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수원 김경현 기자] 소형준(KT 위즈)이 곧 불펜 투수로 보직을 옮긴다. 2022년을 뛰어넘는 커리어 하이 시즌이 눈앞이라 아쉬울 터. 하지만 소형준은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소형준은 2023시즌 도중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경기 도중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고, 오른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MCL) 파열 진단을 받아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 시즌 막바지 팀에 합류해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정규 시즌 18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24,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승패 없이 1홀드 평균자책점 2.25를 적어낸 것.
올해 선발투수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닝 제한이 걸려있다. 혹시 모를 수술 여파를 대비해 정규시즌 130이닝 제한을 두기로 했다.


예상보다 빨리 제한이 눈앞에 다가왔다. 28일 기준 소형준은 18경기에서 109⅓이닝을 소화했다. 20⅔이닝을 더 던지면 정규시즌을 접을 예정. KT가 가을야구에 진출한다면 이닝 제한 상관없이 선발로 등판한다.
10이닝 정도를 남기고 불펜으로 보직을 바꿀 예정이다. 배제성의 합류로 선발 자원은 넉넉하다. 소형준을 선발로 2경기만 쓰기보단 1이닝씩 10경기를 쓰는 것이 팀에 더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연투는 없다. 무조건 1이닝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긴 이닝을 소화할 수도 있다.
문제는 소형준의 성적이다. 불펜으로 돌리기엔 성적이 너무나 훌륭하다. 7승 3패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 5위다. 토종 투수 중에서는 1위. 또한 이닝 12위, 다승 14위다. 승운이 따랐다면 더 높은 위치도 가능했다.
지난 26일 완봉승을 거둔 아리엘 후라도(삼성 라이온즈)와 대등한 투구를 펼쳤다. 이날 소형준은 6이닝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소형준이 내려가자 KT 불펜은 3이닝 동안 11점을 헌납했다. 강력한 타선을 소형준이 억제하고 있었다는 뜻.

27일 '마이데일리'와 만난 소형준은 "앞 경기(20일 수원 한화전) 던질 때는 상대 선발(류현진)도 좋은 투수였다. 제가 선취점을 주면서 힘들게 경기(6이닝 2실점 패)를 했다"라면서 "이번에는 점수를 최대한 안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이 잘 이루어져서 그런 점에서는 만족한다"고 했다.
소형준은 좌타자에게 높은 몸쪽 커터로 범타를 유도한다. 그런데 르윈 디아즈는 몸쪽에 엄청난 강점이 있다. 소형준은 디아즈에게도 몸쪽 커터를 구사, 디아즈를 3타수 1단타로 묶었다.
소형준은 "공이 잘 들어갔을 때 좋은 타구보다는 범타 유도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했다. 그 공을 던져야지 바깥쪽 체인지업이나 바깥쪽 투심을 활용할 수 있다. 좌타자가 몸쪽을 잘 친다고 해서 그 부분을 피하면 저의 강점이 떨어지고 던질 수 있는 공이 단조로워진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투 피치'로 타자들을 압도한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투심 51.6%, 커터 27.3%를 구사한다. 3~4번째 구종인 체인지업(17.5%)과 커브(3.4%)와 큰 차이를 보인다.
소형준은 "체인지업과 커브 비율을 더 올려서 타자들을 헷갈리게 만들어야 한다. 투심과 커터에 비해 체인지업과 커브 완성도가 떨어져서 구사율이 낮다"라면서 "구종의 완성도를 높여서 비율을 더 가져가다 보면 타자들도 더 헷갈리고 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앞으로의 목표를 설명했다.
이어 "체인지업은 그나마 쾐찮은데 커브가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괜찮은 날은 괜찮은데 안 좋은 날은 너무 왔다갔다한다"면서 "두 개가 모두 제3 구종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ABS 도입 후 커브를 존 상단에 던지는 투수가 늘었다. 류현진(한화 이글스)이나 임찬규(LG 트윈스)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하이존 커브를 통해 타자의 시선을 흔들거나, 루킹 스트라이크를 얻어내곤 한다. 타자들은 스윙을 하더라도 빗맞은 뜬공에 그친다. 다만 날카로운 제구력이 필수다.
소형준도 각이 큰 커브를 갖고 있고, 제구력 역시 일품이다. 그런데 왜 하이 존 커브를 잘 쓰지 않을까. 소형준은 "커터를 하이로 던지기 때문에, 커터 하이랑 커브 로우를 섞으면서 피치 터널을 신경 쓴다. 꼭 커브로 루킹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아야 된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거기에 던졌을 때 리스크가 더 크다고 생각해서 상단으로 던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닝 제한에 대해 묻자 "시즌 전부터 이닝 맥스를 정해놓고 시작했다"라며 "감독님께서 내년을 위해서라도 1경기를 조금씩 던지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말씀해 주셨다"고 했다. 전반기 끝나기 1~2주 전 이강철 감독이 불펜 전환을 권했고, 소형준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미련이 생길 수 있다. 소형준은 올해 커리어 하이 페이스다. 평균자책점이 역대 성적 중 가장 낮다. 지금과 같은 피칭을 이어가고, 승운이 따라준다면 2022년 기록한 13승을 넘볼 수 있다.
소형준은 "올해만 하고 야구 안 하는 게 아니다. 또다시 2점대 평균자책점을 할 수 있는 시즌이 올 거라 생각한다"라면서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경기를 즐기자고 생각하고 시즌을 치렀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은 없다"고 단언했다.

올해 소형준의 평균 구속은 145.0km/h다. 심심치 않게 150대에 육박하는 공을 볼 수 있다. 불펜으로 나선다면 광속구를 기대해도 될까. 소형준은 "선발로 나갈 때 공이 더 잘 가는 느낌"이라며 "항상 80~90%의 강도로 투구를 하는 게 밸런스도 좋고 커맨드도 잘된다. 100%로 던지는 습관이 안 되어 있어서 불펜 투수로 가도 (구속이)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하자 "이제 50경기도 안 남았다. 남은 경기를 잘해서 연속으로 가을야구 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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