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엄마와 딸, 이토록 매력적인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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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박단비] 엄마는 항상 자기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런저런 사람들과 여러 사건사고로 쉽지 않던 삶을 엄마는 꼭 글로 남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왜 그렇게 문제 많은 삶과 이야기가 많은지. 엄마의 이야기는 글로 남기기에 자극적이면서 슴슴했다. 무엇보다 딸로서, 힘들고 슬픈 엄마 이야기는 그다지 쓰고 싶은 소재가 아니었다. 일면식도 없는 타인도 아니고, 나, 가족, 지인이 모두 엮여있는 이야기라니!

 

그런데 이슬아의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를 읽고 나자 그저 핑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엄마 이야기를 이렇게 재밌게, 매력적으로 써낼 자신이 없다. 엄마와 내가 공유한 은밀한 이야기를 우리만 재밌는 이야기가 아니게, 우리에게만 의미 있는 이야기가 아니게 펼쳐 보일 능력이 없던 거다.

 

사실 전부터 이 책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제목, 저자, 표지 모두 매력적이고, 워낙 유명했다. 뭣보다 나처럼 엄마를 닮은 딸내미가 이 책을 그냥 지나치기란 쉽지 않다. 

 

일전에 팔로우하던 이슬아의 짤막한 SNS 글에서, 단편집 속에 스쳐 지나가던 글에서 그녀는 충분히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물론, 그런 것치고는 너무 뒤늦게 이 책을 펼쳤지만!

 

기대를 하고 봤음에도 재미있다. 조금 독특한 슬아의 엄마 복희씨가 이상하기보다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범상찮은 이슬아 역시, 매력적이었다. 

 

자칫 개인적인 이야기로 치부될 소재가 어느 순간 수많은 딸과 엄마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했고, 기약 없이 팍팍한 내 삶인양 보이기도 했다.

 

때로는 독창적인 저자의 표현력에 감탄이 나왔다. 한숨도 나왔다. ‘나도 이렇게 글을 잘 썼다면, 우리 엄마 이야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 텐데. 엄마가 원하는 대로 많은 사람들이 엄마 이야기를 읽었을 텐데.’ 하는 감탄과 한숨 말이다.

 

아래는 책 속 작가의 말이다. 아래 글을 보며, 그녀의 글맛을 살짝 맛보시길 바란다.

 

"우리는 서로를 선택할 수 없었다.

태어나보니 제일 가까이에 복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몹시 너그럽고 다정하여서 나는 유년기 내내 실컷 웃고 울었다.

 

복희와의 시간은 내가 가장 오래 속해본 관계다. 이 사람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라왔다. 대화의 교본이 되어준 복희. 그가 일군 작은 세계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그에 대해 쓰고 그리게 되었다. 엄마와 딸, 서로가 서로를 고를 수 없었던 인연 속에서 어떤 슬픔과 재미가 있었는지 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우정.

나를 씩씩하게 만든 이야기니까 누군가에게도 힘이 된다면 좋겠다.”

 

이런 감정을 나만 느낄 수는 없다. 부디 당신도 저자 글 솜씨에 질투심을 느끼며, 책 속에 나오는 이상적인 엄마와 딸 사이를 부러워하며, 결국 성공적인 현재를 살아가는 저자의 삶에서 희망을 느끼며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북에디터 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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