 품목의 매출이 크게 뛰었고,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에서도 간편식, 냉장국류, 생수, 생활가전 등 품목 전반의 판매가 늘었다. 소비쿠폰에 여름 특수까지 맞물려 신선식품 외에 맥주, 아이스크림, 선크림, 돗자리 등 수요도 부쩍 증가했다.

서울 강남의 한 주택가 인근 GS매장 점주는 “고객들이 처음에는 소비쿠폰으로 작은 물건을 구입하며 테스트하듯 장을 봤다”며 “이제 쿠폰 사용이 본격화되면 접근성과 품목 다양성을 갖춘 편의점을 더 자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수퍼형 편의점에 계란, 두부 등 신선식품이 진열돼 있다. /방금숙 기자

앞서 쿠폰 지급 직후인 22~23일 김치 매출이 전월 같은 요일 대비 99% 증가했다. 같은 기간 CU는 26%, 이마트24는 14%씩 올랐다. 국산 과일과 채소 판매도 GS25에서 각각 62%, CU에서는 30%, 17% 증가했다. 쌀 등 양곡류 매출은 22~24일 기준 이마트24 136%, 세븐일레븐 80%, CU는 7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편의점 관계자는 “평소 간식이나 음료 정도만 사던 고객이 지금은 김치, 정육, 생수, 라면 번들 등 실질적인 생필품을 찾고 있다”며 “단골 중심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고객층도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는 쿠폰 사용 확대에 발맞춰 생필품·간편식 중심의 민생 기획전을 전개 중이다.

GS25는 국산 우육·계란·잡곡·김치 등 주요 식재료 품목을 최대 2+1 또는 25% 할인 혜택으로 판매 중이다. CU는 즉석밥·라면·샐러드 등의 품목을 최대 63% 할인하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생수·과일·위생용품을 특가로 내놓고, 이마트24는 1~2인 가구에 특화된 가정간편식(HMR) 상품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한 편의점에서 다양한 간편식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 /방금숙 기자

더 나아가 이들 편의점 가맹본점은 이번 소비 흐름이 일시적 반짝 수요로 끝나지 않도록 점포 구조와 상품 운영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GS25는 두부, 과일, 정육 등 신선식품을 최대 500종까지 갖춘 ‘신선강화매장(FCS)’을 640여 점포로 확대했고, CU는 ‘장보기 특화형’ 매장을 올해 110곳까지 늘렸다. 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 역시 신선 카테고리를 핵심 성장 카테고리로 삼고 소비쿠폰을 겨냥한 할인행사에 총력을 쏟고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장보기 특화점이 마트 역할이 필요한 상권에서 소비자의 장보기 수요를 충족시켜주고 있다”며 “고물가 시대와 소비쿠폰 수요를 겨냥해 신선식품과 도시락 등 간편식 구성을 늘리고 다양한 1+1, 2+1 할인 행사를 통해 가맹점 매출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편의점의 집밥용 장보기 수요가 추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증가와 생활패턴 변화로 집 가까운 곳에서 장을 보는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편의점이 소비쿠폰 효과로 재조명되고 있다”며 “하지만 쿠폰 사용이 끝난 뒤에도 온라인 시장과 대형마트와의 경쟁 구도 속에서 이 수요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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