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쓰레기 산에서 서울을 대표하는 생태공원으로 변모한 월드컵공원. 5개의 테마공원 중 노을공원은 드넓은 잔디밭과 일몰 경치로 수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명소다. 이 노을공원에 또 하나의 명물이 등장했다. 노을공원의 변신을 층으로 표현한 공공미술 작품 '새로운 지층'이다.
서울시가 29일 시민들에게 공개한 '새로운 지층'은 시가 추진 중인 '5대 생활권역별 공공미술 명소 조성'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지난 6월 말 설치됐다.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선, 시간과 기억을 품은 거대한 파빌리온이다.

가로세로 18m 규모의 정방형 파빌리온 내부로 들어서면, 흙과 돌, 나무, 식물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마치 땅속 지층의 단면에 발을 디딘 듯한 인상을 준다. 층층이 쌓인 재료들은 단순한 조형을 넘어, 이곳의 과거와 자연 회복의 시간을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지층의 결은 '흙막이벽'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됐다. 흙과 돌, 물을 섞어 여러 차례 다지고 압축하는 과정을 반복해 벽을 세우는 방식으로, 실제 땅속의 단면처럼 자연스럽고 묵직한 질감을 구현해냈다.
새로운 지층은 서울시가 생활권역별 공공미술 명소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보인 두 번째 작품이다. 지난해 가락시장에 설치된 '비의 장막'에 이어, 서북권을 대표하는 이번 작품은 국제지명공모를 통해 김효영 작가가 최종 선정됐다.

김효영 작가는 노을공원에서 받은 첫인상에 대해 "자연이 정말 아름다웠지만, 그늘이 거의 없어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이곳이 난초의 섬에서 쓰레기매립장을 거쳐 생태공원으로 변해온 시간을 떠올리며, 그 위에 새로운 층을 더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그의 작품 '새로운 지층'은 지층이 지상으로 솟아오른 듯한 형태를 통해, 이 땅에 축적된 기억과 변화를 예술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작품 공개를 기념해 다양한 시민 참여 행사도 준비했다. 이달 21일부터 시작된 '아트파빌리온 인증샷' 이벤트는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작품을 배경으로 SNS에 사진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나만의 지층 만들기', '반딧불이 만들기' 키트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노을공원 내 △새로운 지층 앞 △맹꽁이 승차장 △공원 매점 앞 3곳에 설치된 배너 QR코드를 통해 작품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선착순 100명에게는 친환경 컵 세트도 증정 중이다.
현장에서 만난 박재은 서울시 디자인정책관 주무관은 "노을공원은 과거의 도시 상처가 회복된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이곳에 설치된 작품 '새로운 지층'은 예술로 그 상처를 감싸는 치유의 공간이자, 시민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자연 속 쉼터'라고 설명했다.

한강 양화대교 너머 선유도공원에서는 '그림자 아카이브(Shadow Archive)'와 AR 기반 체험작품 '선유동화'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그림자 아카이브는 햇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청사진 기법으로, 선유도의 수직적 숲과 수평적 정수장을 병풍처럼 담아냈다. 선유동화는 공원 곳곳에서 증강현실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작품으로, 기술과 자연, 예술이 결합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박 주무관은 "예술이 도시의 과거와 현재, 자연과 기술, 사람의 삶을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노을공원과 선유도공원의 사례처럼, 앞으로도 서울 곳곳에서 시민과 함께 숨 쉬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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